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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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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17. 2020

똑↗똑↘똑↗

쪽쪽이에 대해서, 20191212




저마다의 집에선 공갈 젖꼭지를 뭐라고 부를까. 

잘 모르긴 해도 ‘공갈 젖꼭지’나 ‘인공 젖꼭지’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존재의 곁에 있기에 너무 딱딱한 음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애칭으로 전혀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예를 들어 ‘빌리 billy’ 같은 소년의 이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빌리 엘리엇에 감화받았던 아니던 정말 그런 별명을 단 쪽쪽이(우리 집에선 무난하게 '쪽쪽이'로 통한다)가 세상엔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참, 방금 떨어트린 빌리가 어디 있지? 설마 고양이가 갖고 놀고 있는 저건 아니겠지.’



혹, 철자가 같아도 부르는 성조나 리듬은 다를 것이다. 집마다 쪽쪽이를 입에 물리는 방법도 다 다를 테고 말이다. 난 쪽쪽이를 입에 물리기 전 부드러운 아가의 산홋빛 입술에  ‘똑똑똑’ 노크를 한다. 그냥 밋밋한 음音이 아니다. 첫음은 높게 다음 음은 그보다 조금 낮게, 마지막 음은 가장 높게 노래 부르듯 한다. 

똑↗똑↘똑↗! 

정확한 음정은 찹쌀떡 군에게 언제 한번 물어봐야겠다. 피아노로 친다면 어떤 계이름이 될지 말이다. 은근 음치인 나와는 달리 그는 절대음감이니까 이럴 땐 의외로 요긴하다(사실 일반 회사원의 절대음감은 평소엔 두각을 나타낼 일이 없다). 



불편해하던 한 달 전과 달리 아가는 잠이 스르르 올 때면 이젠 제가 알아서 쪽쪽하고 곧잘 물게 되었다. 이것도 한걸음의 성장이라면 성장일 것이다. 쪽쪽이를 물던 입에 힘이 빠지고 스르륵, 잠이 들면 도레미(쪽쪽이가 빠진 뒤 자는 표정의 변화가 ‘도레미’ 리듬 같다) 표정을 짓고 자는 아기의 쪽쪽이 성장기랄까. 



참, ‘똑똑똑’ 노크를 하기 전 또 하나의 놀이가 있다. 쪽쪽이를 비행기처럼 낮은 하늘을 날리는 시늉을 하다 찰떡이의 입술 위에 착륙시키는 것이다. 먼 여행을 다녀온 쪽쪽이처럼. 

아니, 아가에게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먼 길을 찾아온 친구처럼. 



오늘 밤도 쪽쪽이는 긴 여정을 마치고 아가에게 돌아와서 인사를 한다. 

안녕, 똑↗똑↘똑↗ 

오늘도 네가 평온히 잠들기를 바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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