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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캔슬링

by 윤신



알아차려야 할 징조는 수없이 많다. 갈라진 식물의 잎이라던가 서서히 떨어지는 흰색 타일, 자동차의 경고등, 도서관의 대출 연체 문자, 흐르다가 멈추는 생각.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생각을 하기는 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벌어지는 수많은 예후와 징조들.


멈췄다가 가는

가다가 멈추는


질문들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소용없는 것들의 소용을 조용히 주장하는 사람을 닮고 싶은가, 나는.

나만을 바라보는 이들을 떠나 나를 바라지도 않는 이들에게 기어서라도 인정을 받고 싶은가, 나는.


결국 밤과 새벽.

그 사이를 제 멋대로 조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나로서 무언가를 채우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길은 돌아

돌고 돌아


안돼,라고 말하는 나를 옷장으로 밀어 넣고 잠시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기로 한다. 예후와 징조 역시 입을 틀어막아 옷장 구석에 박아 둔 채 덩굴을 손으로 뜯고 나갈 예정이다. 물이 차면 물을 휘젓고 오르막이 있으면 숨이 차도록 오를 것이다. 어차피 밤과 새벽. 모든 것은 죽기 직전까지의 일들. 그 사이에서 불어나는 소용없는 발화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일들에게만 나의 연약하여 깨지기 쉬운 집중을 쏟아. 회빛 세계에는 나의 태생적인 오연함을 보이리라. 노이즈캔슬링. 실현되지 않는 침묵에 기대 모른 척, 나의 이들만을 살뜰히 돌아보리라. 아이가 넘어지면 같이 넘어지기도 하리라. 이 기울어진 세계에서


모든 장대함은 미천함에게 빚지고 있으니.


푸른 분무기에 물을 담아 식물에 분사하고 내일은 도서관에 가려고 한다. 지하철에 타 미뤄둔 숙제처럼, 흩어진 생각을 붙잡아 곱씹기라도 할 것이다. 그저 오늘도 밤과 새벽 사이를 살아낼 것.

그런데 아무리 시동을 꺼도 붉은 자동차 경고등은 좀처럼 꺼질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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