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하다 살다
이번 간호조무사 공부에 임할 때 마음가짐은 첫 번째랑 달랐다. 하지만 정신병원도 다니고 보건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에 학원까지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한번 실패를 하고 올바른 생활을 하지 않았던 기간이 길었던 점, 그것이 내 마음 상태를 많이 바꾼 거 같다. 정말 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인지 간호학원을 억지로 다녔다. 이거 말고 길이 없다고 생각했고 한번 탈락이 되고 나니 꼭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간호학원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아팠다. 하지만 이번에 공부하는 학원은 의자에 앉았을 때 편했다. 하지만 첫 번째 간호학원에서는 흥미롭게 배웠던 수업들이 두 번째 간호학원에서는 무지 힘들었다. 자꾸 비교를 하면 안 되는데 나는 두 번째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다 보니 다른 점이 계속 보였다. 첫 번째 간호학원은 속성반이라 1년 안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반이었다면 이번 간호학원 1년을 꼬박 채우는 수업과정이었다.
사람이 달라서 인 거 같다. 그곳도 다 현직 간호사 일을 하시는 분들이었고 간호사 출신 선생님들이었는데 수업할 때 흥미가 떨어졌다. 너무 어려웠다. 간호조무사 공부가 이렇게 어렵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이었다. 나는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다. 간호조무사 일을 하려면 이론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간호실무도 배우게 되었는데 나는 멸균장갑을 끼는데 실수를 해서 선생님한테 크게 혼이 났었다. 아직 실습은 나가기도 전이었지만 간호조무사가 병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일이라 더 엄하게 가르치는 거 같았다.
이론 4개월 수업이 끝나자 5-6월에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실습을 다녀와서 1-2개월 정도 시험대비 수업을 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집 근처 종합병원에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같은 학원의 쌤들(나이가 많은 학생들)도 같은 병원에 실습을 나갔다. 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루두루 잘 지냈다. 몇 명은 병동에 갔고 몇 명은 중환자실, 나와 다른 쌤은 응급실에 실습이 배정되었다. 응급실에서 다른 응급의학과 학생도 만나고 우리처럼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러온 여대생도 만났다. 그들과 같이 일을 했는데 확연하게 나말고 다른 쌤이 더 일을 잘했다. 그 쌤이 모든 일을 해서 나는 멀뚱멀뚱 서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토가 계속 나왔다. 실습하러 가야하는데 조금 있으면 토하고 또 토하고 그래도 간호조무사 실습지에 갔다. 응급실 수간호사쌤이 우리병원 내과에서 진료받아보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내과 의사쌤이 초음파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배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는데 맹장이었다. 정확한 병명은 급성충수돌기염 곧바로 복강경 수술을 했고 2주를 치료 기간으로 보냈다. 그 실습을 빠진 2주를 학원의 여름방학기간에 나와서 메꿨다.
응급실에서 실습을 하고 수간호사쌤이 보내주어 주사실에서도 간호일을 배웠다. 나는 실습지를 두 번 바꾸었다. 처음에는 응급실에서 다른 쌤이 남았으면 좋겠고 나는 옮겨갔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건 내가 응급실에서 일을 못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옮겼다. 병동으로 옮기고 병동에서 일하던 쌤들은 건강검진실로 옮겼다.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학원에서 배운 혈당재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기회가 왔음에도 못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더 눈치있고 빠르게 일을 돕는 그 쌤이 남게 된 것이다.
나는 병동에 먼저 와있던 나보다 나이가 어린 간호실습생한테 일을 배웠다. 그 애는 그곳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난 거기서도 썩 일머리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애한테 한소리 듣기도 했었다. 이유는 그 애가 병실의 환자를 혼자 보고 있는데 내가 돕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 애는 실습지를 바꾸는 날이 되어 이동을 했다.
근데 문제는 그때부터 였다. 그 애가 있을 때는 일정했던 바이탈(활력징후) 재는 시간이 나 혼자 남게 되자 더 늘어났다. 나는 매일 혈압, 맥박, 체온을 쟀고 혈당을 쟀다. 반복이었다. 간호사들은 나와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건 내가 일을 잘 못하기도 했지만 젊은 간호사들한테 선배간호사들이 간호조무사인 날 믿지말고 직접 알아보라며 시켰다. 처음에는 도우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친절했지만 내가 실수를 하자 달라졌었다. 그리고 젊은 간호사 중의 한 명이 바이탈 재는 일의 횟수를 더 늘렸다. 그곳에서 몇 달 있다보니 대학교에서 실습나온 학생들도 봤다. 그들도 처음에는 솔선수범해 일을 다하더니 나중에는 나한테 당신이 할 일은 당신이 하라며 바이탈 재는 것을 나한테 줬었다. 그렇다고 간호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간호조무사로써 취업이 안될 때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현재는 간호조무사 일을 할 기회가 생기면 하고 싶다.
경쟁도 심하고 눈치도 있어야 하고 깡도 있어야 하는 게 간호일인 거 같다. 간호조무사는 특히나 더 그런거 같다. 현재도 취업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게 간호조무사 자격증반 과정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 실습 덕분에 나는 맹장인지 모르고 넘겼다가 복막염에 걸릴 뻔한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행운이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