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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May 22. 2024

스트-라이크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은 참패의 감각

나는 오늘도 나에게 졌다


미안해요

매일 하는 운동도 나를 이기는 데는 소용이 없나 봐

몸에 그렇게 좋다는 약도 전혀 도움이


얼굴을 한 대 때리자

겨드랑이에서 증오가 탄생했다

더럽고 망측해라

구정물을 뿌린 자리에서는

복수가 피어오르고


당신에게 좀 더 친절해지세요

당신을 좀 더 사랑하세요

당신이 당신을 살해하더라도

친절하게 사랑을


낭떠러지로 밀고 칼로 찌르고 손톱으로 할퀴어도 감았다 뜬 눈에는 맨 얼굴이 말갰다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제발 나 좀 죽여주세요

나를 죽이기 전까지 나는 이길 수가 없어요


지나가는 다리를 붙잡고 사정하자 다리의 주인은 내 눈알을 뽑아 숙련된 투수의 폼으로 매끈하게 던졌다 무수히 증식하는 거울 속의 나 속의 나 속의 나 속의 나는 은하보다 멀어서 홈런을 쳐야 해요 내 속의 나는 사실 저 깊은 곳에, 말하는 사이


스트-라이크


흐트러짐도 휘어짐도 없이

말끔하게 상대를 터트리는 

완벽한 타격 아래 


데루룩

발밑에서 구르던 물컹한 눈알은 제 앞에 선 다리의 주인을 봤던가 

싱긋 웃는 자신의 얼굴이 버젓이 거기에 있던가

  

넌 나를 이길 수 없지 

뻔한 결말의 비극적 코미디는 반복되고


박제된 뜬 눈알 그러나 

스트-라이크

그 울림만은 명쾌해서


참 신기하지


없는 목덜미도 서늘해질 수 있다는 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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