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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Oct 17. 2021

[책리뷰]-<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완전해진다.*

[북토크 리뷰]-<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완전해진다.*


결혼은 어떤 나침반도 일찍이 항로를 발견한 적이 없는 거친 바다이다.

-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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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작가 :  알랭 드 보통               

✅출판사 : 은행나무          

북토크 일시 : 2021, 10, 16, 토,

 pm13:00~17:00 (브런치 + 독서토론)            

✅북토크 장소 : 강남 모임처               

✅준비물 : 마스크 착용 필수, 책, 필기도구, 능동적이고 즐거운 마음               

참여자 : 책친구님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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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써머리]              

10월 ‘함께 읽기’ 책은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장편소설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었습니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의 면모를 망라한 현실적인 사회학자라는  의미로 ‘생활철학자’라고도 일컬어지는 ‘알랭 드 보통’의 장편소설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결혼’이 ‘연애’와는 180도 다른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을 현실적이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절묘하게 접목시켜서 장편소설인 듯, 에세이인 듯 장르를 넘나들며 조화롭게 서술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연애’와 ‘결혼’이 도대체 그 어떤 면에 있어서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 흥미롭게 풀어나간 이 책을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읽은 소감을 나눠봅시다. (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4.0

역시 그 명성이 실망스럽지 않은 ‘알랭 드 보통’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 책이었다. 제목만 얼핏 보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모저모를 서술했겠구나 하는 짐작으로 가볍게 붙잡을 수 있는 책인데, 역사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고  ‘생활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답게 연애와 결혼에 관해 한 편의 논문을 쓰듯이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잘 집필된 책이었다.

한쌍의 남녀 커플 주인공을 내세워 스토리를 풀어간다는 면에서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스토리와 연관된 심리, 철학적 지식이 에세이 형식으로 중간중간 첨부되어 있었다. 남녀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사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준 작가의 의도가 독특한 서술구조로 인해 독창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의 재미와 인문학의 깊이를 모두 갖추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

그러나 소설의 스토리 전개가 작가가 말하고 싶은 논리구성에 짜맞추어져서 다소 부자연스럽거나 인위적이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소설도 인문서도 아닌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어정쩡함으로 인해 소장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고 말겠다는 듯한 작가의 지나친 욕심이 느껴져서 1점을 뺐다.     


✔3.0

나는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의 저서 중 [우리는 사랑일까]를 읽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는 작가라는 인상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의외로 얕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스스로도 의아하였다. ‘혹시 내가 이 책을 제대로 못 읽었나? 작가가 숨겨 놓은 깊이 있는 담론을 내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서 오늘 독서토론 모임에 왔다. 그런데 다른 책친구님들로부터도 비슷한 의견을 듣게 되어,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유명한 ‘알랭 드 보통’답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깃거리일 수 있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잘 풀어나갔다는 면에서는 역시 영리하고 대단한 작가라는 인정은 해주고 싶다. 그러나 작가의 다른 저서들에 비해 이 책은 내용의 깊이에 있어서 기대에 살짝 못 미쳤다는 것이 솔직한 내 느낌이다.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 아닌 번역서를 만나게 될 때에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하고는 하는 부분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번역체이기에 읽기에 다소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것과 우리 정서와는 좀 유리되는 표현이나 스토리들이 보인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감지하게 되었다.

어쨌든 너무도 일상적인 작은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하여 이렇듯 총체적인 내용으로 책 한 권을 구성해 냈다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 상당하기에 가능한 것이므로 ‘알랭 드 보통’의 명성에 걸맞다고 생각하며 작가로서의 훌륭함을 인정하게 된다.     


✔4.5

상당수의 사람들이 삶의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평범한 과정인 듯 한 결혼과 일상의 소소한 일들, 그리고 결혼 후 그럭저럭 꾸려나가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면서 특별한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책을 집필해 냈다는 것이 참 좋게 느껴졌다. 현재 나의 위치가 내 자녀들에게는 부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의 부모님에게는 자식이기도 하다. 부모로 비롯되는 원가족으로부터 내가 받은 영향으로 인해 나의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가족의 이어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 주는 책이었다.

내 어린날의 이야기가 오늘날 내 아이들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맥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결혼생활 전반에 걸쳐서 부부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에 대해 진지하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보통 책을 한 권 완독하게 되면 뭔가 특별한 것을 깨닫게 되거나 새로운 지식에 눈뜨는 등 인상적으로 남는 것이 있어야 완독한 뿌듯함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별로 없는 너무도 일상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이라서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느껴지거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평범한 내용이라서 –0,5점 차감하였다.     


