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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n 20. 2021

[책리뷰]-<쇼코의 미소>

*삶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다.*

[북토크 리뷰]-<쇼코의 미소>

*삶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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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쇼코의 미소]


*작가 :  최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북토크 일시 : 2021, 6, 19, 토,

                         pm1-3


*북토크 장소 : 홍대 세미나실


*참여자 : 책친구님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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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최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중편소설「쇼코의 미소」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내게 무해한 사람』을 펴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학동네 2014년 젊은작가상, 2017년 젊은작가상, 구상 문학상 젊은 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복날, 덫에 걸린 채 도망치다 다리를 잃고 구조된 개 ‘연아’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출처-yes24)



[북토크 써머리-표제작 ‘쇼코의 미소’]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 ‘쇼코와 소유’는 고등학생 시절 자매결연 학교의 한일교류로 만났습니다.

청소년기의 소녀들이 성장의 문턱을 넘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현실적 역동들을 담담하게 그려낸 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두 소녀를 통해 가족과 타인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타인에 대해 내가 안다고 생각했을 때, 그에 대해 어디까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여태껏 자신이 생각해 왔던 그 친구와는 많이 다른 낯선 타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전혀 짐작할 수도 없었던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가 타인에 대해 안다고 생각해 왔던 것, 심지어 가족에 대해서까지 그간 내가 안다고 믿어 왔던 것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보기’를 하게 만들어 주는 [쇼코의 미소]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4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일본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작품들이 자꾸  생각났다. 최은영 작가가 혹시 ‘요시모토 바나나’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 보기도 했다. 한때 서정적인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던 시절이 있었던 지라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하고 고요함이 좋았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 중에서 문득 발견하게 되는 진실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참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듯 ‘나와 같다’는 ‘동일시’ 또는 ‘투사’의 관점처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떠한가에 대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공감 안 가는 부분들도 발견할 수 있어서 별점 주기에서는 –1점을 했다.


*3.5점

-주인공 ‘소유’는 참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반면 정작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무심하거나 몰이해이거나 한 면을 보이면서 잠시의 홈스테이 기간 동안에 소통한 해외 친구인 ‘쇼코’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가 거슬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살며 가까이 있는 가족에 대한 이해보다도 잠깐 스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더 높다니 모순 같았다. 또 다른 주인공 ‘쇼코’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가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소유’가 ‘쇼코’를 찾아 일본으로 갔을 때 무기력해진 친구의 모습을 보고 ‘우월감’을 느꼈다고 한 장면에서 ‘이거 뭐지?’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면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작가가 극적 효과를 위해 너무 비약이 심한 표현을 쓴 것 같기도 했고, 정말로 ‘우월감’이 들었다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불쾌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1점을 뺐다.


*4점

이번 북토크 책으로 지정이 되어서 읽게 된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표제작 [쇼코의 미소] 뿐만이 아니라 그 외 수록 작품들도 찬찬히 읽어 볼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각 단편들마다 작품 곳곳에 사회, 문화적인 이슈가 베이스로 깔려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최은영 작가가 사회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에서 짐작 할 수 있었던 ‘인혁당 사건’과 같이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의 역사적 사건들을 스토리 배경으로 슬쩍 집어넣어서 한 번쯤 상기하게 하는 작가가 개념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소설의 스토리 전개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발견되고, 여기서 주인공은 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어서 짧은 단편소설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혼자 읽을 때 생긴 의문들을 다른 분들에게 질문해 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는 북토크 자리가 그래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인 듯하다.


*4.5점

-[쇼코의 미소]를 읽고 있는 동안에 좌충우돌하던 내 청춘의 그 시절이 생각나서 뭔가 울컥한 게 목이 메였다. 소설을 읽는데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슬픔이 느껴지는 게, 나보다 훨씬 젊은 84년생인 최은영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인간이 성장기에서 저마다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소설류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 재미있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최은영 작가의 등단작이라고 하는데 그 구성이 매우 탄탄함이 놀랍기도 했다.

작가가 국문학을 전공했고 소설 창작  아카데미에서 수련한 경력도 있는 등 소설창작 공부를 많이 한 분이라서 그런지 소설창작 정석대로 수미상관을 맞춰서 완벽한 소설 구조를 설계하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한편 너무도 잘 짜여진 소설 형식이 다소 교과서적이고 너무 쫀쫀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84년생 젊은 작가의 수려한 필력이 진심 부러워서 샘을 부리는 심통으로 0.5점을 차감했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불가함]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총평]

*타인에 대해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일면일 뿐일 수 있고,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부재를 대체할 그 어떤 것이 희박하고, 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가족은 운명적으로 엮인 관계라 그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서 자칫 잘못하면 애증의 관계가 될 수도 있는 듯하다.

