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을 달싹이며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말들이
내 몸에는
수액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손끝에 매달린 투명한 낱말과
내장을 가득 채운 눈빛
비발화의 몸뚱아리들
버리고 싶어도 언어가 되기 전까지
버릴 수 없는
아마도 신이 아닌
내가 내게 내린 귀여운 저주겠지요
쓰지 않으면 몸은 무거워 가라앉으리라,
결국은 누구나 가라앉겠지만
어제 새벽엔 꿈을 꾸었습니다
무수한 말들이
살갗 아래에서 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꿈이었습니다
스 멀 스 멀
팔목에서 겨드랑이를 지나 끝도 없이
내 몸 구석구석을 훑고 피부를 뚫으려는 듯
꿈에서 깨어
몸을 쓰다듬자
벌레가 지나간 자리마다
살갗이 올라와 있습니다
몸을 털어낼 때마다 비릿한 피냄새가 납니다
언어가 되지 못한 날 것의 냄새
꺼내지 못한 말들
숨겨둔 말들
설명할 수 없던 말들이
내 몸에 기생하여 벌레처럼 자라난 것은 아닐까
또다시 주렁주렁 발화 이전의 문장들을 달고
걷습니다
쓰지 못할 때 나는 걷고
말들은 발끝에 매달립니다
납 같은 몸으로
갖가지 언어가 들러붙은 몸으로
불쑥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보니
입 사이로 커다란 나비 하나가
몸을 비집고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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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건 시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이 시를 쓰고 나니 누군가 내게 했던 질문이 떠오릅니다. 제 글들을 보고 '혹시 의료계 쪽에 일하시나요?'라고 물었던 일이요. 그 글들은 그저 수영을 하고 길을 걷는 그런 글들이었는데요. 내가 쓰는 글에는 유독 신체가 많이 나오나 봅니다. 왜일까, 왜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