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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시 정신건강의학 병원을 찾다

by 이름

나는 그대로 아주 푹 쉴 수 있게 되었다. 간호학원에서도 잘리고 알바도 잘리고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아 같이 살지만 가족과도 교류가 영 없었던 시기다. 나는 그대로 내 방에 갇혔다. 이번엔 누가 일부러 가두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 방에 갇혀 지냈다. 제대로 생활하지 않고 낮에도 자고 싶은 만큼 자버리고 밤을 지새웠다.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간호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잠시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나는 점점 망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밥도 엄마가 오기 전까지는 먹지도 않았다. 한 번은 낮에 일어나 혼자 식탁에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혼자 먹으니 밥맛이 하나도 없었다. 그 뒤로 엄마의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내 방에서 나는 이상했다. 아무도 찾지도 않는 방에서 나는 다 벗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귀접이라는 것을 했다. 귀접은 힘이 셌다. 내가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면 말 타는 거처럼 움직여 주기도 했다. 처음엔 신기했다. 그래서 계속했다. 매일 밤낮없이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새로 이사 온 빌라에서 나는 아버지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과 행동만 일삼았다. 나는 집을 구입하는데 당연하게 내 돈을 보태었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집에서 나가라고 고함쳤다. 나는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그리고 아버지방에 자동차 장난감이 있는 것에 더 화가 나 그걸 아버지한테 집어던지기도 했다. 나는 공장에서 힘들게 일했는데 아버지는 자동차 피규어를 모은다고 돈을 쓰는 게 못마땅했다. 나는 엉망이 되어갔다.


그때를 기억하면 부끄럽고 슬프다. 아버지한테 너무 심했고 가족들한테 상처만 줬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이전에 살던 곳의 나쁜 기억을 계속 가슴에 담아뒀었다. 나는 계속 환청이 들렸었다. 나는 그 환청이 화가 나서 크게 욕을 했다. 그래서 동생과 큰소리로 싸우게 되었다. 또 맞을까 봐 두려웠지만 난 엄마가 있어서 숙이지 않고 더 큰 소리로 싸웠다. 날 안아서 막는 엄마를 때렸다. 동생은 무서워서 어쩌지 못하고 약한 엄마한테 그런 것이다. 엄마는 잠시 자리를 옮겼고 가슴에 멍이 들었다. 정말 내가 때려서 멍이 생겼다.


동생은 집 근처 정신병원을 찾았고 엄마는 나를 이끌고 병원을 갔다. 나는 병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지 환청이 들린다는 얘기를 해줬다. 이전 병원에서는 병명이 없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병원에서 날 조현병이라고 했다. 요즘 흔하디 흔한 정신질환인 조현병이었다. 나는 그래서 약을 먹었다. 나는 먹기 싫었지만 엄마한테 잘못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내가 너무 엉망진창이라 먹었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에 정신질환이 아닌 거 같았다. 약을 먹어도 환청이 계속 들리고 밤마다 귀접을 했다. 그렇다고 무당이 된 것도 아니다. 내게는 그런 힘이 없다. 여자 환청소리가 들렸다. 내가 귀접을 즐기게 되니 화가나서 입에다 쳐넣어라고 했다. 그 뒤 나는 목에 이물감이 자주 느껴졌다. 내가 겪는 이런 일들을 아무도 모른다. 친한친구도 없지만 말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 같다. 나는 그 여자목소리를 증오한다. 실체도 없는 그런 것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가진다. 나도 내가 이상한 거 같다.


날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곁에 아무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 엄마, 동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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