✔4.5

오랜만에 독서토론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책을 완독하게 되어서 참 좋았다. 오늘의 책이 어떤 책이었더라도 그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나에게는 ‘함께읽기’와 ‘북토크’에 참여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기에 매우 기억에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특별한 책이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서 더욱 좋았다. 작가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에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기대가 많았고,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도 작가에 대한 호감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연애와 결혼’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작정을 한다면 한없이 어려운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면서 독자가 편안하게 느껴지게끔 하는 작가의 실력이 느껴졌다. 오늘 책모임을 위해 더 열심히 정독했던 이 책은 나에게는 의미로운 책으로 남을 것이다.      


✔4.9

어떤 책친구님은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꼼짝 안하고 단번에 읽어 완독했다고 하셨는데, 나는 다 읽어 내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다소 힘들게 읽었다. 그런만큼 술술 책장이 잘 넘어가며 수월하게 읽히거나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아마도 번역서의 한계에서 오는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많아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특정 문단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구성상의 복잡함도 책장을 더디게 넘어가게 하는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대단히 훌륭한 책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육아가 어느 정도 농익은 중년의 나이에 이른 지금의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빨리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더라면 나에게 참 좋은 영향을 많이 주었을 듯한 책이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 결혼과 삶 전반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스럽고 참 잘 된 일이다. 내가 갓 결혼을 했던 20대의 그날들을 되돌아보자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좌충우돌 삶을 살아오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혼돈스러운 삶의 과정들이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후의 결혼생활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으며 딱히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고 그저 닥치는 대로 적응하고 열심히 해내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으로 ‘연애와 결혼’이라는 과정을 걸어가게 될 우리 아이들이 읽어보아도 참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엄마가 권해 준다고 하여 과연 아이들이 호감을 갖고 제대로 읽을까 싶은 의구심도 함께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혼 후의 삶과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 대하여 대학에서 교양필수 과목으로라도 넣어서 젊은 청춘들에게 결혼에 대한 사전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매우 발전적이지 않을까 싶은 나름의 바람도 가져본다.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와 책친구님들께 ‘함께읽기’를 가볍게 제안한 책인데, 다행히도 내용이 알차서 재미있게 읽었고 책모임에서도 함께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아서 책추천한 보람을 느낀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 불가함. (논제요점만 정리함)      

✔사람의 첫인상에 대한 생각과 겪어본 이후에 유지, 또는 반전된 경우

✔배우자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 연애하고 결혼을 결정했는가

✔결혼 전 장점으로 보인 것이 결혼 후 단점으로 바뀐 경우

✔‘회계적 요구’에 물린 ‘결혼의 안정성’에 대한 생각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결혼과 비혼 중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

✔소박하고 작은 결혼식에 대한 생각

✔결혼생활 중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시작해 큰 다툼으로 번져버린 경험

✔예술가나 예술작품으로 인해 삶의 답을 얻거나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경험

✔성장과정에서의 경험이 삶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어 습관적인 패턴이 되어버린 것

✔인간의 성향은 어린날의 경험과 원가족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가에 대한 견해

✔기혼자의 ‘불륜’과 ‘간통’에 대한 생각들

✔삶의 우울감과 심리상담 치료에 대한 생각들과 본인만의 우울 극복 방법

✔애착 유형에 대한 생각들-회피 애착, 불안정 애착, 안정 애착

✔결혼을 위한 ‘준비된 마음’의 기준에 기초한 생각들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 발언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유명한 문구가 생각났을 만큼 시행착오로 좌충우돌했던 나의 신혼초를 소환하게 했던 책이었다. 여타의 로맨스 소설들이 연애 과정에서 온갖 시련을 겪었다 하더라도 결혼에 골인하기만 하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며 훈훈하고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기도 한다. 사실 결혼 전 보이던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결혼 그 이후에는 수면 아래에 숨겨져 있던 어마무시한 빙산의 몸체가 드러난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연애와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남녀에게 ‘결혼은 현실이다.’,‘동화 같은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결혼생활에 대해 돌직구를 날리는 많은 기혼남녀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나 갓 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한 소설 속 주인공 남녀의 삶과 중간중간 첨부된 심리, 철학의 이론들이 하나같이 너무도 잘 이해될 만큼 어느덧 나이를 많이 먹어 버린 내 모습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라 기억에 남을 듯하다.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신 책친구님께 감사드린다.     


