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 근처의 고용센터를 엄마와 방문하게 되었다. 나라에서는 많이 도움을 주었다. 아직 일을 하지 않았지만 고용센터가 잡아준 일정대로 움직여도 돈을 계좌에 입금해 주었다. 나를 상담하는 공무원이 집단상담을 오면 또 돈을 준다고 했다. 나는 취업하려면 해야 하는 거니까 하겠다고 했다.
나는 상고출신이라고 회계 관련 자격증을 따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 계획이 없이 고용센터를 방문했었다. 회계분야로 공부하는 것도 상담 공무원이 정해주었다. 직업심리검사, 계획표 등을 했다. 그래도 돈이 나온다.
집단상담의 날이 되었다. 나는 집이 가까웠지만 약속시간에 제일 늦게 도착했다. 약속된 장소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는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다른 방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집단상담이었다.
상담선생님은 여자분이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각자 별명을 적었다. 나는 내 이름과 비슷한 별명을 지었다. 상담선생님도 우리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별명으로 불렀다. 프로그램은 이틀 진행되었던 거 같다. 같은 조를 이룬 사람들도 계속해서 바뀌었는데 나는 희한하게 자리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조를 이루어 진행하였다. 몇 가지 주제를 주고 그것에 대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못한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나에게 발표를 하게 시켰다. 조원들과 오바마에 대해 조사를 해서 발표할 내용을 만들었다. 같은 조원 중에 남자가 자신은 정관인데 여기까지 와서 집단상담을 받는다고 했다. 나는 첫 시간에 지각을 해서 조금 부끄러웠다. 집도 가까운데 늦게 온 거였다.
나는 이왕 하는 발표 잘하자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했다. 발표 내용을 조원들과 같이 조사한 거라서 나는 숟가락만 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내가 바라던 대로 발표를 잘했다는 평을 들었다. 나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는 혼자 기분이 들떴던 건지 별명이 미니라고 하는 조원한테 이름이 민희냐고 물어봤다. 괜히 물어봤다. 그 여자조원은 경민이라고 했다. 그러고 기분이 나빴는지 "한 대 칠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그 말을 조원들 모두가 들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어 다 같이 내려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모의면접을 했다. 상담선생님이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봤다. 나는 그 프로그램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당신을 이 면접에서 뽑아야 하냐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진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원석이라 일을 배워가며 좋은 보석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한 거 같다. 당연히 선생님은 "아주 식상하네요."라고 했다.
그 나랑 사이가 안 좋아진 여자조원은 모의면접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 보는 걸 다 볼 수 있었는데 그 여자조원은 복싱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얘기를 했는데 상담선생님이 아주 흡족해했다.
그리고 집단상담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얼마 전에 엄마가 집에서 "너 왜 집을 멀리 돌아오냐."라고 했었다. 정말 나는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데 멀리 돌아서 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조원이 내 뒤에 오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보자 무섭다고 생각했고 정말 맞기라도 할까 봐 얼른 집으로 돌아왔었다.
다음 날이 되어 프로그램을 하러 갔다. 어제 같은 조였던 사람들이 같이 앉았다. 남자조원이 어제 일이 잘못됐다고 얘기를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또 조원들이 바뀌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자기소개서를 적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여자 조원들이 왜 적지 않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단상담이 모두 끝이 났다. 아직도 그때의 일은 별로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고용센터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는 기간 동안에도 돈을 주었는데 역시 공짜는 없나 보다 한 이틀 하는 집단상담도 내게는 조금 버거웠다. 나는 그걸 하고 5만 몇 천 원을 받았던 거 같다.
그 회계공부도 얼마 못 가 때려치웠다. 엄마랑 상담공무원을 실망시키고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