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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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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30. 2020

엄마, 내 엄마

三代, 20191124




엄마는 출가한 딸의 집에서 짧은 하루를 보냈다.

86일 전 태어난 손녀를 보기 위함이었다.


"귀엽네."


천상 갱상도 여자인 그녀는 말이 길지 않다.

동생 가족과 저녁을 먹고 그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했다.

알뜰살뜰, 요리에 재주가 없는 그녀의 딸 탓이다.



그녀를 보내려는 버스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감정이 길을 잃었다.

왜 이렇게 난데없이 솟구치는지 막을 도리가 없다.

엄마 또한 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고

어색해서인지, 엄마의 직감인지

데면데면하게 버스에 오른다.



이젠 저기서 내 얼굴이 제대로 보일 리 없다.

눈물이 길을 만들도록 내버려 둔 채 창문 너머 엄마에게 얼굴 가득 웃어 보였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어린 시절, 엄만 나와 동생을 외할머니 댁에 가끔 그리고 오래 맡겼다. 몇 달인 지 몇 주 만에 한 번씩 엄마가 찾아오곤 했는데 하루나 이틀을 함께하던 엄마가 떠날 때면 난 엉엉- 울고 말았다. 어차피 다시 올 것도 알고, 영영 어디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속상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꾹꾹 참고 이를 악물어도 내 눈 주위는 곧 벌겋게 물드는 것이었다.

오늘 그때의 어린 내가 찾아왔다.

엄마가 탄 버스를 끝까지 지켜보다 끅끅거리고는 이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엉엉 울었다.

세상은 눈물과 비로 뿌옇게 흐려졌다.

'억지로 좋은 카페라도 데려가 더 있을걸.'

후회했지만 그게 눈물의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곁을 떠나는 게 마음 아팠다.

멀리 떨어지는 게 속상했다.

그저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졸졸 쫓아다니는 아기가 된 것만 같았다.



그녀와 함께 나른한 일요일 그녀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멍하니 동물농장을 보다 목적의식 없이 하룰 보내고 '보들보들 감자 삶아줘'하고 응석 부릴 날은 이젠 없을지 모른다.

대신 나에겐, 어딘가 그녀를 닮은 작은 아기와의 시간이 훨씬 길어 그녀와 함께하던 일상을 이젠 나의 딸과 소복이 쌓을 것이다. 이것 또한 감사한 시간이다.



아, 그래도 왜인지 오늘은 자꾸만 자꾸만 그녀 냄새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싶다.

엄마, 엄마하고.


까만 밤, 아직도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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