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테이블

by 윤신


꽃처럼 목을 꺾어 웃던

여름이 한껏 취한 밤


우리는 어떤 토론인가를 했지

응, 응, 고개만 끄덕이던

지나버린 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무성히 자라는 마음에 대해서

매일 잘 닦아둔 깨끗한 불안에 대해서

말했어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다들 그대로도 좋은 듯

비어 가는 잔을 부딪혔지

발끝부터 오르는

끈적한 취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펜넬 향이 가득한 당근 레페와 꾸스꾸스를 입에 넣던

가을 뒤로

고양이가 지나갈 때

겨울은 미안해, 춥게 해서 미안해

잘게 자른 빵을 던져줬지


같은 테이블에 모여 저마다의 시간을 사는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만날 수 있음이 그저 기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초록의 의자를 밀며

먼저 일어날게,

하고 취한 여름이 엉킨 발음으로 말할 때

돌아가며 여름을 모두 세게 끌어안았어


또 보자 즐거웠어

우리는 미정과 미완을 사랑하니까

언젠가의 언젠가

네가 좋아하는 바다로 가자


취한 말들이 오고 가는 밤


그래, 어쩌면 취한 건 여름이 아니고 나였던지도 몰라


시원한 청포도 와인에 뺨을 대고

붉게 오른 모기 자국을 찰싹 때리며

여름을 축복하던 것은


차가운 술과

뜨거운 이마


아무 말 없이 모두가 일어서는 동안

테이블 어딘가 작은 여름의 조각 하나쯤

남겨 두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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