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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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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15. 2020

저는 잘 지냅니다

엄마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 20191111





아가의 통통한 볼살 너머 숨겨진 사람이 있다. 

까르르, 웃는 얼굴 뒤 혼자 지친 몸을 쓸어 담는 사람이다.



정형외과에 갔다. 마른나무같이 버석이는 손가락과 손목을 진찰받기 위해서였다. 생전 손가락이 이토록 아픈 건 처음이다. 4년 전 갱년기이던 엄마가 아침마다 손가락이 너무 아파, 하고 울먹일 때 고개를 갸웃했던 그 통증. 손가락이 아프단 건 퉁퉁 부은 듯한 마디를 굽히기도 고통스러운 거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뭐든 겪어봐야 안다지만 이런 식으로 알 줄은 몰랐다. 어쩌면 나 역시 갱년기가 되면 알겠거니 넘겨짚었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엄마와 딸은 그런 쪽으로 잘 닮고 마니까. 

손목 옆 동그랗게 튀어나온 부분을 살살 건드리면 아팠다. 인대 결절종이란다. 쓰지 않던 근육을 많이 써서 생겼다 한다. 손가락이 아픈 건 건초염이라고 한의학에선 산후풍이라고도 불린다. 사람은 뭐든 알아야 한다더니 '산후풍'이 이런 건지 전혀 몰랐다. 거대하게 아픈 건가 했더니 손가락이라니. 하긴 사소할수록 잔 신경이 많이 쓰이는 법이다. 게다가 손가락은 사소해 보이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새벽마다 잠에서 깰 때, 깨야만 할 때부터 

아가를 재우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허리든 손가락이든 어깨든 어디 한 몸 편한 곳이 없다. 

누군가에게 달려가 안겨서 울고 싶을 때도 많다.  

엄마는 출산에서부터 이 모든 고통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건가, 쓸쓸해졌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젖몸살로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난 젖이 잘 나오지 않았던 탓에 젖몸살을 겪진 않았지만 그 또한 제2의 출산이라 불릴 만큼 괴롭다고 들었다. 아주 커다란 수박 두 덩이가 가슴에 달린 느낌에 너무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한다. 


"출산만 하면 몸이 가벼워질 줄 알았더니만."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많이 들어도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같다. 

서로를 위로하던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난다. 


"그래도 아가야들 건강한 게 어디야. 정말 감사한 일이지."


둘 다 초보긴 하지만 엄마긴 엄마인 모양이다. 

그래도 간혹 서운할 때가 있다. 통통한 볼 뒤, 아가의 웃음 뒤 쓰러진 엄마를 전혀 생각지 않는 타인이나 누군가에게 향한 섭섭함이다. 아기'만'을 물어보고 아끼는 그들의 해맑은 빛 뒤에 엄마는 그림자로만 남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위한 안부나 위로는 어디에도 없다. 그림자는 그림자들끼리 서로의 어둠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아가의 막강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알기에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기의 '예쁨'만을 얘기하기엔 그 뒤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엄마와 아기는 한때 한 몸이었으나 동일인은 아닌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혹 주위에 아가를 낳은 이가 있다면 한번 넌지시 물어봐 주는 게 어떨까 싶다.

아가가 아닌 '네 몸과 마음은 어떻니? 건강하니? 아프지 않니?'

그리고 잠시라도 가만히 그 대답을 들어주는 건 어떨까. 


그녀도 분명 외로움과 고통을 아는 한 사람이고 여자이니까.  

엄마라는 이름 뒤에 지워진.





그럼 이만 오늘의 넋두리 the end.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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