동년배 여성들의 구성이라 그런지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 독서토론 모임이 참 좋다. 게다가 오늘 새로 합류한 뉴페이스 책벚이 나와 동갑내기 친구님이라서 두 팔 벌려 대환영한다. 책과 책수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까지 보태어져서 그런지 결이 비슷한 친구가 왔구나 싶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독서토론은 그 달의 ‘함께읽기책’이 어떤 책이든지에 상관없이 언제나 즐겁다. 오늘 북토크 장소가 바뀌었는데, 새로운 장소에 와보는 것 또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함께읽기’하고 ‘책수다’를 나눈 10월 책 또한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책이 되었다. 더욱이 ‘아줌마’인 나의 생활과 너무도 밀접한 ‘연애와 결혼’이라는 소재로 여러 화두를 던져준 책이라서 실감도 느껴지고 재미있었다.     


내가 우리 ‘독서토론’ 모임 참여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북토크에 참여하면 할수록 점점 빠져들고 책모임이 참 좋다. 또 새로운 책과 또 하나의 지적인 양식을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이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나니, 세상에 참 많은 부부가 있는데, 살아온 여정은 각기 다 달라도 결혼생활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은 다 겪었구나 싶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모두 다 다른 것 같아도 본질적으로는 누구나 다 비슷비슷한 면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결국은 큰 틀 안에서는 결혼생활은 누구에게나 만만하지 않은 것이고,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상기해 보는 계기가 된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 합류하게 된 책친구님을 대환영한다. 책벚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오늘 이 책모임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다. 기존 멤버님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고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모임에 합류하게 된 것을 계기로 한동안 들쭉날쭉하던 나의 독서생활이 좀 꾸준히 안착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좋은 책 함께 읽고 즐거운 책수다를 나눌 수 있는 책모임 시간이 기대된다.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뒤늦게 책모임에 오게 되어 앞부분의 북토크를 놓쳐버리게 된 것이 많이 아쉬울 만큼 나는 이 북토크 모임을 좋아한다. 늘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지만, 시작은 했으나 마무리를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독서습관도 있었다.

책모임을 하게 된 이후에는 억지로이든 의무로이든 반강제이든 간에 어쨌든 책을 완독하게 되어 기쁘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책모임 날짜가 고정이 되어 시한을 정해 놓고 책을 읽게 되니 좀 더 집중력 있게 독서를 하게 되는 듯하다.

또한 책수다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대해 두루두루 의견을 나누며 서로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개인 사정상 책모임에 늦게 합류하게 되어 아쉽고, 다음 달 책모임에는 늦지 않고 제시간에 와서 풀타임으로 책수다를 즐기고 싶다.      



✅핵심 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가족은 동등해야 할 인간관계여야 한다.

✔결혼은 모험이다.

‘결혼후 일상’의 본질이 뭔지 잘 몰랐기에 결혼을 할 수 있었다.

부부가 다투며 내뱉은 상처의 말을 평생 견디며 살 수 있을까?

✔25년이라는 결혼생활을 통해서도 난 결혼에 대한 준비가 아직 안 끝났다.

✔결혼할 때 ‘자기사용설명서’를 배우자에서 서로 제출해야 한다.

✔대학 교양과목에 ‘결혼학개론’을 넣어야 한다.

2% 부족한 사람이 2% 넘치는 사람과 연민으로 상생해야 한다.

✔삶은 유년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나는 안하면서 상대방 덕 볼 생각 좀 하지 말자.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인정하자.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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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완전해진다.*     

