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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n 11. 2022

[책리뷰]-『과학콘서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과학콘서트


#정재승

    

정재승’ 교수의 교양과학서『과학콘서트』독서토론 리뷰      


[북토크 리뷰]-『과학콘서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불안해지는 영혼을 바로 세우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 속 과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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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콘서트』                         

✅작가 : 정재승                             

✅출판사 : 어크로스            

✅북토크 일시 : 2022, 6, 4, 토     

✅북토크 장소 : 송파 모임처                         

✅준비물 : 마스크 착용 필수, 책, 필기도구, 능동적이고 즐거운 마음                         

✅참여자 : 책친구님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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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현장 써머리]    

2022년 6월 ‘함께읽기책’은 책친구님의 추천책인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였습니다.

80만 독자가 선택한 한국 과학책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과학콘서트』는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명쾌한 과학적 세상 읽기의 순간으로 이끌어주는 과학교양서로, 출간 20년을 맞이하여 개정증보 2판이 재출간되었습니다. 한겨레신문사로부터 ‘교양과학서이자 인문학적 성찰로도 읽히는 이 책은 과학대중서가 지녀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제시한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는데요,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과 함께 읽은 소감을 나눠봅시다. (1점부터 5점까지 별점을 주세요.)   

       

✅북토크 참여자들이 준 책의 평점과 이유, 그리고 독후 소감(5점 만점)     

✔2.7

내가 만약 이 책을 20년 전에 읽었다면 좀 더 높은 평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현재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미 달리지거나 틀린 부분이 많아서 하나도 새롭지가 않은 책내용이었다. 저자가 이 책의 초판을 냈던 이후로 20년이 흐르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이상의 것들을 연구하고 설파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었다. 저자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이 책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어놓았던 초안이 어찌 보면 어려운 과학지식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볍게 다루면서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위트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고 뭐하나 감명 깊게 훅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 책 내용 중에 미국이 현재도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갈 것이라는 뉘앙스의 전망을 드러내기도 한 부분을 보면서, 20년 전에는 맞는 이야기였을지 몰라도 21세기 현재는 매칭이 안되는 엉뚱한 이야기 같다고 느껴져서 동의가 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다 망해가는 형국인데도 미국이 세계 최강이며 발전적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지금은 맞지 않은 이야기였다. 지금 인터넷이 얼마나 발달하였으며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단계인데, 20년 전 상황에서나 합당할 만한 얘기를 지금 또다시 반복하고 있으니, 개정증보판이라고 리뉴얼해서 내어 놓은 이 책이 하나도 새롭지도 않고 별 재미도 없고 참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깊이도 별로 모르겠어서 과연 20년이 지나 다시 출간할 만큼의 내용인가 싶게 이 책의 가치가 의아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공중파에 나와 유명해지니까 출판사에서 기존 책을 좀 보충, 보강하여 다시 출간해 판매고를 높이려고, 이제는 달라진 내용들을 너무 우려먹었구나 싶은 의심이 들 만큼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좀 구닥다리 같은 프레임에 갇힌, 흘러간 옛날 유행가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에 높은 평점을 줄 수 없었다.     


✔4.5

내가 과학에 대한 식견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과학과 자연의 어떤 법칙들에 대해 넓은 시야로 볼 수 있는 저자의 사고가 느껴졌고, 과학 논리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잘 접목시킨 융합적인 사고방식이 좋게 다가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 보자면 우리집은 교회를 오래 다닌 기독교 집안이었고 나도 한때 종교 생활을 잘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물론에 빠지게 된 케이스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가 세상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야와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매칭이 되어서 나는 이 책이 흥미로웠다.     


✔4.5

이 책을 읽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이 밥을 안먹으려고 할 때 엄마가 숟가락을 들고 비행기 놀이를 하듯이 아이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게 재미있는 놀이 식으로 밥을 먹게 만드는 것처럼 과학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과학에 대해 접근하게끔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 책이라고 느꼈다.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과학, 특히 물리학의 이론을 접목시키려고 시도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어찌 보면 학교 다닐 때 과학은 어려우니 포기한 학생이라고 할 만큼 과학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고, 과학이나 물리학 서적을 읽어본 적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쉽게 입문하게 해 준 책이라 할 수도 있는 좋은 책인 듯했다.

