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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탄생

by 윤신



편지를 쓸 때 이름 남기기를 좋아한다.

성을 붙여서나 떼어서나.

아이의 생일이라 또박또박한 글씨로 마음을 적고 맨 아래 쓴 엄마라는 글자 뒤에 이름을 적으려다 멈췄다.

엄마들이 엄마로만 불리는 것이 그렇게 견딜 수 없이 싫었는데

너에게 엄마는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엄마는 그 어떤 단어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내 안 어딘가가 연하고 물러졌다.


엄마가,라는 말.


너의 서툰 첫걸음과 40도가 넘던 이마의 열과 작은 양서류의 것처럼 축축하던 손과

처음 자른 머리칼과

울며 안겨오던 어린이집 첫 등원일이나 무한한 바라봄,

온통 초록과 웃음이던 산책과

점점 넓어지는 감정과 언어,

나를 보는 오랜 눈빛,

누를 수밖에 없는 사진의 셔터,

늘어나는 기도들과

끝없는 종알거림,

오르내리던 너의 작은 가슴을 지켜보던 밤.


모든 순간을

합해도 형언하기 어려운.

하지만 알고 있지. 언젠가는 나는 너의 모든 순간을 모를 테고

우리의 모든 순간은 옅어져 갈 테지.

그러니 어쩌겠어. 나는 지금의 나와 너를

우리를 껴안을 수밖에

우주가 뿌셔질 때까지 사랑해,라는 너의 말에 나도 우주가 터질 때까지 사랑해, 답할 수밖에.


나의 무지개

나의 심장

나의 아기 양

태어나 줘서 고마워.

나를 엄마로 다시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


어쩔 수 없다. 배를 가른 것을 기뻐하고,

벌건 마음을 갈라 보여 버리는

너의 생일날,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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