*가족은 너무 친근하고 가까워서 그 소중함을 표현하기 어렵고, 오히려 타인에게 속내를 내어놓기가 더 수월할 때가 있는 것은 부담감의 유무에서 오는 차이 같다.

*읽었던 소설 중에서 좋은 소설이라고 기억될 소설 리스트에 들어갈 만한 좋은 작품이었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늘 재미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젊었던 시절에 나는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고 힘들게 살았기 때문인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현재 나이든 내가 싫지 않다. 오히려 나이듦이 행복하다. 이루었고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생을 건강을 지키며 잘 살고 싶다.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이 책이 좋았다. 나를 드러내고 싶었던 허영심, 공명심 같은 젊은날의 감정들이 생각나서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공감이 갔다.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감도 컸지만 현실에 순응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책 전체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스쳐지나가 버렸던 나의 옛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고 그시절과 그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핵심메시지 또는 한줄 총평]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본다.

*온전한 삶이란 참 어렵다.

*어린날 엄마의 부재가 정서적 결핍의 근원이 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편안함이다.

*젊음은 힘들다.

*삶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다.

*현재를 잘 살아가는 일은 꿈을 꾸는 것 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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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6월 북토크 만남을 가졌다. 아주 최신작보다는 출간한 후 시간이 좀 지난 작품들 중에서 평단에서 호평을 받고 여전히 회자되며 계속해서 판매 부수를 더하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책을 고르면 뜻하지 않게 꽤 괜찮은 소설을 뒤늦게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런 경우였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을 것이고 꽤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인데, 나는 여태껏 못 읽고 있다가 이번 북토크를 기회 삼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 소설 7편을 모아 한 권으로 묶어낸 책이고,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담담하게 읽어 나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뭔가 찡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그 무엇이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깊은 상념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오늘 북토크에서는 일곱 가지 스토리를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다 다루기에는 역부족이고, 책 한 권을 전체적으로 이야기 나누려 하다 보면 자칫 ‘수박 겉핥기’ 식이 될 것 같아서 표제작 ‘쇼코의 미소’ 한 작품에 집중하여 책수다를 나누기로 했다.

[쇼코의 미소]는 미사어구를 화려하게 넣거나, 장황하고 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저 툭툭 내어놓듯 이야기하면서도 곳곳에 대화 나눌 꺼리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자극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이 잔잔하게 전개된 스토리인데도 감성을 자극하여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게 이 소설의 힘인듯하다.


우리는 누구나가 성인이 되기까지 질풍노도인 유년의 뜨락을 지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에 따라서 누구는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롭고 고요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는 격랑의 바다를 격하게 헤치고 나왔을 수도 있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 그리고 개인의 기질에 따라 경험하고 체감하고 감당해야 할 정도가 달랐을지는 몰라도, 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은 전우주적인 일이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들이 여고시절에 만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우정, 가족관계, 진로 등의 역동을 거치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이해가 되었다. 단편적인 사건이나 표면적인 스토리들 뒤에 숨어 있는 깊은 내용들을 깨닫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또한 나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했던 가족이나 친구의 존재가 사실은 나를 지탱해 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것도 공감할 수 있었는데, ‘애증’도 사랑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오늘도 책친구님들과 함께 책수다를 나누면서 그 공감대가 더 넓고도 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타인과 나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고,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타인이든, 오롯이 나 자신이든 간에,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용감하게 직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매우 철학적이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이, 인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일과 꿈 또한 표면적인 것은 빙산을 일각에 불과하기에 모든 관계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도망칠 수 만는 없으니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든 풀며 꿋꿋이 살아내야만 하는 인생 또한 누구에게나 쉽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다. 오늘 [쇼코의 미소] 북토크에서 나눈 진솔한 이야기들로 큰 마음의 울림을 받았기에 그 여운이 꽤 길게 갈 것 같다.