저자가 ‘머피의 법칙, 프레탈’ 같은 여러 개념을 사례를 자연스럽게 들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학과 접목시켜 어렵지 않게 과학이론에 접근시켜줘서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 책 내용이 어렵고 딱딱했으면 나는 흥미를 잃었을 텐데, 과학책 치고는 내용이 부드럽고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또한 저자가 논리적인 과학자라는 통상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따뜻함이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으며, 또 인문학적인 식견도 풍부하여 과학과 인문학을 인간의 삶에 잘 접목시킨 것이 좋았다. 게다가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좋을지에 대해 걱정하는 듯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도 느껴져서 포근함마저 느꼈다.     


✔3.0

이 책이 중고등학교 추천 도서인데, 과학이라는 분야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과학이라는 분야를 접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중고등학생이 아니니 중년 아줌마인 내가 읽기에는 별로 마땅치 않은 책이었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라 별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너무 길게 이야기하면서 좀 더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인위적으로 애쓰는 것 같아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요즘 사람들은 재미있는 유튜브 같은 동여상과 여러 화려한 매체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실은 2.8을 주고 싶었으나 이 책을 힘들게 선별해 추천도서로 제안해준 책 추천자의 성의를 생각해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본건 아닐까 싶어 조금 더 높인 점수 3.0을 주었다

최근 내가 접한 책 중 ‘아마존 언바운드’라는 과학책이 있었는데 참 읽기가 어렵고 진도가 잘 안나갔다. 그 책에서 과학과 생활의 밀접성이 많이 등장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하여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과학의 현실 적용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으나, 나는 과학이 발전하여 이루어낸 성과들을 누리고 살고 싶기는 해도, 과학을 깊이 알려고 애쓰며 연구하고 싶지는 않다는 고백을 한다. 이 책은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었고 그다지 관심은 없어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는 책이었다.     


✔3.0

나는 평소 철학책, 인문학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과학책에는 관심을 별로 두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독서모임에서 김초엽 작가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다루었는데, 예전에 우리 책모임에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독서토론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나는 2점대의 아주 박한 평점을 주면서, 이 작가는 별로 수준이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공계 재원이 뭔 소설책을 쓴다고 나섰는지 안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듯 하다고 혹평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 독서모임에서도 그때와 똑같이 김초엽 작가에 대해 혹평을 했는데, 그때 토론자 중  생명공학을 전공한 어떤 분이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과학적으로 설명을 쫙 해주는 것 들으면서 난 뒤통수를 세게 두드려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그간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너무 무지했구나, 내가 과학 전공자가 쓸데없이 인문학을 넘본다고 평가절하하며 너무 교만했구나 깨달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확 자세가 낮추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그 일 이전에 과학자 정재승에 대해서도 김초엽 작가를 혹평했던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던 그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논리적인 과학자이면서 복잡한 인간을 설명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과학자는 과학이나 열심히 해라, 인문학을 깊이 있게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인간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설명하려고 애쓰지 마라, 당신이 인간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게 다가 아니다, 일반화하지 마라, 일반화의 오류다.’라고 속으로 비꼬는 마음이 올라왔었던 지금까지의 내 태도가 반성이 되었다.

그간 익히 알고 있었던 정재승 교수에 대해서 ‘과학자이고, 뇌과학을 연구하였으니 마치  인간을 꽤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여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것 같은데, 그게 하나도 안맞는다. 그러니 과학자는 과학에 충실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라며 비꼬는 교만한 마음을 가졌었다는 것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깨지면서 정재승 교수를 다시 보게 되었고, 한층 새로워진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이다.

내가 아는 일반적인 것들을 과학자답게 연역법 귀납법 등의 논리적 도구를 활용해 가며 효율적으로 연구하는 정재승 교수의 태도가 인문학자들도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과학자이면서 인간에 대해 너무 깊게 파헤치려 하지 마라.’며 삐딱하게 바라봤던 마음들이 확 바뀌어져서, 인간의 삶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인문학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인문학의 접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이끌어주는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책은 학생들이 읽으면 참 좋을 책이라고 느꼈다.

