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르는 육아, 191009
인간이 가장 느리다.
모든 동물을 통틀어 태어난 뒤 땅과 중력에 적응하고 제 두발로 서는데 인간이 제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동시에 인간이 가장 빠르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응용, 개발하는 데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가장 빠른 사고를 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가장 느린 '육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육아育兒 - 어린아이를 기른다.
글쎄, 아직도 난 찰떡이를 '기른다'는 표현을 쓰는 게 어색하다. 왜 그럴까. 아기가 첫 숨을 쉬고부터 거의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있지만 사실 이건 육아에 대해선 쥐뿔도 모른 채 내 감정을 내뱉어놓은 메모에 불과하다. 그리고 까만 눈동자로 어딘가 내가 모를 세계를 말똥히 바라보는 아기의 눈빛을 보며 난 아직은 이 아가를 '기른다'기 보다는 '보살핀다'라고 느꼈다. 제 힘으로 아직 잠에도 빠져들지 못하는 한 생명을 아끼고 보호하고 보살피고 있다, 고.
그저 아기에게 우유를 주고 말을 걸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고, 이게 다만 육아인 걸까.
육아에서 육育에 해당되는 '기르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기르다
[동사]
1. 동식물을 보살펴 자라게 하다.
2. 아이를 보살펴 키우다.
3. 사람을 가르쳐 키우다.
원하던 답이 아니다.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 것이 인생'같은 단순한 사실 전달식 정의보다도 더 깊고 진득한 의미를 찾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락을 함께하며 짙어지는 유대의 감정 혹은,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한 길들이는 과정 같은.
그렇게 보면 육아를 조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전 속 ‘기르는’ 행위는 일방적인데 난 상호적인 관계라고만 생각했으니.
아직 난 멀었다.
아기와의 생활이 두 달째에 접어들고 보니 오히려 길러지고 있는 쪽은 나다.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감정을 조절하고 저 밑바닥에서 기고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하며,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이의 울음을 파악하도록 길러진다. 심지어는 이렇게 단어의 의미조차 다시 곱씹어 새로 정의 내리기도 한다. 여러 방면으로 아기를 위해 스스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인지하고 반성하며 나아지도록 노력한다.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나 역시 길러지는 것이다.
그렇다.
정말이다.
고작 한두 달로 평생의 과업인 육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순 없으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실은 나 자신을 기르는 일이다.
-어쩌면 하나는 맞았던 걸까. '기르는' 행위는 상호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육아育兒는 육아育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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