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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Mar 13. 2023

왜 엄마만 참아야 하나요?

육아할 때 만큼은 AI가 되고 싶어

육아할 때 만큼은 AI가 되고 싶어


육아할 때 만큼은 AI가 되고 싶어


 모든 육아서는 말한다.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그런데 이 말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거늘, 어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조금 덜 감정적이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조금 더 산 어른이기때문에. 그런데 어른이라한들 감정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 상상한다. 인간의 감정에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육아를 하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AI 감정모드 버튼을 재빠르게 누른다. 그러면 아이에게 찌증이나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일도, 감정이 요동쳐 괴성을 내지르는 일도 없을테니.





미성숙 배틀 한 판 하실래요?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보다 조금 더 이성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어른이 아이보다 내적으로 성숙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다만. 엄마라는 이름의 우리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날을 살며 더 많은 것을 경험한데서 나오는 연륜으로 찰나의 감정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어른답게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마는데, 우리는 그들보다 어른이긴 하지만 엄마로서는 그들과 똑같은 나이이거나 불과 한 두 해 더 살았을 뿐이다.   

 엄마 나이로는 내 자식과 마찬가지로 경험치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내 자식이 갓 돌을 지난 아기라면, 나도 엄마로서는 갓 돌을 지난 시점이니 미성숙할 수 밖에 없다. 엄마 자신도 지금 앞가림을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매 순간 이성적으로 육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엄마들도 아이가 울면 울고 싶고, 아이가 짜증을 내면 덩달아 짜증이 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 감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엄마도 인턴 기간이 필요해


 엄마에게도 인턴기간이 필요하다. 인턴사원이 처음부터 대리, 과장급의 경력직처럼 능수능란하게 일을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육아도 노동의 일종이다. 모든 노동은 숙달기간이 필요하다. 엄마연차가 한 해 두 해 쌓이게 되고 아이와 함께 서서히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엄마들이 첫째보다 둘째, 셋째 자녀에게 조금 더 관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엄마로서는 첫째 아이와 똑같은 동료 인턴사원에 불과하다. 그 친구의 앞뒤 사정 다 봐줘가며 이해할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았다. 반면에 둘째, 셋째 아이보다는 최소 한 두 해를 먼저 경험한 선배이기에 아량을 베풀 여유가 생겨난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경험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돌아가면서 순간 감정이 앞서 화를 내려고 하다가도 이내 이성의 끈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내공이 조금은 쌓인 탓이다.


 이쯤되면 첫째 아이가 밥 먹듯이 하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엄마는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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