인간의 근본과 근원을 연구했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고대 철학자들도 알고 보면 철학자이기 이전에 과학자, 수학자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이 곧 철학이며 인간의 삶이기에 과학자가 인간의 삶을 충분히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기에 내가 오만하게도 이 책을 함부로 평가절하하려고 했던 과거가 반성이 되었고, 예전에 뭘 잘 모르고 어설픈 혹평을 날렸던 김초엽 작가에게 이제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이병희 회원님께 고맙고, 특히 오늘 북토크 자리에서는 책추천인의 말을 경청하며 많이 듣는다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오늘 독서토론에서는 그 어느때 보다도 더 많이 들어야겠다.     


✔4.0

나는 몇 년 전에 정재승의 <열 두 발자국>이라는 책으로 독서토론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과학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교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기 전에도 일정 수준 이상 고퀄의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는 짐작을 했다. 책을 완독한 시점에서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알찬 내용으로 꽉 차 있구나 감탄하게 되었고, 이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선생님이 제자에게, 부모님이 자녀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권하는 이 시대 최고의 교양서’라는 극찬을 달고 다니는 유명한 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수긍이 갔다.

사실 난 과학책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을 만큼 이공계 관련 분야의 책에 흥미와 관심이 별로 없던 터인데, 이렇게 책모임에서 ‘함께읽기’를 통해 과학책을 읽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일상 속의 평범해 보이는 에피소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적 논리들을 이론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어디 가서 누군가와 대화할 때 과학용어를 사용하며 좀 아는 척 할 수 있을 만큼의 넓고 얕은 과학지식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 같아서 나 자신이 한층 해박해진 기분이 든다.

정재승 교수는 한마디로 각 분야를 통합한 지식을 폭넓게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융합형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전공 이외에도 분야를 망라하여 다방면의 온갖 지식들을 최대한 끌어다가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잘 버무리는 재주가 매우 뛰어난 정재승 교수의 탁월한 능력이 너무도 완벽했다는 점이, 오히려 주도면밀하고 영악해 보이기도 하면서 ‘참 아는 것도 너무 많고 똑똑하고 잘났다.’ 하며 얄밉게 생각하는 심통이 올라와서 평점 1점을 뺐다.

한편 책의 말미에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참고문헌과 참고 논문들을 지나치다 싶게 자세히 나열하며 소상하게 밝힌 투명함은, 정재승 교수가 지적 저작권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며 학자적 자존심을 지키는 참지식인이란 걸 느낄 수 있어서 의미롭게 생각되었다.        

  

✅본토론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정리 불가함.    

      

✅핵심 메시지 또는 한 줄 총평        

✔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인간에 대한 이해

✔과학자도 때로는 괴변을 늘어놓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과학자여! 인간을 규명하려는 사명감을 가지지 말아라. 제발.

✔심장의 유연한 운동 상태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뇌가 과연 작은 세상인가? 아닌가?

✔모든 세상은 분자운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중우주론자인 나로서는, 우주의 끝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다고 믿는다.

✔유물론은 세상을 정확히 보는 것에 기여한다.

✔삶은 모르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불안해지는 영혼을 바로 세우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 속 과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각은 창의적인 사람을 만든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도 연결 지어보면 일맥상통하는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 책과 토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및 마무리 발언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다채로운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호기심으로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어린아이처럼, 20세기 현대 과학은 자연을 쪼개고 분해해 그 구성요소를 나열하는 데에는 이미 성공했다. 그런데 자연이 무엇인지, 어떤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밝혀내고 있으나 그렇게 자세히 분석하며 풀어헤쳐 놓은 것을 다시 어떻게 재조합하여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창작과 우연에 대해 늘 생각한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조물주의 창조와 과학자인 진화론자들이 연구하며 끝없이 설왕설래를 해온 인간과 세상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정확한 답이 규명되지 못했다. 과연 의식을 가진 존재가 창조되었느냐?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느냐? 그것은 끝없는 논제이다.

