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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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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9. 2020

결국엔 진심인 변명

그냥 그렇다고요, 20191106



Women are weak, but mothers are strong.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Julie Otsuka




며칠 전 쓴 글에 이 문구를 넣었다. 가슴이 아닌 머리에 주입된 문장을 그대로 뱉어낸 전형이다. 

태어나 제 이름을 외듯, 의미는 논외로 두고 덮어놓고 외워버린 수많은 문장들의 하나였다. 

그 글 아래, 댓글이 달렸다. 여자의 강함에 대해 넌지시 건네는, 인생을 자신의 감각대로 풀어나가는 지인의 코멘트였다. 


아차. 

정말이지 아차.


문구나 문장이 뻔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곰곰이 씹어보고 뒤집어 보고 파헤쳐 봐야지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점점 원 의미가 비틀린다. 

저 문장을 다시 보자. 여자와 엄마를 병치시키고 반대 단어를 써서 뜻을 강조하려 했지만 사실 이 문장은 굉장히 위험하다. 



첫째, 뒤의 뜻을 빌미로 ‘여자는 약하다’라는 문장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강하고 약한 건 누가 정한 것인가. 강한 여자는 없고 약한 남자는 없는가. 뭐,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체력이나 힘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이 글에선 그 구체성이 없다. 그저 ‘여자는 약하다’라고만 되어있다. 이 막무가내의 문장이 어리숙한 이의 머릿속에 들어간다면, 말도 안 되게 멍청한 사고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엄마는 강하다’라는 문장도 문제다. 아까 언급했듯이 일단 ‘약하다’, ‘강하다’라는 단어 자체가 위험하다. 게다가 이 문장엔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의 강요가 포함되어 있다. 엄마도 약할 수 있고 힘이 들고 지칠 수 있다. 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문구가 뜻하는 바를 잘 알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은 어쩌면 엄마가 지쳐 쓰러져 쉴 자리를 뺏을 수도 있는 말이다. 



모든 단정적인 말은 제각각의 염려를 야기할 수 있다. 내가 만든 기준으로 판단하고 다시 살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이 글은 긴 변명이다. 

-내가 그리하지 못한 데에 대한 

말에는 힘이 있다. 말한 대로 쓴 대로 생각은 물론,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저 글귀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Women are strong, 
but mothers are stronger.
여자는 강하다, 하지만 엄마는 더 강하다

by me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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