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들러붙은 것을 떼내려다 손톱이 반쯤 떨어졌다 살갗에서 멀어진 손톱 틈새는 벌겋게 피다가 점점 백목련의 빛을 띠었다 아이보리도 흰색도 아닌 유약하고 물컹한 젖가슴을 닮은
요즘 옆집 여자는 걸핏하면 운다 환한 낮 식기 소리에 의자 소리에 뉴스 볼륨에 자다 깬 새벽 한번 똬리를 튼 눈물은 알을 낳고 부화한 눈물은 또다시 새끼를 치는지 길고 가는 울음이 가시질 않는다 망령이다 울음 뱀의 망령 낮게 몸을 비틀어 문틈으로 벽을 넘어 수백의 새끼를 치려고 한다
봄이라는 데 이제야 봄이라는데
손톱은 붙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젖을 뗀 아이와 같이 알 수도 없이 멀고 탐스럽게 벌어진 반투명의 케라틴은 제가 꽃인양 부풀어 오르고 그렇게 여섯 장의 꽃잎은 피어나고 언젠가 찢어버린 영수증처럼 흩날린다 너도 다르지 않을 걸 여자는 모르는 척 뱀을 떼어낸다 떨어진다 떼어낸다 멀어진다
추하게 지다니, 사람들은 자기를 보듯 꽃을 보네요
옆집 여자는 한마디를 남기고 집에 오지 않는다
봄이라는 데 아직도 봄이라는데
벌어진 끝의 살점은 손톱을 놓지 않는다 아직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신은 그 벌어진 사이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법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놓을 줄도 알아야지 백목련을 닮은 손톱이 몸을 활짝 편다 꽃이 핀다 바닥에 무수한 잎의 파편이 널브러진다
울음 가늘고 구불구불한 나선의 울음
컴컴한 실내엔 뱀의 축제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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