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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진 세 개의 눈더미는 단단하여서

by 윤신


하나 옆의 하나 둘 옆의 하나,

그리하여 셋.

몸이 되지 못한 세 개의 눈 더미.


바싹 마른 풀밭 위에 뭉쳐진 세 개의 눈 더미를 본다. 저게 뭘까. 멀거니 서서 덩그러니 놓인 눈을 같이 보던 그녀가 말한다.

-어제 몇몇 아이들이 세단의 눈사람을 쌓으려다 잘 안되던가 봐요.

눈사람이 되지 못한 머리가슴배, 세 개의 몸의 잔재들. 아니, 몸이 되지 않았는데 저것을 몸의 잔재라 부를 수 있나. 저들은 그저 굴리다만 시간, 올리다만 겨울은 아닐까.


부피와 무게가 비슷한 세 개의 눈 더미 앞에 나는 작게 상상한다. 아이들이 올리면 이내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거대한 눈 더미. 다시 올리면 떨어지고 또다시 미끄러지는 하나 옆의 하나, 둘 옆의 하나. 아이들은 제 몸보다 큰 눈덩이를 올리려 똑같은 힘을 마주 재고 맞추려다 넘어지고 까르르 웃고, 또다시 떨어지는 눈을 받아 올리고. 그러다 끝내는 장갑을 벗고 옷을 털고 빛과 온도가 적당히 따듯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오직 세 개의 눈 더미만이 덩그러니 얇은 눈 위에 서다 얇은 눈이 녹고도 서다 제 갈 길을 잃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않았을까. 하나 옆의 하나 둘 옆의 하나 그리하여 셋. 그리고 눈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꼭 하나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 사람은 왜 자꾸만 사람을 만드려 할까. 그냥 이대로 완성된 세 개의 눈 더미로 남는 건 어떨까, 저들끼리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루 만에 눈이 녹아 벌건 나무와 땅이 모두 드러나는데 눈만이, 눈의 모둠만이 멀리서도 보이도록 저들끼리 웃고 떠들었을 것이다.


해는 떠 있고 나날은 곧 봄이라는데 나는 그 앞에 서서 뭉쳐진 눈은 단단하구나 한낮의 빛에도 녹지 않을 만큼 단단하구나 마음도 그렇겠지 뭉쳐진 마음도 단단하겠지 그렇게 그렇게 이어서 생각하고 만다.


몸이 되지 못한 세 개의 눈덩어리가 아닌

각자의 몸을 지닌 세 개의 몸이자 마음이라고 그렇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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