누구나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을 흔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도 있지 않았는가? 이 책은 바로 ‘결혼의 현실성’에 관해 ‘팩트폭격’을 하는 내용이었다. 불꽃 튀는 사랑으로 시작해 결혼에 골인하게 되면 그 사랑이 완성되었노라고 전제하는 영화, 문학 등을 포함한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결혼의 참진실을 숨기고 있었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상이란 항상 반복되는 일들의 연속이다. 너무도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또한 어쩌다 보면 허무하게 놓쳐버릴 수 있는 삶의 수많은 의미들이 있다. 그런 일상성의 단면들을 학술적으로 분석하듯 예리하게 꼬집어 내어 철학적으로 풀어낸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작법을 이 책을 통해 경험하면서 그가 왜 ‘생활 철학자’라는 별칭을 달게 되었는지 너무도 잘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남녀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이 첫 만남에서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갖게 되면서 서로 반하여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갈등하고 외도하고 부부의 위기를 겪는 과정을 소설화하여 스토리를 엮어 나갔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작가의 철학적인 고찰이 담긴 에세이들을 첨부하여 소설의 형식이면서도 에세이이기도 한 독특하고 특이한 구조여서 더 흥미로웠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남녀가 결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삶을 함께 엮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와 권리의 기나긴 약속이자 계약인 것이다. 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일인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찰해 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막상 결혼이라고 해서 함께 살아가다 보면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각자의 원가정으로부터 고착화된 생활습성이라든가 생활방식,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부지불식간에 굳어져 버린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고의 틀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갈등과 반목이라는 모습으로 튀어나와 서로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고 증오하게까지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싸운다는 것은 희망을 씨앗이기도 하기에 , 서로 삐거덕거리며 티격태격 다투어 나가면서 모양새가 다른 각자의 톱니바퀴를 갈고닦아 끼워 맞추어 나가면서 조화롭게 되도록 서로 공을 들이는 과정이 바로 결혼생활이 아닐까 하는 결혼의 실체가 이 책을 읽으며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서로 더 이상은 맞출 여지가 전혀 없으니 헤어지는 것만이 서로의 살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각자의 길로 돌아서게 되는 것이 ‘이혼’일 것이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고 급기야 냉담하게 되다가 이혼의 수순으로 가게 되는 부부들의 사례를 보아도 ‘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투되 상황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고 서로를 좀 더 발전하게끔 돕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다투는 요령이 슬기로운 결혼생활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필수요소인 듯하다. 그러니 ‘사랑과 결혼’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 ‘알랭 드 보통’이 ‘사랑은 단순히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명쾌한 요점을 이 책 전반에 걸쳐 깔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 속에서의 기술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도 그 논리는 단순하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보하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고 발맞추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쉼 없이 기술을 갈고닦으며 발전해 나가야만 매일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적응해 잘 살 수 있다. 이렇듯 사랑과 결혼생활 또한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비단 부부만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을 잘 지켜 나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작가가 일관되게 외치고 있는 것은 ‘너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태도’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즉 부부가 결혼생활을 통해서 원만하게 신뢰를 쌓아가며 사랑과 결혼을 발전적으로 지켜나가려면,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대우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배우자를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홀로 서서 어디든 나섰을 때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발전적인 인간이 되어야만, 배우자에게도 당연히 훌륭한 삶의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부부가 서로에게 사랑받기만을 끝없이 바라고 배우자에게 요구만을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변화도 발전도 없는 자세를 고수한다며 그런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배우자가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닌 이상 존재하기 어렵지 않을까?

남녀가 처음 만나 첫눈에 반해 머릿속에 종소리가 울리고 상대방의 뒤통수 위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운 듯이 삶의 존재 이유 자체가 온통 그 사람임을 가슴 벅차게 안고 사는 나날이 일평생 지속될 수는 없다. 만약 첫 만남의 가슴 떨림이 일평생 계속 지속된다면 심장마비에 걸려 죽을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이 헛점 투성이의 그냥 그 인간의 실체로써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고, 내가 하는 만큼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받고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올라오는 게 인간의 본성이며 너무도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인 ‘라비’와 ‘커스틴’은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로 살아가는 역할 수행을 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부분은 현실 부모인 내 입장에서 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시간의 가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더니 무심한 세월은 참 빨리도 흘러갔다. 어느덧 중년의 문턱에 들어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숫자적으로는 반백의 연령이 되었어도 마음은 그저 어린날의 정서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문득문득 있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결혼생활을 ABC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쳐왔다. 사실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못했더라면 이나마 현재의 내가 가진 삶의 원숙함이라 할만한 나만이 아는 내 정서적 깊이는 얻게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보면 우리 부부가 부모로서 아이를 키워낸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하며 성장하게끔 만들어준 촉매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생각도 해본다.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차차 완전해진다.

