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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n 20. 2020

안 먹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아기 분유량, 191015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눈도 못 뜨고 젖을 먹다 금방 잠에 빠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말똥한 눈으로 두 시간마다 배고프다며 자지러지게 운다.


으아아아아아아앙


1000ml 이상을 먹이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에 120ml씩 수유 텀을 세 시간씩 두려고 하는데, 최근엔 그게 가장 힘들다. 안 그래도 ‘애미야, 애비야, 안아라’를 시전 하는 와중에 배가 고프기까지 하면 우주 떠나갈 듯 울기 때문이다. 목청은 또 얼마나 큰지 거실에 있는 고양이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참견하듯 쳐다본다. 

아마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반말을 할 것 같다) 



'어이, 그 쪼끄만 생명체를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잘 좀 달래 봐. 시끄러워서 쉬지를 못하겠잖아.'

자기들이 듣기에도 이런 울음은 범상치 않은 모양이다. 



아랫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우는 아가가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단호히 마음을 먹다가도 '에이, 배고픈 게 얼마나 서러운 건데' 싶어 이내 분유를 타고 만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게 죽을 듯이 울다가도 젖병만 갖다 대면 바로 세상 온화한 얼굴로 둔갑한다. 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다. 


오늘도 최대한 둥가 둥가를 위시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정시키고 다독였다. 두 번 정도 실패해서 2시간 반 만에 먹이기도 했지만 총 940ml를 먹였으니 선방한 셈이다. 


휴ㅡ.

너무 안 먹어서 고민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안 먹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서 엄마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인 거구나. 


찰떡아, 

잘 먹어서 너무 고맙지만 우리 세 시간마다 먹는 걸로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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