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가 너를 소중히 여기는 거 알지.
응.
아빠도 너를 소중히 여기고.
(아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불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알 수 있다)
그러니 너도 너를 소중히 여겨야 해. 누구보다 너를 귀하게 여겨야 해.
잠들기 전 이불에 파묻혀 꼬물거리던 아이가 말끄러미 베개에 얼굴을 배고 나를 본다. 사위가 어둡지만 나는 안다. 희고 둥근 얼굴과 작게 발름거리는 콧구멍, 붉은 입술의 아이는 나를 본다. 분명 볼 것이다.
엄마. 원래 자기는 자기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야.
아이의 말에 나는 조용히 놀란다. 벌써 아는구나. 나는 한참이나 돌아 이제야 알게 된 것을 이 작은 아이는, 만 사 년의 시간을 살고도 아는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속으로 속으로만 생각한다.
딸, 엄마는 엄마를 미워하던 시간이 있었어. 오랫동안 미워하고 괴롭히던 시간이 있었어. 자신을 할퀴고 벼랑에 세우고 내가 나를 밀어트리던 시간이, 좁은 옷장에 스스로를 가두던 시간이, 네 주제에 하고 비웃던 시간이. 내가 나를 견디지 못한 시간이. 그런데 있지. 네 말이 맞아. 자기는 자기를 소중히 여겨야 해. 누가 뭐래도 자기를 그대로 인정하고 쓰다듬어 주고, 잘한다 잘한다 응원하고 넘어지면 무릎을 털고 일어나 약도 바르고. 그렇게 내가 나를 제대로 아껴줘야 해. 그리고 혹시 살다가 그걸 잠시 잊을 때가 오면 소중히 여기던 구슬 같은 마음을 다시 꺼내서 깨끗한 수건으로 닦고 닦는 거야. 참, 나는 소중한 사람이지. 귀한 사람이지. 그리고 스트레칭을 길게 한번, 또 숨을 길게 한번. 그리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지. 나를 소중히 하는데서.
하지만 나의 이런 말들은 필요 없겠지. 내가 오랫동안 알지 못하던 질문의 답을 너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아이는 곧 잠에 빠져들어 일정하고 고른 숨을 쉬고, 깜깜한 밤에는 오직 어린 나와 어른인 나만이 오도카니 서로를 바라본다. 어른인 나는 말한다. 들었니? 어린 나는 말한다. 응.
너도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야.
응, 이제 나도 알아.
한 몸을 가진 서로는 서로를 깊게 안아준다. 더없이 다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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