사랑과 결혼에 완성이란 있을 수 없으며 서로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발전해 나갈 때 결혼 이후의 삶이 차차 완전해진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 ‘알랭 드 보통’도 계속 피력했듯이, 나도 ‘낭만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랑과 결혼에 있어서 ‘낭만주의’는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진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있어서 낭만이 빠지면 ‘앙꼬 없는 단팥빵’이 아니겠는가?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고 청혼을 하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가장 로맨틱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낭만적 연애 이후 그 후의 일상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연애는 최대한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고 난 후 결혼 이후에는 결혼생활에 환상을 갖지 말고 현실의 한계와 배우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로의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여 발전해 나가면서 배우자와 더불어 상생하며 서로의 발전을 독려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한 두 인간이 만나서 이 험한 세상에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준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부가 사랑의 결실로 낳은 자녀의 삶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그들의 앞날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로 발전하여 세대를 이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이기도 한 ‘사실 알랭 드 보통’은 철학자의 면모가 두드러진 작가이기에, 그의 책은 얼핏 보면 그냥 술술 잘 읽히는 것 같아도 책장을 넘겼다가도 되돌아와서 다시 반복해서 곱씹고 사유해야 할 단락이 정말 많았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다가 반복해서 읽었을 때 그 속에 숨겨진 진리를 깨닫는 순간을 만나면 ‘유레카’를 외치고 싶어지며 ‘아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작가의 통찰력과, 작가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를 느끼게 하는 개성 있는 서술방식이 참 부럽고 존경스럽다.     


10월의 ‘독서토론’에는 새로운 멤버님이 합류하였는데 평소 책을 좋아하며 꾸준히 독서를 해 오신 분이셨다. 동년배인 중년의 기혼녀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여 책수다 시간을 함께 즐기게 되어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학연도 지연도 아니고 살고 있는 지역도 각기 동서남북으로 다 다른 사람들이 단지 ‘책’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책모임으로 만났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다.

책수다를 나누는 과정에서 허심탄회하게 본인의 의견을 말하다 보면 지금껏 자신의 살아온 스토리나 개인적인 신념을 내비치게 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가장 솔직하고 은밀할 수도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도 스스럼없이 꺼내 놓게 되기도 할 만큼 서로 무장해제를 하게 된다. 그런 만큼 서로를 속 깊게 이해하게 되고 친근감이 빠르게 형성되는 것 같다. 이렇듯 책벚은 신기하고도 소중한 인연이다.


10월 ‘함께읽기’ 책인 ‘알랭 드 보통’ 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책수다를 나누게 하는 책이었기에 기혼 여성인 책친구님들의 개인적인 사연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득 우리 책모임의 책친구님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지킬 줄 알고 기본 교양이 있으신 분들이셔서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0월의 책모임도 역시나 ‘스트레스 타파’라는 ‘수다의 효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행복한 북토크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어떤 책을 함께 읽게 되든 책수다 시간만큼은 책 내용과 관련지어져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원하는 만큼 가장 편안하고 솔직하게 꺼내 놓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참고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시간을 누리게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자신의 현상태를 살펴보고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보살피면서 치유와 발전의 시간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작은 디딤돌 같은 책모임으로 성장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10월의 ‘함께읽기책’은 책친구님의 추천으로 참 좋은 책을 읽게 되어서 더욱 의미로웠다. 리더 혼자서 책을 선정하다 보면 아무래도 개인이 선호하는 장르와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되기에 경향성이 편중되는 면이 없지 않다. 사람마다 취향과 성향에 따라 어떤 선택이든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있게 마련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책친구님들이 서로 책을 추천해 공유하면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게 될 터이니 얼마나 즐거울까 싶다. 선택된 책이 어떤 책이든 함께 읽고 토론하고 리뷰 등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면, 읽고 그냥 덮어버린 후 시간이 지나면 책의 내용이 가물거리는 여타의 책들에 비해 오래도록 기억 속에 의미롭게 남게 될 것이기에 북토크에서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책들이 기대된다.


살방살방 야외로 놀러 다니기에 딱 좋은 가을날의 주말에 책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참 귀한 시간을 내어서 멀리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5인의 책친구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늘은 가을날 답지 않은 급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와 책모임을 마치는 시간에는 강추위를 뚫고 헤어졌다. 이렇듯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북토크 모임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 책친구님들의 열정이 참 대단하고 고맙다. 특히 오늘 새로 합류하신 뉴페이스 책친구님께도 오늘 북토크가 부디 좋은 시간이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곧이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날 11월의 북토크 모임을 기약한다.            



