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여행에서 돌아왔다. 알던 사람들을 만나고 알던 거리를 지나 알던 장소를 가는 보통의 시간들이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몇 번이나 반복해 돌아가고 마는 부루마블의 나라들처럼 그곳에 가면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과 공간이 있다. 좋은 것은 횟수를 떠나 존재한다. 만약 긴 시간에 걸쳐 내가 갔던 곳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점을 찍는다면, 그 형태는 무한히 돌아가는 나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 두고 조금 멀어졌다가 돌아오고, 또 같은 자리를 지나 나아갔다 돌아오는. 혹은 열 개 미만의 점으로 이루어진 도형들일지도 모르겠다. 꼭 다음 노선이 쉽게 예측되는 버스 정류장처럼.
친구와 그녀의 아이, 사소한 책방, 남산동 성모당, 서문시장, 가죽 공방, 두류공원, 커피플라자, 소명커피바, 중고 서점.
몇 개가 추가되거나 빠져도 비슷비슷한 건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것을 자꾸 보고 자세히 보려는 마음은 쉬이 변하지도 식지도 않는다.
여행에서 다녀와 몸무게를 재니 2kg이 빠졌다. 아이와 둘이 다녔는데 아이는 지친 기색도 없이 싱그럽다. 여전히 뛰어노는 아이와 달리 나는 침대에 누워 첫째 날, 둘째 날, 그곳에서의 시간을 복기하며 다시 한번 여행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은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이라지만 나는 아니다. 준비하는 일은 나에게 그야말로 일이다. 노동에 가까운 것이다. 전혀 모르는 외국을 갈 때조차 자세히 검색하지 않고 즉흥적인 운과 기회를 믿는다. 하루 한 군데 정도나 정해 놓을까. 대신 여행 하는 과정에 온 감각을 밀어 넣고 일정이 끝난 뒤 그날 갔던 곳 만난 사람, 그 순간에 대한 단상을 몇 번이고 씹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행하기 전 설렌다지만 나는 여행을 하는 순간, 여행을 마친 순간 미칠 것 같이 설렌다. 이번에도 일주일의 며칠은 그날의 감정에 벅차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아이의 눈빛, 싱그럽던 필로덴드론, 엄마의 웃음, 책의 문장, 누군가의 농담. 터질 것처럼 부푼 풍선 같은 마음이 한밤의 방안을 오래오래 떠다녔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살이 빠진 건 어쩌면 나의 경애하는 곳과 것에게 살을 남겨두고 와서가 아닌가, 기꺼이 내가 머물던 곳에 내 체액과 살을 조금씩 먹이고 온 게 아닌가, 하는.
나의 여행은 끝나고서야 다시 시작한다. 버스로 돌아와 한 칸 한 칸, 내가 건넜던 칸들을 맨발로 다시 건넌다. 여행의 순간들은 무한히 재생되고 나는 언제든 시간을 넘어 그곳에 간다. 새벽의 나는 그들을 만나 앉던 자리에 앉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끝나고, 이 모든 순간이 끝나고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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