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일년의 시간

안에서 밖으로 나와 이제는 따로 또 같이

by 윤신

길을 걷다 겨울잠에서 깨듯 싹이 움트듯 넌 움직였다.

이쪽에서 간질간질

저쪽에서 톡톡

매번 다른 번역의 하루를 너와 함께 열고 닫았다.

물속에서도 산책에서도 숲속에서도

살색의 유연한 벽 너머로 우린 호흡을 공유했다.

내가 들이쉰 숨은 네게로 가고

네가 뱉은 숨을 내게로 왔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피아노 치듯 네게 인사하고

작은 꿈틀댐으로 넌 대답했다.

이어지듯 흐르다 결국은

네가 붉은 울음을 터트리기 전까지.



그 후 우리의 시간은 다섯 글자로 셀 수 있다.

일 년의 시간.



아무도 모르게 우리는 우리가 되어가고

점으로 이루어지던 인사는 직선이 되고

살의 냄새로 눈동자의 흔들림으로 서로의 기척으로

무의식은 의식의 형태로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지금처럼

네 작은 발바닥에 손을 대고

같은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고

도담도담 자라나는 너의 동그마한 몸을 쓸어내리는 고요한 강처럼 흐르는 시간.

혹은 성난 바다의 파도처럼 한없이 밀려오던 시간.



결국

각각의 초와 분이 모인 우리의 8760시간은

말하자면

기껏 하면서 기껏 하지 않은 일 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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