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풀이라는 거
너 알고 있었어? 풀이라서, 속이 빈 이파리줄기뿐이라서 과실을 자른 풀은
싹둑, 하고
잘라버린 다는 거 무수한 기둥은 바나나의 자가 복제일 뿐
숲 하나가 하나의 풀일 수도 있다는 거
거대한 온실 속 줄기를 뻗은
바나나는 생강목 파초과
까탈스러운 초록의 곡선을 잘라
달큰한 네 입으로
넣고
오물오물
그 입은 쉬지도 않고
꽃이 자라 바나나가 되고
꽃의 기억은 그 끝 까만 자국으로 남는다는데
풀의 다짐 같은 이 작고 흰 게, 꼭 제 줄기처럼 길게 뻗은 이게 바나나 꽃이라는데
우린 매일 꽃을 먹으며 살아
근데 여기 너무 덥다 저기 닭이 뛰어가네
스프링클러가 뿌리는 물은 참 시원하고
바나나가 현생이면
꽃은 전생일까
각자의 꽃을 끌어안고
아직은 초록인 긴 열매를 씹어먹으며
그래 그렇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나무는 아니지만 꽃을 피울 수 있는 생강목 파초과
풀이라 다행이다, 꽃을 피우고 잘려도 다시 태어나는 풀이라 다행이다 너는 말하고 환생하지 않아도 한번 꽃을 피우는 것만으로 축복이려나 나는 생각하고 닭은 아직도 뛰고 스프링클러는 츅츅츅 잘도 돌아가는데
이것 봐
손은 맞잡은 채 우리
서로의 꽃을 피워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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