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을 마치고 다시 간호학원에 모여서 시험대비 문제풀이를 했다. 시험대비반에서는 아직 실습을 나가지 않은 학생들과 이론 겸 모의고사를 같이 들었다. 매일 간호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쳤다. 나는 처음에 같이 수업 듣는 사람이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을 때 소아과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아동간호에 관한 문제가 많이 나온 시험에서 1등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고 기쁘다. 우리는 이론과 실습 이수 시간을 다 채우고 수료식을 했다. 나는 개근을 해서 스카프를 받았었다. 짝지가 부러워했던 거 같다. 근데 개근이라는 게 솔직히 떳떳하기 힘든 거 같다. 맹장으로 빠져서 혼자 실습하러 왔을 때 수간호사쌤이 일찍 마치게 해 준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조금 친하게 지냈던 옆에 앉은 동생이 수업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정말 그 동생이 학원을 하루 안 왔었다. 그래서 그 동생은 개근상을 못 받았다. 내가 마음을 곱게 먹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 같아 내 탓인 거 같다. 그리고 수료식날 다 같이 고깃집에 가서 술과 고기를 먹었다. 거기서 같이 수업을 들은 사람한테 기분 나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사람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었다.
고기와 술을 먹었다. 나는 공장에서 술 마시고 그런 일이 있다 보니 되도록 먹지 않는데 어울려 먹는다고 마시고 말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 옆에 앉더니 나한테 술을 더 마시라고 했다. 나는 술 더 이상 못 마신다고 얘기를 했다. 그 사람은 악의는 없었겠지만 이렇게 얘기했다. "술 마시고 잘못해도 상관없으니 더 마셔라 어차피 같은 동네에서 널 보게 되더라도 아는 척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 든 생각은 '봐도 모른 척한다는 건 알고 지내고 싶지 않다는 거네.'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그 자리가 끝나고 일어나 나왔다. 그리고 그때 수영을 배우러 다닐 때라 수영을 배우러 간다고 했다. 그 동생은 술 마시고 수영 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한잔 이상 마시지 않아서 수영을 하러 갔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걸까? 왜 나한테 그런 얘기들을 하는 걸까 생각해 본다. 생각할수록 불쾌하다. 다들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거 같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여러 가지 뉴스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대방이 잘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상대가 잘 되어야지 나한테도 이롭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었던 때라 시험이 계속 미루어졌었다. 나는 한참 뒤에야 국가시험에 응시했고 합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 일이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취업이 다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나는 학원에서 알려준 병원에 가서 면접을 봤지만 다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병원은 부암에 있는 종합병원이었는데 그 1층 안내데스크 보던 사람이 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문도 아닌 곳을 두드려 보라고 했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고 어리둥절해졌다. 나중에 그가 제대로 입사지원서 내는 장소를 알려주었지만 나는 3-4번 계속해서 물어보았고, 결국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너는 간호조무사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계속해서 워크넷으로 간호조무사 일자리 알아봤지만 취직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놀고 있는 나를 보더니 엄마와 동생은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에 신청을 해보라고 했다. 동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일자리를 신청했다. 다행히 일하러 오라는 문자를 받아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도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일을 하러 왔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구에서 하는 큰 축제에 쓰일 물고기등을 만들었다.
이렇게 철사를 구부려 물고기 형태를 만들어서 입체적으로 만든다. 고정하기 위해 실로 동여매고 순간접착제로 마감을 했다. 장갑을 끼지 않고 철사를 만지면 긁혀서 피가 났다. 나는 한 2번 피가 났었다. 9시까지 집 인근의 모이는 장소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물고기등을 만들었다. 나는 상반기만 참여를 해서 물고기에 한지작업까지만 했다. 하반기까지 했다면 예쁘게 색칠까지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한데 나는 물고기등 만드는 거도 지쳐있어서 하반기 신청까지 생각을 못했다. 지치게 된 이유는 물고기등 만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인간관계 때문이기도 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다 처음 보는 사람들, 제 각기 개성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