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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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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03. 2020

그러면 참 좋겠다

응, 그러면 좋겠다, 20191127




따뜻한 햇살을 품은 네 웃음과

온몸에서 나는 달큼한 냄새,

가지런히 길게 뻗은 속눈썹, 

살며시 잠들 무렵 내 검지 손가락을 꼭 잡는 네 작은 손, 

도토리 백개를 입에 문 다람쥐의 볼 같은 두 뺨, 

우유와 땀냄새가 절여져 콤콤한 네 목덜미 냄새, 

가끔씩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하얀 코딱지,

고양이 털보다 훨씬 보드라운 네 머리칼, 

하얀 순두부보다 더 하얀 속살, 

한 번도 바닥을 디딘 적 없는 아빠 닮은 작은 두 발,

온 얼굴과 진심으로 옹알옹알 달싹이는 네 입술. 



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감각을, 사랑스러움을

꼬깃꼬깃 모두 접어 내 가슴에 넣었다가

언젠가 가끔 그리울 때 

한 번씩 펼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의 너를 조금씩 주머니에 숨겨뒀다가 

어느 먼 내일에 짠, 하고 꺼내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아아, 

그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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