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들

by 윤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요가를 이야기하는 일과 수련이 끝난 뒤 집 대신 바다로 향한 일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도착한 바다는 썰물의 시간이었다. 예측하지 못했지만 알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밀물이었다면 그곳의 느낌은 달랐을 수도 있겠다. 물이 밀려들어오는 속도는 의외로 빠르고 거세니 검푸른 파도 소리에 나 역시 휘몰아 밀려드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도로시처럼 오즈의 나라에 떨어진 기분일지도. 하지만 물이 빠진 바다엔 오직 갈매기 소리만 머물 뿐이다.


요가 덕분에 일상에서 숨을 의식하는 일이 잦다. 코에 들어오는 초봄의 공기는 아직 차갑고, 한낮에 실컷 달아오른 열기는 이미 식은 지 오래다. 물가에 서서 무의식적으로 바깥으로 향한 오른쪽 발을 본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발끝을 조용히 바로잡는다.


좋든 싫든 요가를 하다 보면 나의 몸을 자세히 보게 된다. 이런 곳에 점이 있었네, 새삼 놀라는 일도 있다. 거울에 비치거나 타인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기란 어렵다. 그래도 눈을 실금으로 떠서라도 바라본다. 오른쪽과 왼쪽 어깨의 비대칭, 애써 버티려 떨리는 몸, 크고 작은 무릎의 흉터,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 접히는 주름까지 그대로 응시한다. 거기에 있네, 거기에 있구나. 가만히 쓸어보기도 한다.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울음이 터진 아이를 달래듯 크게 숨을 쉬어 보라고,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어 보라 속삭인다.


한 번은 우르드바하스타에서 몸을 접어 웃따나로 이어질 때였다. 하늘로 뻗은 손과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며 정강이 쪽으로 붙이던 중 곁에 있던 선생님이 말했다. '발끝을 보세요, 모든 일의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 있어요. 미세한 부분이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나의 왼쪽 발가락인가가 아주 살짝, 몇 mm정도 앞에 위치해 있었다. 그 몇 mm로, 내가 기울어질 수도 있을까. 왼발을 살짝 들어 바르게 정렬한다. 불완전한 내 몸이 만들어 내는 곡선과 일직선. 부풀고 수축하는 숨. 몸이 만들어내는 반복의 흐름에 집중한다.

오늘 수련의 시작은 차분한 달의 기운을 받는다는 달경배 자세(찬드라나마스카라)였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자세가 반복되며 몸이 천천히 열린다. 수련을 이어갈수록 어려운 자세를 겁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어렵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후굴은 여전히 힘들고 다른 아사나에서 흔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오래 수련한 이의 지도를 더 믿어 보기로 한다. 신경을 좀 더 호흡에 두고 몸을 의식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지도자의 안내로 더 뻗어지는 만큼. 그 뒤의 각도와 범위는 내 의지 밖의 일이다. 불현듯 좀 전에 본 바다를 떠올린다. 비어 있든 차 있든 내가 그곳을 향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늦봄이나 초여름, 새벽 바다 앞에서 요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바람이 찬 오늘로서는 그것 역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오늘의 달은 그믐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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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