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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일한다는 것

어렵네 어려워

by 이름

첫날 모였을 때 내 옆에 앉은 여학생이 부모님께 여쭤봐야 한다면서 다음날 나오지 않았다. 그건 하기 싫다는 것의 변명이었다. 근데 나오지 않을 만했다. 철사를 물고기 만들 크기만큼 끊어놓으면 각자 가져가서 물고기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고 나면 우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모양을 보고 검사를 했다.


그래서 물고기등 만드는 실력이 없는 사람은 혼이 났다. 혼만 나는 게 아니었다. 다 같이 책상에 앉아서 만드는데 하루에 물고기 만드는 양이 적네 많네 하며 사람들이 불만을 얘기했다. 나는 눈치를 보게 되었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오는 사람들은 다 취업이 어려워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소일거리 삼아 적은 돈이라도 벌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일하는 초반에 우리를 담당하는 여자가 맞은편 이모랑 내 이름의 초성이 같다면서 웃으며 얘기를 했었다. 나는 맞은편에 앉은 이모를 빤히 쳐다봤었다. 그래서 그 이모가 불쾌해했었다. 그리고 나보다 1살 많은 공예 실력이 좋은 사람 A와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내가 1살 차이가 난다며 까다롭게 굴었었다. 그 옆에 앉은 사람 B는 1살 어렸는데 나는 내가 말했던 그대로 똑같은 말을 들었었다.


그리고 동생들인 C와 D가 있었다. 젊은 여자들은 나 포함해서 6명이었다. 나는 그들과 어울려야 할 때는 어울리려 했지만 좀 부당했었다. 나는 떡볶이만 시키는 줄 알고 같이 시켜 먹은 적이 있었는데 치킨까지 시켜서 먹어야 했다. 하지만 난 살을 빼야 해서 치킨은 먹지 않았고 떡볶이도 대충 먹다 말았다. 담당자는 내가 왜 더 먹지 않는지 불만이었다. 그리고 값을 지불할 때는 다 먹은 걸로 치고 돈을 나누어냈었다. 나는 그때 얼굴에 철판 깔고 얘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바보같이 그 돈까지 다 낸 거다. 그래서 어울리기 싫었다.


나는 점심시간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다 먹으면 일하던 곳 근처에 있는 절에 올라갔다 오고는 했다. 거기서 어느 날 담당자가 올라온 걸 봤지만 아는 척하지 않았다. 나 빼고 모두는 그 담당자와 친하게 지냈지만 나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동생 C는 담당자한테 혼이 많이 났었다. 철사 물고기 형태가 안 예뻐서 그랬다. 근데 이모들이 하루종일 만드는 개수도 작다며 담당자한테 불만을 얘기했고 그 애는 더 많이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 되게 센스 있는 애였는데 나보다 많이 혼났다. 그래도 동생 C는 이모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나 같았으면 화가 났을 텐데도 듣고만 있었다. 오히려 내가 혼이 날까 봐 은근히 스트레스받았던 거 같다.


그 구청 일자리에는 외국인도 있었다. 그녀는 한국남자를 만나서 시집온 필리핀 사람이었다. A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름이 너무 예쁘다며 얘기했었다. 나는 관심이 없어서 철사 물고기만 열심히 만들었다. 어떤 날은 그녀와 나, 담당자 셋이 제일 일찍 와 있었는데 담당자가 바퀴벌레 죽은 걸 보더니 그녀한테 치우라고 시켰다. 나는 마음에 걸려서 내가 휴지로 치웠었다.


D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었고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궁금증이 생겨서 내가 물어봤다. "메이드 아니었어요?" 나는 혼자 머릿속으로 그녀가 필리핀에서 호텔메이드였고 남편이 관광가이드였을 거라고 멋대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녀는 불쾌해하며 내게 화를 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남편이 멀리 일을 하러 가게 돼서 그녀는 구청 일자리를 그만두었다. 근데 남편이 취소되어 돌아오게 되었고 이미 새로운 사람이 그녀의 자리를 채워서 복귀할 수 없었다. 다들 아쉬워했었다.


우리는 월급을 받게 되었다. 첫 월급 받았을 때는 나왔던 급여명세서가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다. 동생 C는 구청 담당자한테 전화를 해서 요구했고 우리는 그 동생 C 덕분에 급여명세서를 받았었다. 그 애는 우리가 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 구청 담당자 자리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나는 그 애와 좀 친하게 지냈었다. 건강검진받는 게 비슷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었다.

해상케이블카 타고 본 송도바다 풍경

그 애랑 쉬는 날에 만나 송도에 가서 해상케이블카를 탔었다. 나는 헤르페스가 있다. 탕수육을 같이 먹었는데 그 C가 다음날 입술에 포진이 생겨서 나타났다. B가 C한테 헤르페스 걸린 거 같다고 얘기해 줬다. 나는 뜨끔해서 나도 걸린 거 같다고 둘러댔었다. C가 그렇게 되고 나서 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밥과 국만 먹으려고 한다. 아니면 젓가락으로 먹을 반찬만 조심해서 집는다. 나는 그 유명한 화장품스토어에서 헤르페스가 옮았다. 처음엔 나도 몰랐는데 떠올려보니 입술에 바르는 거를 산다고 TEST제품을 입에 발랐는데 그 뒤부터 입술 주변에 포진이 막 생겼다.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 그만둔 사람들이 있어서 새로운 사람들이 일하러 왔다. 그들 중에는 아들이 변호사인 사람이 있었다. 그 이모는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한참 선배이기도 했다. 뒤늦게 와서 인지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직접 만든 팔찌도 나눠주곤 했었다. 그런데 이모들끼리의 싸움이 생겼다. 나도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됐는데 말을 해버려서 내 말 때문에 이모들끼리 다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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