육아와 가벼운 우울
사는 게 일이다.
무의식 중에 멈춘 숨을 다시 몰아쉬고 흩뿌려진 밥알을 주워 담으며 생각했다.
먹는 것도 일,
자는 것도 일,
똥을 싸는 것도 일.
먹이는 것도 일,
재우는 것도 일,
똥을 닦아주는 것도 일.
몇 주 전부터 몸이 파김치가 되더니 마음도 덩달아 축 늘어졌다. 이제 그만 나도 즐겁고 싶은데, 온몸에 눌어붙은 시커멓고 얇은 막을 털어내고 홀가분하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안에서는 밖으로 밀고 밖에서는 안으로 눌러 한껏 압축된 젖은 공기처럼 위태롭고 아슬하다.
한 컵의 물처럼 그 자리에 있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남들 다 하는 게 왜 이렇게 지칠까.
산다는 건 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일까.
엄마 마음이 딴 데 간 줄도 모르고 아이는 분주하게 아기 부엌에서 장난감 과일과 채소로 요리를 만든다.
작은 플라스틱 냄비 안에 옥수수, 당근, 도너츠, 블루베리가 들어가고 거기에 장난감 소금통으로 간을 한다. 저건 어떤 맛이 날까. 잘은 모르지만 아이가 먹여주는 장난감 숟가락을 냠냠냠 시늉하며 말한다.
우와, 정말 맛있다.
잠시 웃고
잠시 화를 참고
그러다 조금 화를 내고
잠시 미안해하고
다시 잠시 웃는
짧은 하루들.
어쩌면, 아니 분명
언젠가는 한없이 돌아볼 지금 이 순간과
'앉아'라는 단어를 발음하며 제 앞자리를 팡팡 치거나 두 손을 번쩍 올리며 나를 갈구하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모두 다 뛰놀자'를 좋아하는 흥이 많은 아기.
한껏 긴장한 어깨를 내리고 횡격막을 늘려 깊은숨을 내쉰다.
털자. 털어버리자. 이건 그냥 가벼운 우울일 뿐이야.
그새 또 딴생각에 빠진 엄마를 앞두고 요리하던 아이는 돌연 입을 앙다물고 얼굴에 힘을 주곤 오늘의 네 번째 응가를 한다.
응가했어?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는 아이의 엉덩이를 확인하고 화장실로 데려가려는데 아이가 날쌔게 도망간다. 일상의 추격전 시작이다. 간신히 잡아 엉덩이를 씻기고 로션을 발라 기저귀를 입히려는데 이젠 맨 엉덩이의 추격전이다. 어디 가, 요놈. 잡았다! 싫다고 뿌리치는 아이의 몸을 부여잡고 힘겨이 기저귀를 입히니 이젠 또 기저귀 바람으로 도망이다.
꺄르르 웃으며 맨발로 찰박이며 도망가는 그 모습에 다시 생각한다.
그래. 사는 게 일이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