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 있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을 망친다던가
이삿날 비가 오면 잘 산다던가
다리를 떨면 복이 난다던가
입으로 시작되어 마음에 심기는 미완의 신화들.
거기 서 있지 마 그 애가 그랬다.
너희 엄마 빨리 죽어 그 애가 그랬다.
볼이 붉은 아이의 말간 저주에
넘어질 듯 뒷걸음질 치며
나는 아빠도 없는데 엄마밖에 없는데
문지방 밟는 아이의 엄마를 죽인다는 신이 봤을까 눈알을 굴렸다.
봤다 해도 용서해 주세요 엄마를 데려가지 마세요
다시는 밟지 않을게요 이 경계를, 당신이 침을 뱉은 이 경계를
눈 뜬 악몽이 밤까지 지속되고 속죄와 약속이 이어지고
엄마가 소리도 없이 죽을까 봐 문지방 옆에 붙어 서서 엄마를 지켰다.
너 뭐 하니 저리 좀 가
진저리 나도록 그랬다.
어른이 되어 알게 된 미신의 원문은
문지방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지만
너희 엄마 빨리 죽어 그 애는 그랬다.
볼이 빨갛던 아이의 비명 같은 으름장이 입 주위의 버짐처럼 피던 밤
방에 누워 그 애의 엄마인가 아빠인가가 없었다는 게 떠올랐다. 반쪽을 붙들고 반쪽을 빌던 반쪽의 얼굴과 공포에 질려 굳어버린 반쪽의 얼굴.
반쪽은 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반쪽을 안아야 했을지도.
더 이상 나는 문지방을 밟지 않는데 문지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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