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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뉴 이어

by 윤신


비상식량으로 챙겨 먹은

좌절은 자꾸 먹어도 쓴 맛이 나더라


말도 마 깨진 무릎은 나아질 기미도 없이


하필이면 넘어지는 자리에 돌멩이가 있고

같은 옷을 사도 혼자만 비싸게 사버리는

새로울 것 없는 새해지만


해피 뉴 이어


가족이 뭔지는 몰라도 가족을 끌어안는

우리는


올해도 괜찮을 거야 뭐가 됐든 엄청난 콜라보겠지

별 거 있겠어하다 별을 보고

못다 버린 습관을 다시 주워 담는,


부재중 없는 전화와 쌓이지 않는 적립들


어디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


읽던 시집을 던지다가 울어버렸다고 말했던가

식물처럼

고요한 침묵한 질긴 초록의

식물처럼

햇볕의 냄새와 빛을 삼키면서


벌어지는 상처를 볕에 말리고


기다리면 뭐라도 올 것처럼 몸을 웅크려

어딘가 숨은 잎을 하나씩 뜯으며

봄이 올 것처럼 나에게도 어떤

아름다운 질서가 있는 것처럼


깔깔깔

무너뜨릴 수 없는 절대적 고요,라는 말은 우습지만


시작과 끝이 겨울인 이유는 아마도 주제를 알라고

주제를 알아야 기다리고 포기하고 다시 뛰어오를 수 있으니

이 혹독을 시가 쓰여진들 잊지 말라고


그래 이 시에도 주제가 있어야 할 테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숨은 뱉어지고 시는 쓰여졌으니


해피 뉴 이어


사실 이게 이 시의 주제란다

말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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