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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May 22. 2024

문지방에 관한 미신


미신이 있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을 망친다던가

이삿날 비가 오면 잘 산다던가

다리를 떨면 복이 난다던가


입으로 시작되어 마음에 심기는 미완의 신화들.


거기 서 있지 마 그 애가 그랬다.


너희 엄마 빨리 죽어 그 애가 그랬다.


볼이 붉은 아이의 말간 저주에

넘어질 듯 뒷걸음질 치며

나는 아빠도 없는데 엄마밖에 없는데

문지방 밟는 아이의 엄마를 죽인다는 신이 봤을까 눈알을 굴렸다.


봤다 해도 용서해 주세요 엄마를 데려가지 마세요

다시는 밟지 않을게요 이 경계를, 당신이 침을 뱉은 이 경계를

눈 뜬 악몽이 밤까지 지속되고 속죄와 약속이 이어지고

엄마가 소리도 없이 죽을까 봐 문지방 옆에 붙어 서서 엄마를 지켰다.

너 뭐 하니 저리 좀 가

진저리 나도록 그랬다.


어른이 되어 알게 된 미신의 원문은

문지방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지만


너희 엄마 빨리 죽어 그 애는 그랬다.


볼이 빨갛던 아이의 비명 같은 으름장이 입 주위의 버짐처럼 피던 밤


방에 누워 그 애의 엄마인가 아빠인가가 없었다는 게 떠올랐다. 반쪽을 붙들고 반쪽을 빌던 반쪽의 얼굴과 공포에 질려 굳어버린 반쪽의 얼굴.

반쪽은 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반쪽을 안아야 했을지도.


더 이상 나는 문지방을 밟지 않는데 문지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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