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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하다

공장 일보다 더 힘들다

by 이름

나는 학원에서 잘리고 난 다음에 커리어넷에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다. 호텔, 귀금속가공업체, 베트남쌀국수가게에 면접을 보러 다녔다. 호텔은 호텔관광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튀는 사람이었다. 나랑 아무 연관이 없는데 오로지 활동비를 받기 위해 다녔다. 귀금속가공업체에서는 귀금속을 배달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다시 간호조무사 공부를 해야 해서 시간이 안 맞다고 스스로 면접에서 나왔다. 마지막 베트남쌀국수가게는 취업이 되어 잠시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베트남쌀국수 가게는 왜 일하러 다닌 건지 모르겠다. 그 일도 잠시뿐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와 쌀국수가게를 차린 여자 사장은 취사병 경력이 있던 남자 실장의 말을 듣고 나를 잘랐었다. 아직 가게가 열기 전이라 일도 배울 겸 다른 체인점 가게에서 일을 배웠었다. 홀에서 서빙을 할 건지 주방에서 일을 할 건지 물었다. 나는 주방에 가겠다고 했다. 근데 주방이 더 나은 거 같았다. 홀에서 일을 하는 여자 종업원이 오자마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요리라는 것도 정말 공장만큼 어쩌면 공장 일보다 더 위험하고 힘들었다. 나는 생초보라 튀기는 일을 맡았는데 조심조심 일했었다. 여름이었는데 덥기도 했고 기름이 튈까 봐 조심스러웠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출근해서 하루종일 서 있었다. 나는 튀기는 일을 하다 보니 급하게 튀기다 다치는 것보다 미리미리 튀겨놔서 나가는 게 낫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근데 퇴근할 때는 너무 많이 튀겨놔서 직원이 집에 가져가라고 했는데 안 갖고 갔다.


그 가게는 베트남 사람도 같이 일을 했는데 처음 봤을 때는 한국사람인 줄 알았다. 나한테 잘 대해주었는데 나는 그 여자 직원이 굉장히 예뻐서 질투를 한 거 같다. 게다가 거기 셰프가 굉장히 잘생겼었다.


같이 왔던 남자실장이 주방에서 일을 하는데 나더러 해운대지점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옮겨가는 거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 같았다. 하지만 해운대 지점에 가서 열심히 일을 했다 한 2주 정도 한 거 같다. 퇴근하고 돌아가는데 그곳의 셰프가 떠올랐다. 그는 젊고 잘생겼었는데 온몸이 엉망이었다. 칼자국에 튀김 하다 다친 화상자국도 보였다. 나는 그 동네의 약국을 찾았다. 약국에서 스테로이드 없는 연고와 밴드를 사들고 다시 쌀국수 가게로 갔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 약을 건넸다. 그는 받았다.


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서서 일을 했다. 튀기는 것부터 쌀국수 마는 법까지 새로 배웠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해운대지점에는 나 혼자 일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 여자사장의 남동생도 있었고 다른 남자종업원도 같이 일을 했다. 한 번은 내가 점심을 다 먹고 느긋하게 양치를 했는데 남자종업원이 "너는 양치할 시간도 있나?"라고 했다. 그는 정신없이 서빙을 했던 거 같다.


퇴근 후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남자실장한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나는 전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남자실장이 해운대 지점으로 왔다. 와서 보니 이전 체인점에서 칼질을 하다가 다친 거 같았다. 그리고 좀 화가 나있는 거 같았다. 아침에 얘기를 조금 하고 매일 하는 일을 했다. 그는 나한테 웍으로 요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웍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연습을 했지만 실전에서는 공심채볶음요리 한 접시도 낼 수 없었다. 영업을 한지 저녁이 되었을 때 그는 내게 해고됐으니 가라고 했다. 나는 화가 났고 유니폼과 앞치마, 주방신발을 다 벗어두고 짐을 가지고 나왔다.


얼마 뒤, 그동안 일한 거 정산해 줄 테니 오라고 연락이 왔다. 새로 연 가게에 갔다. 사장은 주방신발을 주면 돈으로 환산해 준다고 했다. 나는 그때 다 벗어두고 나와서 다시 해운대지점으로 신발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신발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거기서 점심으로 쌀국수를 실컷 먹었기 때문에 쌀국수 값 지불했다고 쳤다. 그리고 돈 이십몇 만 원을 받았던 거 같다.


그리고 집에서 또 쉬게 되었는데 누워있으니 온몸이 꼭 두들겨 맞은 거처럼 아팠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서서 일했고 익숙지 않은 일들을 해서 인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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