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느끼는 감정』을 읽고
훌륭한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의 차이는
실수를 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 가에 있다.
도널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
그 어디 엄마뿐일까.
실수를 범하는 것보다 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인간에게 해당될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 자리에 엄마를 넣은 이유는 아무래도 '엄마'라는 존재로 인한 파동의 범위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일 인분의 인생이 아닌 오롯한 작은 생명의 성장과 무게가 곁들여진 두 사람의 것이 되어버리니까.
자연 언니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전에 읽은 몇 권의 육아서들로 '어쩌면 육아서를 읽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읽어 내린 문자와 숨 쉬는 현실의 차가 불쑥불쑥 자괴감을 일으킨 탓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든 책이든 그 무엇이든 '다 그렇지 뭐'라는 일반화만큼 피해야 할 건 없다고도 생각했다. 걸어가야 할 발 앞에 선을 그으면 점점 갈 수 있는 길이 줄어들어 버리고 알 수 없는 미지가 검정으로 뒤덮여 버린다. 그럴 순 없다. 다 같은 조개지만 어떤 건 조갯살을 품고 또 어떤 건 진주를 품은 법이다.
역시나 읽고 나서는 참 다행이라 여겼다. 책은 살살 내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종이에 따뜻한 온기를 담아 담담하게 위로했다. 당연하다고. 그럴 수 있다고. 간단한만큼 쉽게 다가오는 말들이었다. 이제 막 출산이 임박한 친구에게도 언젠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선물했다. 모든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꼭 한 번은 저 밑바닥까지 지치고야 만다.
있지, 아기를 키울 때 읽으면 좋을 책이 있어.
이 책을 간략하게 줄이자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다.
육아가 한낱 싸움은 아니지만(그 비슷한 것이긴 하다) 아기를 알고 나를 안다면 위태롭지 않은 것이 된다. 그중에서 특히 '나를 아는 것知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그것 역시 '엄마'에 한한 것은 아니긴 하다. 모든 이가 자신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알고 쓰면 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엄마들의 감정 중 '인지 왜곡'에 대해 적은 챕터가 있다. 혹시 내가 그러진 않은지(난 상당히 공감했다) 한 번씩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알아야 육아는 좀 더 상냥해진다니까.
엄마들이 자주 경험하는 인지 왜곡
1. 지나친 일반화
'문화센터에서 풀 죽어 있는 우리 아이는 성격이 소심하다'
2. 양극단적인 사고
'완벽하게 아이를 키우지 못하면 엄마로서 실패한 것이다'
3. 단정적 이름 붙이기- 합리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고정적인 편견
4. 선택적 여과- 자기가 보고 싶은 점만 보는 것.
5. 재앙화 -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다른 고려 없이 최악의 상황으로 예상하는 것.
6. 독심술
'저 사람은 지금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7. 지나친 자기 비하-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현실보다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
8. 매사 자신과 연관시키기
'아이가 키가 작은 건 내가 수면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야.'
9. 과장과 축소- 자신을 평가할 때에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긍정적 측면을 최소화하는 것.
문제를 알았다면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 법. 그것을 아래에 적어본다.
중간 생각 잡아내기
한 발짝 물러나기
부정적 생각에 대해 논박하기
주의 분산과 내 집중하기
최악일 때와 비교하기
잘한 일 적어보기
그런 척 행동하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건만 언제고 두고 읽기 위해 중고서점에서 한 권 샀다.
조만간 다시 읽으며 차근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지.
혹시 어느 지친 엄마에게 이 책의 문장이, 문구가 나침반이 되고 다정한 손길을 내밀기를 바라며 조로록 적어 내린다. 참,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 Good-enough mother"
-도널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
그렇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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