그것이 우연히 수없이 많은 진화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는 과학자들의 믿음이 현대 과학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종교적 해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창작은 우연의 끝에 이루어지나, 그 우연 조차도 과학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수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 움직이며 변화하며 우리들 각자의 생각과 사고가 변화하듯 물질적인 것들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지속적인 작용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자연은 변화하고 있어서 발전된 물질이 탄생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편 인간의 삶과 접목시켜 생각을 해 보았을 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게 자연인 바다와 육지처럼 그 경계는 늘 움직이고 있으니 그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 한 사례로 안락사 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등 옳다 그르다, 윤리적이다 비윤리적이다 하며 끝없는 논쟁을 하는 것과 같이 과학과 자연의 경계는 계속해서 넘나들며 연관선상에서 서로를 오고 간다.

결론적으로 과학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긍정적인 연대가 중요한 것 같다.     

한편 나는 대학 다닐 때 종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사회주의 서적 토론을 할 기회가 많았고, 그 당시 세상에 대한 시야를 꽤 넓힐 수 있었다.

그것은 유물론 덕분이다. 유물론은 매몰차고 차가운 게 아니라 세상을 정확하게 보려고 애쓰는 것의 이론적 배경이다.

그래서 삶에서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과학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로웠다.     


✔ 개인적인 나의 성향과는 유리되어 내 마음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그 내용은 좋은 책이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이렇듯 내가 관심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접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삶의 한 과정 같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여러 역동이 일어났고,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어설프게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부디 교만하게 살지 말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간의 나의 교만함을 깨부수어 주고 겸손함을 미덕을 끌어올리게 만들어준 의미 있는 책이다. 과학도서에 대해 호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책추천인에게 고맙다.     


✔내 취향이 아닌 책이어서 책 읽는 속도가 잘 안났었다. 독서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읽긴 읽어야 하는데 잘 읽히지가 않아서, 읽을 때는 지루해하며 대각선으로 속독하기도 했고, 어떤 페이지는 핵심적인 단어나 구절만 추려 읽었다.

그런데 오늘 북토크에서 책추천님의 탄탄한 이공계적 베이스로 조목조목 근거를 발췌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니 나도 모르게 서서히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배가 되었다.

평소에 일상적인 역할들을 관성적으로 수행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이렇게 독서토론에 참여하여 함께 책읽기를 재미있게 하게 되어 좋다. 오늘 북토크를 통해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얻고 간다.     


평소에 나는 과학자에 대해 천재, 아니면 좀 괴짜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기도 했고, 그들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따분하며 나하고는 너무 먼 저곳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재승 교수가 생각하는 방식에 빠져들면서, 과학자가 이렇게 인간적일 수 있구나, 이렇게 사소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서 분석하고 증명해 내려고 온갖 과학적 논리와 공식들을 대입하는 사람들이 과학자이구나 싶고, 과학자의 호기심 가득한 흥미와 명석한 두뇌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 과학이 많이 발전하였고 우리나라도 이공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훌륭한 과학자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과학서적이 외국서적이 많다고 하면서, 자기 같은 과학자들이 더 분발하고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는 정재승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나라 과학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다고 느껴져서 인간적으로도 좋았다. 그간 딱딱하고 건조할 것만 같았던 이공계 학자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 걷어낸 <과학콘서트>와 ‘정재승’ 교수였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 못하는 것들을 예민하게 감지하여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과학자의 태도가 멋지다고 느껴졌다.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났는데, 명석한 두뇌를 타고난 천재라면 나도 과학자 한번 해 보고 싶다.     


