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수련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은 점점 또렷해졌다. 지난 시작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부재로 휘청이다가 맨몸으로 다시 시작하던 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안다. 이번에도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홀로 시작할 것이다. 시작은 어떤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일이다. 다른 선택지들과 달콤한 도피를 내려놓는 일. 두려움 속에 오롯이 나를 내어놓는 일.
기다리던 그의 이름은 자신自信이다. 다른 말로는 확신.
빛이 환한 요가원에 덩그러니 앉아 갓 우린 보이차를 마시며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를 그를 생각했다. 나는 유독 후굴이 힘든데 하타 요가는 후굴이 기본이 되는 자세가 많다. 종종 수련을 하다 잠시 앉아서 쉴 때면 선 자세에서 몸과 고개를 뒤로 젖혀 바닥에 손을 짚는 이들을 지켜본다. '요가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턱도 없지. 그들과 나의 거리는 너무 선명해서, 비교라는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니까.
그럼에도 호흡을 정련한다. 갈비뼈를 열어 가슴 가득 숨을 마시고 길게 내쉰다. 고요한 리듬에 살갗이 차분해진다. 하나의 호흡이 다음으로 이어진다. 몸은 선처럼 흐르다가 어느 순간 점처럼 멈춘다. 머리 서기를 5분쯤 하고 내려왔을 때, 선생님이 말했다.
그 시간을 버티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버티려던 자신에게 느껴지는 기특함, 기쁨. 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몸 안에서 일어납니다.
어떤 지점이 있다고 치자. 우리는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도달하지 못한다. 하나를 신경 쓰면 다른 하나가 무너지고 새로운 문턱이 생겨난다. 막막한 지점에서는 길게 숨을 토해도 본다. 오늘 안되더라도 내일 조금씩, 모레 조금씩 발끝 하나라도 더 밀어 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해보려는 마음. 잘 되지 않는 것을 끝내 붙드는 마음. 하긴 그게 어디 요가뿐인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세요. 자신이 잘하는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게 수련하세요."
낮밤의 꽃잎처럼 마음이 움츠렸다 펴지고 있을 때였나. 선생님의 말이 어느 때보다 가깝게 들렸다. 못하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잘하는 것에 마음 쓰기. 언젠가 친구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네 약한 부분보다 강한 부분에 더 집중하라고. 약한 마음이 아닌 강한 마음에 한번 더 힘을 실어 주어 보라고.
지도자 수업으로 내가 얻을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불안을 이겨내고 나를 믿는 일이 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한다. 모든 이가 같은 선에서 시작하는 일은 애초에 없다는 것. 그러니 함께 배우되 차이를 인정하며 결국은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
둥글 게 열린 몸과 마음으로 마주한 몸들을 생각한다. 그 몸들은 오롯이 각자의 힘으로 서 있을 것이다.
아직 그는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발 하나를 디디는 순간, 불안은 그만큼 뒤로 물러난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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