[의미로운 구절]              

p15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비행기 옆자리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관찰자에게 언뜻 비친 듯한 누군가의 완벽함이 평생토록 유지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p16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p27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p28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을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p30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p57

합리적 결혼은 어떤 진실한 관점에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으며, 자주 편의주의적이고, 편협하고, 속물적이고, 착취적이고, 모욕적이었다.    

 

p60

다소 부끄럽지만 결혼의 매력은 혼자 산다는 게 얼마나 불쾌한지로 귀결된다. 이는 꼭 우리 개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독신 생활을 최대한 성가시고 우울하게 만들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p63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우리는 유년기에 아주 익숙했던 감정들 그대로를 성년의 관계 안에서 재현하길 바라고, 그 감정은 다만 애정과 보살핌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렸을 때 맛본 사랑이란 보다 파괴적인 다른 역학들과도 얽혀 있다.     


p65

결혼: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p78

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점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p81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예술은 다른 사람에게서 구할 수 없는 답을 준다. 일반 사회가 점잔을 빼느라 탐험하기 꺼려하는 것들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어쩌면 이것을 문학의 요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권위 있는 책들을 보면 이 저자는 어떻게 우리의 삶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 수 있었을까 하며 위안과 감사를 느끼고 경탄하게 된다.

     

p88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p96

자유사상가(libertin)의 견지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그에게 성적으로 변함없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 사이에 본질상으로나 논리상의 어떤 연결도 없다.     


p102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p104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의사 전달을 잘하는 사람 못지않게 드물거나 중요하다. 잘 들어주는 사람 역시 특별한 자신감이 그 비결이다. 어떤 확고한 가정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정보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거나 그 무게에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수용력 말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마음속에 얼마간 담아둘 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경험을 통해 모든 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113

우리는 의식에서 거의 지워져 버린 위기들이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대본에 따라 행동할 때가 너무나 많다. 지금은 기억에서 사라져 폐물이 된 논리에 따르고,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밝히지 못한 의미를 좇는다.     

p114

마음이 전이에 말려들면 우리는 사람이나 상황을 믿어주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불안에 빠져 즉시 과거가 지정해 놓은 최악의 결론으로 나아간다.     


p124

분별 있고 예의 바른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뿐이다.     


p127

여섯 살의 라비에게 어머니는 거의 신과 같았다.     


p131

진실한 사랑은 파트너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p147

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봉사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p151

부모로서 우리는 사랑에 관해 또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의지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달려 있는 그 존재 주변으로 어떠한 책임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할지를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힘이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알게 된다.  

   

p156

성인이 되어 맨 처음 관계를 형성할 때 유년기에 우리가 경험했던 자애롭고 이타적인 사랑을 찾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친다 해도 놀랍지 않다.  

   

p163

어린애 같은 건 어린애들만이 아니다. 어른들 역시-허세의 이면에는-장난스럽고, 어리석고, 엉뚱하고, 상처를 잘 받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겁에 질리고, 가엾고, 위로와 용서를 찾는 면이 있다.    

 

p172

아이를 성인으로 만드는 데 너무 막대한 희생이 요구되고 만다.     


p182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끌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가장 사랑한 사람들과 뚜렷한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p184

성적 욕구는 확고히 친밀해지고자 하는 염원에서 나오며, 그렇기에 사전의 거리감을 전제로 하고,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매우 독특한 기쁨이자 안도감을 선사한다.     


p189

판타지는 대개 다수의 모순된 소망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다.   

  

p194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p204

중년의 유혹자가 보이는 솔직함이란 자신감이나 오만함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처량한 인식에서 나오는 일종의 조급한 절망감이다.     


p207

배우자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불륜에 뛰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파트너를 배신하는 수고를 들이려면 대개 파트너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p212~216

낭만주의의 랜즈로 보면 ‘간통’은 배신이다.

첫 번째 전제-길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면 애초부터 사랑은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 전제-바람피우는 짓은 그냥 나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한다고 공언하는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극악 행위이다.

세 번째 전제-상대방의 최선의 이익을 진심으로 염려한다는 확실한 징표다.

네 번째 전제-정신이 온전한 사람은 항상 한 사람과 사랑하기를 원한다. 일부일처는 정신 건강의 기준점이다.   

