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20191108
문장을 몇 번이나 쓰다 지운다.
반복하다 보니 결국 한 문장도 남지 않는다.
잠시 내게 주어진 한 시간 남짓 동안 뭘 할까 고민한다.
30분이라도 걸을까, Paris in the rain을 들을까, 존 버거를 읽을까.
생각하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가만히 숨 쉬고만 싶다.
애초에 쓰려는 마음, 하려는 마음이 없었는지
어지러진 방 안 지친 몸을 가만히 두고 싶다는 마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저 멜번의 날씨처럼 마음이 변덕을 부리는지도 모르지만.
오늘 하루 수없이 오르내리는 내 마음속 롤러코스터에도 찰떡이는 잘 웃고 잘 울고 잘 먹고 잘 잤다.
그런 아가를 보며 무한처럼 느껴지는 반복 속, 나 역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만하면 됐지.
엄마의 하루로 괜찮지 않나.
약간의 피로와 적절한 통증을 벗으로 삼고 말야.
언젠간 아가의 웃음으로 씻겨내려 그리움으로만 남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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