이런 책이 내 취향이 아니라 오늘 북토크에서 본의 아니게 부정적인 이야기 많이 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병희 언니 덕분에 이 책의 장점을 너무 많이 발견하게 되어 참 좋았다. 없던 흥미로움도 생겼고 처음에 이 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에 비해 북토크가 끝난 지금은 이 책과 저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재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오늘의 독서토론 모임이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호불호를 너무 정확하게 선을 긋지 말고 좀 더 호의적인 마음으로 장점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태도를 가져보아야겠다. 여러 시각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운 북토크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사건사고도 많다. 나는 그런 경험들을 할 때면 도대체 왜 그럴까를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인문, 사회, 경제 또는 심리적인 베이스로만 해석해 내려는 관성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과 수학을 비롯하여 각 분야를 통섭한 다양한 논리들에 대입해 좀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패턴화 되며 굳어져 가기도 하고 계속 습관적이고 익숙한 방향으로만 해석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논리적이면서 색다르게 사유하는 방법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언제나 느끼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인 경향성이 편향된 독서를 하는 나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모임이 유용하고 도움이 된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읽어야 할 책들이 많고도 많지만, 우리 책친구님들이 추천해 주는 책들 덕분에 선택과 고민의 여지없이 강제독서, 의무독서 하는 것은 색다른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개인적으로 좀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피곤한 가운데 미처 못 챙기고 놓치는 부분도 많은데, 이미 선약된 북토크 모임날이라 일상을 내려놓고 책모임에 참여해 보낸 주말 시간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는 듯한 느낌의 쉼표가 되어 주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학콘서트』 책리뷰】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불안해지는 영혼을 바로 세우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 속 과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 책모임 멤버님의 추천에 의해 6월의 ‘함께읽기책’으로 지정되었고, 책친구님들과 화창한 주말에 모여 독서토론을 하게 되었다. 우리 책모임에서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함께읽기책’을 추천하여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어서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내용들의 책들을 다루게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팀 구성원들이 중년의 여성들이어서 그런지 기술서나 과학서는 좀처럼 추천되어 올라오는 일이 드문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건축사 책친구님의 추천 덕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역시 공학도 출신의 책친구님이 계시니 과학책도 읽어볼 기회가 생기는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과 색다른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재승’ 박사는 오래전부터 이미 매스컴에 여러 번 등장하였던 바가 있어서인지, 인지도 면에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존재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그 옛날 ‘SBS 호기심 천국’에 과학 관련 인터뷰어로 나타난 이후에 꾸준히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보통의 사람들도 쉽게 과학을 접하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재승 교수를 대중적인 인물로 각인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알쓸신잡’이라는 지식 교양 프로그램이었을 터인데,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을 그의 방대한 배경지식을 총동원하여 누구나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아는 입담을 가진 정교수에게 반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 정재승 교수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과학적으로 논증해 내려고 애쓰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과 일어나는 현상에 섬세한 관찰력과 호기심을 갖고서 과학적 논거를 찾아내려 하고 확률적인 계산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정재승 교수의 태도를 보면서 과연 과학자는 과학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이공계 출신의 공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선입견일 수 있는, 자신의 전공 분야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거나 세상과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다소 좁은 시야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달변가이기도 했던 정교수였기에, 그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들을 일반인들에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었던 듯하다. 물론 당시 함께 출연했던 김영하 작가, 유시민 작가 등 기라성 같은 우리 시대 대표 지식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지적인 토론 현장이었으니 그 상황은 누가 보아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당시 ‘알쓸신잡’의 인기와 더불어 정재승 교수가 일반인들에게 좋게 어필하면서 인지도가 더 높아졌을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 시청자 중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과학적 이론을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들과 접목시켜서 그 연관성을 이야기하면서 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정재승 교수에게 부지불식간에 설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대중들에게 과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갖도록 이끌어 준 정재승 교수는 세부 전공이 인간의 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뇌과학자’였기 때문에 기존의 이공계의 연구 트렌드에서 살짝 각도를 틀어 우리가 여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융합적인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해왔다고 생각된다.

이렇듯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정재승 박사가 펴낸 책 <과학 콘서트>는 초판을 낸 직후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공계 전공자나 과학도를 넘어선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다가, 이후로 20여 년을 뛰어넘는 세월이 흐른 현재, 그간 더 보충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보강하여 개정증보 2판을 새롭게 출판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우리 독서토론 모임에서 6월 함께읽기책으로 지정된 <과학콘서트>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놓고 배송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검색을 좀 해 보았는데, 중/고등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독서활동란에 단골로 올라오는 책이었으며,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베스트셀러였다.