  

p236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p237

결혼: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p239

우울감은 치료를 요하는 병이 아니다. 우울은 처음부터 이 각본에는 실망이 적혀 있었다는 확신과 마주할 때 유발되는 일종의 지적 슬픔이다.     


p241

어떤 관계도 온 마음을 다해 친밀하고자 하는 헌신 없이는 첫걸음을 떼지 못한다.     


p243

역사의 거의 전 기간 동안 사람들이 결혼 생활을 유지한 것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약간의 재산을 지키고, 가문의 통합이 유지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p247

나이가 들면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미숙함을 새로이 자각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심리치료는 시간과 돈이 남아도는 미친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p248

제대로 된 치료사를 찾는 일은 예컨대 괜찮은 미용사-인간적 관심을 내세우는 데 좀 덜 열정적인 서비스 제공자-를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p251

위대한 저작인 <분리불안>(1959)에서 볼비는 최초의 가정환경에서 실망을 겪은 사람이 성인이 되어 관계의 어려움이나 모호함에 직면할 때,

첫째는 볼비가 ‘불안정 애착’이라 명명한, 두려워하고 집착하고 지배하는 행동 양식이고,

둘째는 ‘회피 애착’이라 명명한, 방어 및 후퇴 작전이다.  

   

p253

불안정 애착의 징후는 침묵, 지연, 막연함 같은 애매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p257~258

회피 애착 유형은 정서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을 피하고 상대방에게 노출을 줄이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는 특징이 있다.     


p259

라비는 불안해하면서 공격하고, 커스틴은 회피하면서 퇴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몹시 필요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올까 두려워한다.     


p260

‘하잔과 세이버’가 애착 유형의 평가를 위해 최초로 고안한 설문조사(1987)에서 세 가지 경우

A:회피 애착

나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상대방이 종종 뚜렷한 이유도 없이 실망스럽거나 이기적으로 나온다. 나는 스스로 타인과 너무 가까워지는 걸 용인하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나는 혼자 지내도 괜찮다.

B:불안정 애착

나는 타인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바라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을 꺼려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길까 하고 걱정한다. 그 때문에 아주 속이 상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C:안정 애착

나는 비교적 쉽게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진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그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혼자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p263~264

불면증은 몇 주 계속되면 지옥이 된다. 그러나 그보다 짧게, 가끔씩 하룻밤 정도 지새는 것은 반드시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오히려 중요한 정신적 문제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전해야 하는 중요한 통찰은 대개 밤이 되어야 찾아온다. 어둠이 내린 후에야 들리는 도시의 교회 종소리처럼.     


p270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주는 것뿐이다.     


p272

부모는 한동안 놀랄 만큼 유능해 보인다. 과한 존경은 애틋하지만 대단히 문제적이기도 하다.    

 

p273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p275

죽음이 아주 끔찍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다시 분배되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뿐이라고.     


p279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아니면 우리는 모두 당연히 악몽의 전형인 ‘엉뚱한 사람’을 곁에 두게 된다.     

정착을 하기 전에 몇 명의 애인을 사귀어보는 것도 이 깨달음을 깊이 새기는 데 도움이 된다.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직접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발견할 기회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p278~284

이제 라비는 안만주의 개념들이 재난을 낳는다는 것을 안다. 그의 준비된 마음은 완전히 다른 기준들에 기초한 결과다. 그가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①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②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벽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③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④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커스틴이 까다로운 게 아님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⑤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⑥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항상 섹스는 사랑과 불편하게 동거하리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⑦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평온한 날에는) 행복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⑧라비와 커스틴이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그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⑨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러브스토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고, 영화와 소설에 묘사된 사랑이 그가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랑과는 거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p290

그들은 함께 이뤄온 것에 황홀한 충성심을 느낀다. 다투게 되고 화나고 웃음 나고 어리석고 아름다운 그들의 결혼 생활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것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p295

예술은 경험을 보존하는 수단이다.... 예술은 복잡성을 편집하여, 인생의 가장 의미 있는 측면들에 빠른 시간 내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 준다.     


p296

삶의 추함을 인정하고 낭만주의를 뛰어넘어 짧고 뜨거운 사랑을 일생으로 확장하는 일에는 철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원한 사랑처럼 완전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순간은 있어도 완전한 인생은 없다. 서로를 영혼의 짝이라 믿고 혼인서약을 한 라비와 커스틴. 하지만 유년의 상처 때문에 한 사람은 불안 애착으로 치닫고 한 사람은 회피 애착으로 도피한다.     


p298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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