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그녀 옆에서 욕의 어원을 생각하다

by 윤신


그녀가 울었다. 훌쩍이다가 다시 걷다가 서서는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꾹꾹 구겨진 감정이 그녀 안을 채우다가 얼굴의 구멍들에서 새어 나왔다. 아 사는 거 X 같아. 나 정말 욕하는 거 끊었거든? 근데 지금만은 할래. 해야겠어. X 같아 진짜. 나는 그저 우는 그 아이의 옆에 서다가 걷다가 나무를 보다가 했다. 다시 그녀는 말했다. 아, X 같아.


우습게도 나는 그 X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 남성의 성기인데, 그게 욕이 될까. 왜 욕이 될까. 차라리 똥 같아, 가 더 구역질이 날만큼 더러운 것이나 혐오스런 것을 상징할 것 아닌가. 하기야 똥은 오래전부터 비료로서 인간에게 이익을 줬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체의 일부가 어떤 절망의 술어보다도 강력하고 저급한 욕이 될 이유는 뭔가. 그 일부로 인류가 보존되고 있다는 걸 잊은 걸까? 물론 사는 게 늘 괴로운 오물로만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으면 뭘 해도 순순한 날이 있다. 열렬하게 뭔가를 하다 지치면 쉬기도 하는, 뭐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것과 삶을 비교할 수도 있을까. 그따위 생각을 나는 우는 사람 옆에서 했다.

문득 스물한 살, 타인에게 던져진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듣던 친구가 얼굴이 빨개져서는 울먹이며 화를 내던 게 떠올랐다.

야, 개가 얼마나 착한데. 왜 저런 사람을 개라고 해, 개가 무슨 잘못이라고.


또 다른 이야기를 써보자. 고등학교 시절 아마도 문학 선생님이 욕의 역사랄까 어원에 대해 얘기했다. 욕은 금기된 만큼 카타르시스가 포함된 언어다. 이건요? 그건요? 학생들의 질문에 직간접으로 접했던 욕들이 생각지도 않은 단어와 이어졌다. 원초적이고 유서가 깊은 것들로 예를 들면 이렇다.


1. 지랄의 어원은 간질에서 나온다. ‘간질할 놈’이라는 말이 줄여진 것이다. 바람이 셀수록 화가 크게 날수록 인류는 말을 줄인다. 띄어쓰기 포함한 다섯 자를 두 글자, 질할로 줄인 이 욕이 사실은 얼마나 뇌전증(간질) 환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아픈 말인지 우리는 몰랐다. 그 탓인지 어쩐지 일부 아이들은 ‘지동’이라고 변형해서 쓰기도 했다. 그냥 쓰지 말자.


2. 대부분의 욕은 성적인 것에서 나온다. 한국 욕의 베이스에 해당하고 감탄사로도 쓰이는 씨발은 씹할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씹은 여성 성기의 비속어이고 ‘씹하다’는 성관계를 뜻한다. 외국도 그렇지만 욕에는 성性에 관한 것이 많은 데 이유가 뭘까. 관심이 많아서, 그럼에도 어딘가 껄끄럽지 못해서, 혹은 무엇보다도 내밀하고 개인적인 것이라서?


3. 염병하네,에서 염병은 장티푸스의 속어로 과거에는 꽤 높은 치사율을 가진 병이었다. 그러니 염병하네,는 근래의 ‘디진다’와 의미를 같이하면서도 협박의 의미는 덜어내고 관조를 더한 말이다.


4. 누군가 X빠지게의 어원을 적어놓은 글을 읽었다. 소가 중노동에 시달리면 성기가 탈골된 모양으로 늘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찰력과 동 시대성이 결합된 욕이라 볼 수 있다.


5. 친구의 할머니는 욕쟁이였는데 늘 같은 욕을 했다. 바로 ‘썩을’이다. 주로 ‘썩을 년’이라는 대명사나 ‘썩을’이라는 단독의 감탄이었다. 하지만 이는 타당한 말이다. 세상에는 썩지 않는 사람도 사물도 없다. 결국은 모두가 썩을 이곳에서 그 할머니는 예지에 가까운 말을 적재적소에 양념을 뿌려가며 썼다. 썼었다.


두 시간을 걷고 두 시간을 마셨다. 그녀는 물 풍선처럼 가끔 바닥에 쏟아졌지만 사이사이 다른 화젯거리로 웃기도 했다. 그녀를 울게 하는 건 그녀를 소비하고 배려하지 않는 가족이었고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그 관계와 멀리 떨어진 것들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가장 크고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대체로 사람의 화는 A4지 얇은 종이 한 장처럼 쌓인다. 뭐, 이 정도로 화를 낼 수는 없지. 화는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고 어느 누군가의 입김이나 미동에 의해서 종이는 순식간에 불규칙적인 선을 그으며 안을 헤집어놓는다. 깊고 얕은 상처가 생기지만 지금껏 참은 나는 다시 혼자 종이들을 한 장씩 그러모은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릴 줄도 재활용 봉투에 버릴 줄도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르고 다시 꼭 끌어안는다. 그녀에게 말했다. 여러 방법이 있어. 하지만 아마 가장 좋은 건 상대에게 말하는 것, 무엇보다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는 거야.


헤어지기 전 횡단보도에서 그녀는 다시 울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 그래도 욕하는 건 역시 별로다. 욕할 필요도 없어.

인류가 쌓은 좌절과 화의 역사에서 그녀가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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