한편 오늘 참석한 멤버님들은 모두가 우리 북토크 모임에 첫참여자셨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시는 분, 예전에 책모임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 분, 호기심이 많아 북토크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참여하신 분 등 저마다의 참여 동기가 다양한 데다가, 10살 정도 차이가 나게 다양한 연령대 멤버님들의 조합이어서 더 다채로운 대화가 가능했던 것 같다. 연령대의 차이가 있어도 어떤 공통사를 갖고 대화하고 소통하다 보면 세대차이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오늘 모인 책수다 멤버님들이 오픈마인드가 되시는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셨기에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던 듯하다. 각자 살아온 삶의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읽었으면서도 좀 더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다르고 감동이나 비판의 지점이 제각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책수다의 재미이다.  


하루하루 바쁜 일과를 살면서도 짬을 내어 책을 읽고, 주말의 귀한 시간을 내어서 책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달려오신 북토크 멤버님들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멀리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셔서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까지 타고 오신 책친구님도 계셨는데, 이 책모임에 참여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취미생활의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 다를 테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로 함께 모여 책 내용에서 이야깃거리를 가져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끼게 된  생각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기꺼이 귀한 개인시간을 할애하는 책친구님들과의 만남은 여러모로 의미롭다. 그러니 모임의 주최자로서 그 소중한 만남의 시간이 헛되지 않고 알찬 시간이 되어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전에 토론논제를 열심히 준비하기도 하며 나름대로 가능한 서포트를 하려고 애쓴다.


코로나 이전에는 8인이 모여 북토크를 했었는데, 그때는 참여 인원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2시간이라는 제한된 북토크 시간 안에 멤버님들이 하고 싶은 말씀들을 충분히 다 나누기는 어려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의 집합제한에 따라 4인 멤버로 만남을 갖게 되니, 좀 더 밀도 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가 있고 여러모로 여유로움이 생겨서 좋기도 하니, 사람의 일이란 게 다 나쁘기만 한 것도, 다 좋기만 한 것도 없이 상황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이렇듯 사람이 살아가면서 처해지는 상황에 따라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좋게 적응하면서, 그 순간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충분히 영위해 나가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삶에서 저절로 해보게 되는걸 보면 인간은 유전적으로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나 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우리 친구들은 노안이 와서 오랜 시간 책읽기에 집중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지만, 한 달에 한 권씩이나마 이른바 ‘강제독서’를 하게 하는 책모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난데없는 전염병 시대가 오고 보니 오프 책모임을 진행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없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세미나실도 소독 후 첫 이용 시간으로 예약을 하는 등 나름 신경을 쓰고는 있으나 이래저래 부담되는 마음이 살짝 올라오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사람을 만나는 일을 꺼리며 방구석에서만 살 수는 없기에,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서 코로나 이전에 즐기던 문화생활들을 살살 재개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쪼록 코로나 상황이 하루빨리 호전되어 좀 더 자유롭게 책친구님들을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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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로운 구절]


P12

처음 교실에서 쇼코가 수줍어하는 표정을 봤을 때처럼 나는 쇼코의 웃음에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았다.


P13

“할아버지에게 나는 종교이고, 하나뿐인 세계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


P14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와 말이 많은 할아버지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들을 바깥에서 만났다면 나는 주저 않고 좋은 어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7~p18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든가,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자주 보고 정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쇼코의 경우에는 달랐다. 자신의 삶으로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사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먼 곳에 있는 사람이어야 쇼코는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었다.


P24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P26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P29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P31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P32

나는 그애들이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단지 돈과 안정만을 좇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의미였다. 나는 나의 꿈을 따라가기 때문에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위했다. 그러나 두려웠다.


P32~33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P33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P34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P34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P34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갔다.


P36

직장에 나간 엄마 대신 나를 업어 키운 그였다.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효도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을 느꼈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더 등을 돌리려고 했는지도 몰랐다.


P38

“나는 네가 이렇게 큰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가서 공부도 하구 영화감독두 되구. 힘든 대루 손 벌리지 않고 네 힘으로 살구. 까짓것 다 무시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난 그거, 멋지다고 본다.”


P40~41

할아버지가 내게 말하더라. 세상에는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런 호사스러운 생각을 하느냐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사무라이 정신 운운. 우울증이 치료를 요하는 병이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 같아. 그사이에 상태는 더 악화되었었고.


P43

가끔씩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오면 받지 않거나 건성으로 받곤 했다. 할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당연히, 원래 그렇게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P56

내가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 능동적인 사람은 더더군다나 아니며 암기식 교육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싫어했던 제도권 교육 안에서 나는 얼마간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P57

새벽에 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결국 흘러가는 맨틀 위에 불완전하게 떠 있는 판자 같은 것이니까. 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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