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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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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19. 2020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벌써 마지막 달, 20191211





어제 알게 된 책 제목,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언젠가 읽어야지' 목록에 넣어본다. 제목부터 와 닿는 이유다. 



무수한 반복과 변주 속에서 지내다 달력을 보니 12월 11일이다.

2019년 12월 11일.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달력을 보는 사이에도 지나는 1초, 1분, 한 시간의 개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언제나 '마지막'이란 단어는 뭐라도 끄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흐를 뿐인 시간에 계절을 붙이고 12시간의 굴레를 씌운 건 인간의 편의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요일을 만들고 달을 만들고 해를 만들어 좀 더 관리하고 통일하기 쉽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의 제목에선 그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사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무의미할 때가 많다. 아기와의 생활에서 실재하는 시계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기의 생활리듬이 곧 시계다. 아기가 배고플 때, 노오란 똥을 쌌을 때, 잠투정할 때. 그때마다 엄마의 알람이 켜지고 반사 행동은 시작된다. 

게다가 초승달 눈을 하고 방싯 웃는 아기와 눈 맞춤하는 시간과 난데없는 울음을 대할 때의 시간의 길이는 절대적이지 않다. 어느 기자의 '상대성 이론은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말이 있다.

"난로 위에 있으면 1분이 한 시간 같고, 미인 옆에 있으면 한 시간이 1분 같은 겁니다."

정말이다. 아기와의 시간 역시 상대적이다. 



오늘도 찰떡이는 요즘 골몰해 있는 '뒤집기'에 힘을 쏟았다. 

으아아아 왕!! 하는 소리를 내며 있는 힘을 다한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눈은 땡땡 붓는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래도 안 되나 보다. 이른 아기들은 70일부터도 한다지만 상관없다. 이것도 상대적이다. 우리 아가가 뒤집을 때가 뒤집기의 적기다. 하지만 여간 용을 쓰는 게 아니라 조금 안쓰러운 마음에 살짝 엉덩이를 밀었다. 뒤집어 질듯 기우뚱하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돌아온다. 작은 힘이 보태졌다가 금방 사라지는 바람에 다시 하늘을 보게 된 찰떡이는 짜증을 내다 이내 시도한다. 그러나 절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머지않아 찰떡인 휘딱, 몸을 뒤집을 것이다. 



목과 상체에 힘을 줄 때도 그랬다.  

2주 전만 해도 엎드려 있는 자세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가가 이젠  엎드려 놓으면 고개를 바짝 들고 주위를 살짝 살필 여유까지 부린다. 하지만 이렇게 고개를 잘 들기 전엔 '터미 타임 Tummy time'이란 말보다 '고문'이란 말이 어울렸다. 생후 30일 정도부터 상체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 하루 3분 정도 터미 타임을 가졌었는데 정작 엎드려서 괴로워하는 아기를 보다 보면 난 1분도 안 돼 '에라이, 모르겠다. 할 때 되면 하겠지.'란 마음으로 다시 빙글 돌려놓곤 했다. 사실 터미 타임이든 초점책이든 모두 부모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지 어련히 할 때 되면 하지 않을까 싶은 게 내 속말이다. 

물론 더 수월히 아가의 성장을 돕는 건 부모의 큰 역할이지만.



다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거의 보름만 지나면 2020년이다. 

2020년 하면 떠오르는 원더 키디(어머, 전 본 적은 없어요,라고 둘러대 봤자 소용없겠지)는 그 당시로서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한때의 미래가 조금만 있으면 오늘이 된다. 

만화에서 나온 미래의 모습은 내 인생 어디에도 없지만 그래서 다행이다. 익숙한 이들과 배경에서 살던 삶을 이어가고 있어서 좋다. 

무한 반복의 하루들 속에서 짬짬이 피어오르는 단내 나는 순간이 있어 2020(미래)도 두렵지 않다. 

흐르는가, 흐르지 않는가의 문제보다 그 가운데 벌어지는 이야기들. 

웃음, 대화, 만남, 따뜻한 차, 찰떡이, 그래 우리 찰떡이. 

그런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곧 알게 될 것이고 시간에 대해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의미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다. 

웃음엔 웃음으로 답하듯 진지한 질문에 나만의 진실한 대답을 갖는 것도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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