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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공백기

또 도전하게 된 간호조무사

by 이름

나는 병원 약을 먹으며 생활했다. 너무 오랫동안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서 힘들었다.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그리고 하루종일 누워있었다보니 일어나 앉아있는게 어려웠다. 나는 이불 속이 너무 편했다. 조금이라도 일어나 생활해야하는데 나는 나약해져버렸다. 노인들은 며칠만 누워서 생활해도 다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했는데 그게 이해가 갔다. 그렇게 지내는데 어느 날 일어나서 아무 목표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고통스러웠다.


집에서 일어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있었다. 엄마랑 아버지는 다 일하러 가시고 나는 동생과 같이 있는데 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아 거의 혼자 있는 거나 똑같았다. 정말 심심하고 지루했다. 누구하나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쓰다보니 정말 인생 잘못 살았구나 싶다. 그때는 하는 일이 없어 하루하루가 지겨웠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게 곤혹이었다.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나는 또 할머니가 계신 막내이모네 집으로 갔다. 하동에 있을 때는 좀 나았다. 할머니와 하루를 같이 보냈다. 내가 늦게까지 자니까 이모가 출근시간에 깨워서 같이 아침을 먹기도 했다. 그게 도움이 된 거 같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고치는데 말이다. 하지만 하동에서도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밤에 tv를 보느라 잠을 안잤다.


나는 힘을 내서 뭐라도 배우려고 이것 저것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하고 고용센터를 찾기도 했다. 고용센터에서 내일배움카드로 수업을 들으려 다시 신청했다. 나는 그때 정신병원이랑 보건소의 정신건강의학과도 같이 다니고 있었다. 거기서 상담을 받았는데 내가 아프니까 그 수업을 듣는 거보다 병을 낫기 위해 낮병원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교대역 근처의 낮병원도 찾아갔었다. 거기서 정신건강전문의와 상담을 했다. 내가 다리를 다쳤다고 하자 그는 바로 "뛰어내렸나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것 저것 물어봤다.


낮병원에 보니 프로그램 활동하는 인원이 꽤 많았다. 정말 정신과 마음이 아픈사람이 많은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병원비가 아까웠다. 그리고 폐쇄병동에 있을 때 해본 일들인 거 같았다. 나는 다시 고용센터에 수업을 받고 싶다고 학습계획서를 냈다. 하지만 이번엔 선정되지 못했다. 나는 이대로 또 하는 일없이 허송세월 보낼 수 없었다. 시간이 없다. 고용센터 상담 선생님한테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시에서 하는 과정이 있다고 찾아가보라고 했다. 나는 곧장 그 간호학원을 찾아가 입학 신청을 했다. 물론 수업료도 같이 챙겨가서 냈다.


드디어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수업시작하는 날짜만 기다리면 된다. 나는 그때 동시에 폴리텍에서 하는 가죽공예도 신청했었는데 거기서는 내일배움카드를 2번이나 써서 안된다고 했었다. 근데 얼마 후 가죽공예를 배울 수 있으니 공부하러 올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나는 거절했다. 조금 연락하던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물어봤다. 간호조무사 공부랑 가죽공예 중에 어떤 걸 배우는게 낫겠냐고 물었다. 그 친구도 결혼 후에 취직하려고 간호조무사를 알아보고 있었다. 당연히 간호조무사를 배운다고 했다.


헌데 현재는 조금 후회한다. 물론 간호조무사 자격증반 수업도 잘한 선택이었지만 취직이 안됐다. 가죽공예를 배웠으면 취직이 되었을까 싶다. 간호조무사 수업을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전국간호조무사 카페에 가입을 했다. 역시나 조현병이 흔한질환이라 병이 있지만 간호조무사가 되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카페 사람들이 아픈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게 간호조무사인데 간호조무사한테 정신질환이 있으면 안될 거 같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 나도 조현병이지.'


그래도 간호조무사 자격증반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배워보기로 했다. 엄마 외의 모든 사람이 내가 간호조무사가 되는 걸 반대할 거 같았다. 그 간호학원에서 입학상담을 할 때 원장이 물어본 게 생각이 났다. "아픈 곳은 없지요?" 나는 정신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상담받고 약을 타다먹었다. 그러면서 간호학원에 자격증을 따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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