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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Mar 14. 2023

그래도 딸만 둘이라 쉽겠어요.

당신의 망언


 바람 잘 날 없다.


 오밤중에 응급실에 다녀왔다. 두 번째 골절을 맞이한 첫째 따님.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두 딸 덕분에 나는 매번 노심초사, ‘조심해, 위험해.’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다. 오늘처럼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다치지 않아도 될 상황에 다치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아프다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다가도 속상한 마음에 ‘못살아! 왜 그랬어!’ 하는 앙칼진 내 목소리에 아이의 울음이 더 커진다.

밤 11시 응급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딸

 

 문득 수년 전 지인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딸만 둘이라 쉽겠어요.”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화가 나던지.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하마터면 입 밖으로 험한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나는 그저 허허 웃으며,

 “아.. 우리 딸들 두 시간만 빌려주고 싶다.” 말했다.




엄마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아이가 어쩜 이렇게 순해요?


 세상에서 엄마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엄마에게 있어 순한 아이가 과연 있을까? 엄마에게는 내 아이의 육아가 가장 힘든 법이다.

 아들이라 힘들고, 딸이라 쉽다는 말은 대체로 여자아이들은 크게 손이 갈 일 없이 사부작거리며 놀거라는 착각에서 나온다. 이런 근간에는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여자라서 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자건 남자건 단지 성향이 그러한 것이다. 조용하고 혼자만의 놀이를 즐기며 차분한 남자 아이도 있고, 다소 산만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활동적인 여자 아이도 있다.


 딸 둘이라 쉽다니. 당신의 망언을 여전히 곱씹게 되는 이유는 나는 나의 육아가 절대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딸들을 잘 아는 아들 엄마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언니, 난 못 키울 것 같아요.


 그 한마디가 백마디 말보다 큰 위로가 되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딸아, 이제 골절은 그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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