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망가졌다

by 윤신



망가진 여름을 들고 수선집을 헤맸다

불어 튼 풀들, 찢어진 장마, 사방으로 부서진 햇빛

녹아 흐르는 도로


거의 다 파손되어 버려진 남쪽의 겨울도 고쳤다는 용한 곳이 있다기에

기차를 타고 멀리 갔다

다시 선명한 여름을 볼 수 있다면

어디든 가도 좋았다


잘게 부서져

유리처럼 반짝이는


닿기만 해도 아스러질 계절을

하나씩 주워

초록 보자기에 담았다


이 망가진 여름으로

누구도

불행하지 않고 불행을 끼치지 않*기를 빌었지만

햇빛이 뭉그러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번 여름은 조용하구나

그걸로 끝이었다


발끝에 물이 닿으면 수선집이라더니

그곳은 잔물결로 찰랑이며

동시에 환하고도 빛나는 곳이었다


잘리고 구겨진 여름을 고치고 싶어요.

나의 말에 여덟 개의 눈이 계절을 향하더니

여덟 개의 다리가 보자기를 풀었다


산산이 흩어진 여름의 민낯은

나의 내밀하고 잔잔한 비밀


여덟의 눈이 감기고

다리가 조각들을 발목 아래 가득한 물에 풀자

나를 할퀴던

부서지고 깨진 여름이

이내 물에 녹았다


그러려던 건 아니에요, 난 그저.

방울진 여름의 끝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뒤에 이어질 말을 찾는 동안 그가

새 매듭의 초록 보자기를 내밀었다


건네받자 안에서 찰랑, 소리가 났다


이게 뭐지요.

이것은 당신의 한 번 망가진 여름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여름


여름이 녹은 물을 아이처럼 끌어안고

다시 기차를 탔다

차체가 흔들릴 때마다 찰랑, 소리가 났고

구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




*성동혁 <뉘앙스> 132면 8번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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