사실 나는 몇 년 전 한 책모임에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이라는 책으로 독서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참여한 책친구님들의 평가가 참 다양하게 나왔었는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책은 토론회의 대담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그대로 옮겨와 있는 그대로의 대화체의 형식으로 서술한 책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대화 주제에서 조금 빗나갔다 싶을 정도의 이런 이야기까지 활자로 옮겨 책에 실어야 했을까 하며 의아한 생각이 들 만큼 중간중간 뭔가 말장난스러운 부분도 많았었다. 아무래도 대화체의 서술이라 그런지 정재승 교수 특유의 무의식적 잘난척(?)이 깔려 있는 깐죽거림(?) 같은 표현들도 눈에 띄어서 나는 그 책이 그다지 호감이지 않았었기에 당시 그 책의 평점을 후하게 주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우리 책모임의 책추천인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과학책을 만나게 된 것인데, 그 책이 바로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였다. 오래간만에 읽게 된 과학 장르의 책이기도 하였고,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받아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내가 받아 본 책이 ‘개정증보 2판’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2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꾸준히 찾아 읽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토록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 책이 지닌 매력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이 장르상 과학책이라고 하기에는 과학 전문 용어 투성이의 어려운 과학 이론으로 꽉 채워 놓은 것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일반적인 언어로 친근하게 잘 풀어놓았기 때문에 가독성이 참 좋아서 책을 붙들고 앉아 읽기 시작하자마자 꽤 가속도가 붙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완독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왜 이렇게 인기가 지속되는 부동의 베스트셀러인지, 그 까닭에 대해서도 나는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정재승의 <과학콘서트>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하여 너무도 다양한 과학적 접근을 자연스럽게 함으로써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편안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써 내려간 서술이 흥미로우면서도 매우 유익하기 때문에 부동의 과학교양서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일상 속 경험에서 ‘나도 저런 의문 가져본 적 있어! 평소 저런 궁금증이 있었지!’ 할 만한 소재들을 가져와 과학이론과 효과적으로 접목시켜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면서도 뭔가를 잘 알게 된 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느낌은 뭐라고 딱 짚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과학 이론적으로 대단히 많은 것을 알게 된 듯한 뿌듯함이었다. 아마도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이라는 매력이 그들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져서 친근한 책이었을 것 같다.


또한 정재승 교수는 논리적인 사고 회로를 지닌 과학자로서 과학적 기초를 탄탄하게 지니고 있는 데다가 한편으로는 매우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어떤 주제에 접근할 때에 군더더기를 많이 붙여가며 복잡하게 꼬는 것보다는 좀 더 명확한 논리에 대입을 시켜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단순한 듯하면서도 빠른 이해를 돕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과학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논리적인 생각으로 이행하면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힘이 있는 과학자라는 것을 바로 이 책 <과학콘서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는 책의 완성도와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과학을 일상으로 끌고 들어와 과학에 문외한이거나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까지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 주었다는 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며 높게 평가할 만하다. 과학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영역이며 과학자들의 몫인 것이고, 이공계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저 어렵기만 하고 머리 아프게만 느껴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도, 일상 속에서 경험한 그 일이 이런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었다니 참 재미있구나 느끼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지닌 책이었다.

워낙에 장기간에 걸쳐 화제성이 높았던 책이었고, 이 책의 초판을 읽은 사람이 결혼을 하여 낳은 아이가 자라나 청소년이 되어 개정증보판을 읽고 있다고 하니 이 책의 생명력이 얼마나 긴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이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 세대를 거슬러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에는 아마도 정재승 교수의 필력도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과학자로서 본인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면서 그와 연결시킬 수 있는 배경지식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을 만큼 다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저자의 영민함은 단연 돋보인다. 저자는 자연의 흐름에서 찾은 과학적 원리에서 시작해 인간의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로서 갖추어야 할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이었고, 특히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와 삶에 대해 관심이 참 많은 사람이란 게 이렇게 과학책을 대중서로까지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말했다. 과학은 그 자체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과학을 빙자한 인간들이라고.

정재승 교수의 과학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고,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들 사이의 온갖 권모술수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비판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에 우리 북토크팀의 책친구님의 추천으로 기회가 되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인데, 워낙 오래전에 초판이 출간된 책이다 보니 책친구님들 중에 어떤 회원님은 그 옛날 언젠가 한 번쯤 접해 보았을 듯한 느낌으로 처음부터 생소하지 않게 책의 첫 장을 열 수 있었을 듯하다.

