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재잘대는 말소리가 방안에 끊이지 않는 밤 자리에 누워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거 알아?
응, 알아.
나는 픽 웃었던 것도 같다.
뭘 아는데?
엄마가 나 사랑하는 거. 난 그거 알아.
마음에 물결이 일렁인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알아.
이야기는 어디서 자르냐에 따라서 해피엔딩이 되거나 새드엔딩이 된다. 그래서 보통은 첫눈에 반한 공주에게 청혼한 왕자와 얼떨결에 네, 좋아요라고 대답한 공주의 성대한 결혼식이 동화에서는 결말 부분에 이른다. 마치 결혼이 사랑의 결정체라도 되는 듯 이야기는 거기서 뚝, 끝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어른이라면 대충은 안다. 결혼은 해피엔딩은커녕 그 어떤 엔딩도 아닌 오직 시작이다. 무덤의 시작까지는 아니라도 어쨌든 처음 해보는 생활의 시작이다. 모든 처음은 어렵고 결혼 또한 마찬가지. 쓰던 컵을 어디에 두느냐 로도 파닥거리며 싸울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해피했다가 새드 했다가 가끔(혹은 자주) 앵그리도 되는, 버라이어티 한 뭔가가 진짜 결혼 아닐까.
그리고 이 말은 육아에서도 똑같이 갖다 붙일 수 있다. 아이의 탄생은 축복의 선언문이
아니라 지지고 볶고 살면서 감정을 쏟을 인물이 늘어난 것에 가깝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벅찬 감정과 최악의 자신의 모습을, 그 극도의 파고를 어쩔 수 없이 바라보거나 눈에 보이도록 크는 아이를 눈으로 좇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거기엔 그 어떤 엔딩도 유일한 감정도 사건도 없다.
하루를 케이크라 비교한다면 첫 문단 우리의 일은 케이크 위를 장식하는 초콜릿 혹은 설탕 모형 같은 장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의 조각이자 일부분. 물론 그렇다고 그날의 대화가 그 정도 부피만을 차지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말랑한 감정은 더 부풀고 거친 감정은 더 작아진다. 양육자를 버티는 힘이다. 그래도 정말이지 저 날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내가 할 말을 알았을까, 내 사랑을 알았을까. 그리고 생각했다. 하긴 사랑이 원래 그렇지. 그냥 아는 거지. 상대의 마음을 눈빛을 행동을 통해 그냥 알게 되는 거지. 몽글몽글 마음이 부풀기 시작한다.
물론 그러고도 우린(그렇다. 우리다) 몇 번이고 다시 아웅다웅하다 입을 삐죽였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진짜 이야기엔 유일한 버전의 엔딩이 없다. 수많은 스타팅과 엔딩의 반복일 뿐이다.
아이의 숨구멍이 팔딱대던 시간부터 자장가로 부르던 몇 개의 노래 중에 반짝반짝 작은 별 Twinkle Twinkle Little Star이 있다. 반복적인 가사는 자꾸만 튀어나오는 양처럼 끝없이 이어 부르기 좋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라는 낭만에 제발 좀 그 빛나는 눈을 감으라는 소원을 섞어 불렀었다. 오랜만에 들어볼까 싶어 연주 영상을 찾았더니 이 곡을 단계별로 피아노로 친 피아니스트가 있다. 0 레벨부터 7 레벨까지 나눴는데 그 변천사가 대단하다. 가볍고 명랑하게 반짝대는 별을 노래하던 피아노가 7 레벨정도 되니 장대하게 폭발하는 은하계를 밀도 있게 설명하는 박사의 논문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걸 보면 또 생각하는 법이다.
아, 역시 하나의 버전, 하나의 엔딩 같은 건 없어.
* 영상은 문제가 될 시 바로 삭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2f6Mi7I5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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