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구월 어느 하루 관음사 갔다가
도서관 가거나
저녁에 선선히 데이트할 수 있는 날이 있어?
라는 너의 선선한 물음에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어. 왜일까. 사실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지만. 누군가의 부름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시간을 보내자는 다정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어느 모양이로든 지나가고야 말 그 시간에 '우리'를 같이 섞여 보내자는 그 말이.
나는 구월도 관음사도 도서관도 저녁도 데이트도 좋지만 너는 더 좋아. 꼭 만나. 구월에 만나면 더 좋겠지만 구월이 아니라도 만나. 우리가 이끄는 매일의 무수한 돌봄과 인식과 일상과 필요와 웃음과 실망과 반복을 지나 어느 하루 짠! 하고 떨어지는 유성우처럼 만나. 쏟아지는 햇빛이 기울어지고 저무는, 그 시간 같이 기울어지고 같이 저물어 손 꼭 잡고 걷자. 그러면 좋겠어. 정말 그러면 좋겠어. 걸을 수 있는 만큼 걷고 볼 수 있는 만큼 보고 웃을 수 있는 만큼 웃고. 잘 닦아놓은 각자의 희망을 서로에게 비춰보기도 하면서.
만나려는 마음에는 가벼운 고백이 있어 그 가벼움으로 오늘치의 불행쯤 가벼이 넘겨버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우리 만나. 구월이든 구월이 아니든. 만날 수 있을 때 기꺼이 만나. 자신의 하루를 담담히 잘 지켜낸 이들의 말간 얼굴로, 서로가 그랬으리란 단단한 믿음으로.
기다릴게. 오랜만이어도 분명 선선히 만날 우리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