초판은 건너뛰고 개정증보 2판을 처음으로 만난 나에게는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너무도 사소한 에피소드에 이렇게 전문적인 과학 논리들을 적용시킬 수 있는 정재승 교수의 해박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두껍고 부담되는 분량에 대해서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내어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준 많은 독자들도 참 지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똑똑하고 친근한 과학자와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서 탄생하게 된 훌륭한 결과인 듯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평소 과학에 대한 흥미도 관심도 별로 없는 내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은 읽고도 뭔 말인지 좀 이해가 어려워서 반복해서 읽기도 했었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 챕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한 여러 분야를 한 곳에 모아서 과학적이면서 실제적으로 접목시키고 논리적으로 증명해 내듯 재미있는 스토리로 엮어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훌륭하게 느껴졌고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한편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편집자가 대단한 능력자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클래식 음악의 콘서트 현장 속 각 악장의 형식을 빌어 주제별 챕터를 일목요연하면서도 다이내믹하게 배치한 구성이 단연 돋보였다. 이 책은 정재승 교수가 생활 속에서 예의주시했던 경험적 현상에 기초하여 과학적 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챕터마다 과학은 물론 인문, 문화, 경제, 예술...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여 그 논제를 뒷받침해 줄 만한 명언이나 인물들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하면서 요약하여 독자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게끔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우 독특한 구성력으로 느껴졌다.     


이 책을 왜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으로 꼽으며,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필독서 상위 자리에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세상을 보는 시각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받게 되고 변화가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만 하고, 도무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논리적인 과학들이 그 안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세상을 바라보면 모호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와 문사철, 그리고 문화예술, 정치 경제, 예체능 등 각 분야가 뚜렷하게 경계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끊임없는 교류와 융합을 통해 함께 어우러지며 통섭하는 체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의 흐름인 만큼 이 책 <과학콘서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느껴졌다. 복잡한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들을 찾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와 세상의 모순에 대한 성찰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평소 문사철에 치우친 나같은 편독자에게는 마냥 어렵기만 한 과학의 세계를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저자의 열정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다. 특히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를 들어 과학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며 부지불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어 주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완독함으로써 ‘과학무식자’에서 ‘과학교양인’으로 거듭난 기분 좋은 느낌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평소 취향 타듯 편협한 독서를 하는 나의 좁은 식견에 좀 더 넓고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는 독서의 지평을 열어준 책추천인에게 고맙다. 책친구님들이 돌아가며 자유롭게 추천해 주시는 다채로운 영역의 도서들을 ‘함께읽기’ 하다 보니 좀 더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어 책모임이 꽤 즐겁다. 앞으로도 광범위한 분야의 책들을 계속 만나고 꾸준히 독서하며 책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과학콘서트』 의미로운 구절】

  

<프롤로그>

p14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

과학이란 마치 길 건너편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고 반대편 가로등 아래서 열쇠를 찾고 있는 술 취한 사람과 흡사합니다. 가로등 아래에 빛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노암 촘스키, 언어학자)     


<제1악장>

p23

-케빈 베이컨 게임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다.

인간에 관한 과학이 자연과학을 포함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도 앞으로 인간에 관한 과학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두 과학은 머지않아 하나의 과학이 될 것이.(카를 마르크스)     


p39

-머피의 법칙

-일상생활 속의 법칙, 과학으로 증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 세계가 형성된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캉디드가 물었다. “우리를 괴롭히기 위함이다.” 마르탱이 대답했다. (볼테르의 <캉디드>)     


p49

-어리석은 통계학

-O. J. 심슨 살인 사건의 교훈

땅에 바늘을 꽂고 하늘에서 작은 씨앗을 떨어뜨려 바늘에 씨앗이 꽂힐 확률. 이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너와 내가 만난 것이다.(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p63

-웃음의 사회학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웃어라. 그러면 세상도 함께 웃어줄 것이다. 웃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엘라 힐러 윌콕스의 시 <고독>)     


p81

-아인슈타인의 뇌

-과학이라는 이름의 상식, 혹은 거짓말

과학은 그 자체로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과학을 빙자한 인간들이다.(세르반테스)     


<제2악장>

p 93

-잭슨 폴록

-캔버스에서 카오스를 발견한 현대 미술가

현대 미술가는 낡은 르네상스 시대의 형식으로 비행기와 원자폭탄, 라디오 그리고 이 시대를 표현할 수는 없다. 모든 시대는 각기 자기 시대만의 방법을 필요로 한다.(잭슨 폴록)   

  

p111

-아프리카 문화

-서태지의 머리에는 프랙털이 산다.

