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런 매미 몇 마리
몸보다 큰 구멍이 뚫려
뿌리가 벌겋게 드러난 나무 앞에서
기도하듯 죽어 간다
이곳에는 속을 다 드러내
곧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것들이 가득해
산은 고요한데
안이 소요하여 텅 하고 비웠나
불지 않는 바람에 밀려
가끔 새가 떨어지던
살아있는 것은 조용하게 살아있고
죽어가는 것은 조용하게 죽어가는
그 둘은 다를 게 없구나
조금도 놀라지 않던 산에서
갈 곳도 없이
갈 마음은 더없이
만져지지 않는 먼 마음을 숲에 두고 일어서던
조용한 구월의 낮
이번 여름은 참 길었다지,
매미의 마지막 유언에
맞아 맞아, 말대꾸하며 살금 눈을 감던
드러내어 고요하고 살아있어 죽어가던
이십사 년 구월의 낮
이제는 일월
매미의 죽음에서 벌써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가끔
새가 멀리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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