세상에는 우월한 문화도 열등한 문화도 없다. 다만 생존하기 위해 적응한 다양한 문화가 있을 뿐이다.(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인류학자)     


p123

-프랙털 음악

-바흐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갈대의 나부낌에도 음악이 있다. 시냇물의 흐름에도 음악이 있다. 귀가 있다면 누구나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바이런)     


p135

-지프의 법칙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백화점의 하루 매출의 80퍼센트는 그 백화점의 단골인 20퍼센트의 손님이 올린다.(파레토의 법칙)     


p147

-심장의 생리학

-심장 박동, 그 규칙적인 리듬의 레퀴엠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차다.(민태원의 수필 <청춘 예찬>)  

   

<제3악장>

p159

-자본주의의 심리학

-상술로 설계된 복잡한 미로-백화점

공원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은 공원의 조경이나 설계를 시민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공원에 오게 하는 것은 대리석 조각품이나 꽃밭, 폭포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필요하다.(윌리엄 화이트, 도시인류학자)     


p175

-복잡계 경제학

-물리학자들, 기존의 경제학을 뒤엎다.

경제란 석탄을 아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타고 있는 동안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랠프 왈도 에머슨, 시인/사상가)     


p191

-금융 공학

-주식시장에 뛰어든 나사의 로켓 물리학자들

<윌스트리트 저널>의 행성판을 구독하는 화성인이 있다면 그는 아마 주식시장이 ‘생명체’라고 결론지을 것이다.(브라이언 아서, 경제학자)     


p207

-교통의 물리학

-복잡한 도로에선 차선을 바꾸지 마라.

훗날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p219

-브라질 땅콩 효과

-모래 더미에서 발견한 과학

하나의 분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누가 과연 완벽히 계산해낼 수 있을까? 쏟아지는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이 우주의 탄생과 무관하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제4악장>

p235

-소음의 심리학

-영국 레스토랑은 너무 시끄러워

우리들의 귀가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을 삼켜야 하는데, 어찌 그 귀로 들판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는가?(칼릴 지브란, 시인)     


p245

-소음 공명

-소음이 있어야 소리가 들린다.

나의 축음기에는 잡음이 섞여 있다. 그러나 그 잡음 속에서 참다운 음악의 영혼이 들려온다.(에디슨)     


p257

-사이보그 공학

-뇌파로 조종되는 가제트 형사 만들기

기계는 위대한 자연의 문제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생떽쥐베리)     


p273

-크리스마스 물리학

-산타클로스가 하루 만에 돌기엔 너무 큰 지구

빨간색 코트와 삼각형 모자에 굵은 가죽 벨트를 두른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는 왜 빨간색 코트를 입고 있을까?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겨울철 콜라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홍보 전략으로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빨간 코트를 산타클로스에게 입혀 백화점 홍보에 나선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인터넷 어느 웹페이지에서)     


p283

-박수의 물리학

-반딧불이 콘서트에서 발견한 과학

저는 때론 제 연주보다 청중의 박수 소리가 더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므르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첼리스트)     


<에필로그>

p294

-복잡한 세상, 그 안의 과학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널드 토인비, 경제학자)     


p301

-10년 늦은 커튼콜

-세상의 모든 경계엔 꽃이 핀다.

여기 한평생 실패만을 거듭했으나, 한 번도 용기를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잠들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묘비명)     


p345

-두 번째 커튼콜

-복잡계 과학, 이제 인간에 대해 성찰하다.

복잡함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그것이 단순함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이다.

(더글러스 호튼,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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