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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Sep 12. 2021

[영화 리뷰]-<미안해요,리키>

*나 자신조차도 놓쳐버리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을 뒤돌아 보아야 한다.*

[영화 리뷰]-<미안해요, 리키 : Sorry We Missed You, 2019>


*나 자신조차도 놓쳐버리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습니까? 나는 그 당혹감과 궁금함을 실제로 즐길 때까지 그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궁금해했습니다. -칼 샌드버그


▶영화소개

넉넉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장 리키,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택배 회사에 취직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일상이 전개되고, 화목했던 가족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는데.. 성실하게 행복을 찾고 싶었던 리키의, 우리의 이야기가 찾아온다.(출처 : 네이버 영화소개)


▶영화기본정보

개봉 - 2019.12.19.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 영국, 프랑스, 벨기에

러닝타임 - 101분

배급 - 영화사 진진

감독 - 켄 로치


[영화리뷰]-<미안해요, 리키 : Sorry We Missed You, 2019>  

이 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영국 영화 상위 리스트에 올려놓기에 모든 면에서 차고도 넘치는 참 대단한 수작이었다. 아무래도 공간적 배경이 영국의 소시민 가정이다 보니 공간과 시간, 상황 설정이 유사한 몇몇 영국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중 원작을 감명 깊게 읽고 난 후 관람했던 [빌리 엘리어트]의 감동이 '희망과  환희에 찬 벅차오름의 재확인'이었다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한 [미안해요, 리키]는 '가슴조림과 안타까움이 연속되는 먹먹함의 쓰나미'였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몰아닥치는 인생의 어려움을, 한 가정의 가장인 한 택배기사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너무도 담담하게, 그러나 비정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표현해 낸 대단한 작품이었다.

1936년생인 캔 로치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그야말로 '노장 투혼'이었을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경이로울 정도로 놀라움이었고, 인생의 리얼리티에 대한 그의 예리한 통찰력이 연륜과 경륜에서 묻어나 매우 깊이가 있는 고품격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것 또한 저절로 느끼게 되고 진심으로 경의와 찬사를 보내게 되는 훌륭한 영화였다.

그저 감동적이었다고 표현하기에는 폭넓은 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존하였고,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볼거리가 많은 스펙터클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몰입이 되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내용이 전개되는 장면마다 긴박감에 빠져 가슴을 조리며 몇 번이나 울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었고, 자꾸만 긴장도가 높아져서 영화가 끝난 뒤, 그제서야 겨우 참고 있던 숨을 크게 한숨 몰아쉴 수가 있었을 만큼 관람 내내 영화에 초집중하여 푹 빠져들었다. 특히 마지막 씬에서 가족들의 절박한 만류를 뿌리치고 택배차를 몰고 일하러 가는 리키의 처절한 눈물은 뭐라고 말로 표현해 내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의미하고 있어서 극 중 주인공들과 관객인 내가 함께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공감하며 소통을 하듯이 느껴졌다.


거장 감독 켄 로치는 암담한 현실 극복을 위한 투쟁이나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거나 개선될 수 없는 극한 현실에 대한 슬픔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답답함으로 영화를 끝마무리하고 있어서 더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다가 결국에는 누가 조종하는지도 모르는 거대한 시스템 속으로 빨려 들어가 출구 없는 어둠 속에서 쳇바퀴 돌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소시민들의 처절한 일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현실은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좋게 나아가기는커녕, 항상 열심히 달리면 달릴수록 자꾸만 숨이 차오르는 한계를 재확인하면서,  꿈도 희망도 부여잡지 못하고 모두 놓쳐버리고 마는 안타까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우리 모두의 소소한 삶 속에서 너무도 중요한,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희생시키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의 행복과 가장 소중한 가족 등을 포함한 일상 속의 아름다운 행복들을 포기하면서 영혼을 갈아 넣어 발버둥을 치면 살아가는데도, 그럴수록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는 않고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앗아가 버리는 과정이 숨 막히고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제 3자와 같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한 것인지가 원인도 결과도 한눈에 다 느낄 수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이렇게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들여다 보아도 삶의 복잡다단한 여러 모습들에서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잘 알 수가 있는데, 막상 그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당사자는 본인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잘못 흘러가고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게 우리들 삶의 모습인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삶을 뒤돌아보고 점검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정신없게 돌아치듯 늘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고, 당사자 자신이 본인의 삶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지했다고 해도 당장은 어찌할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으며,  그렇게 브레이크 없는 전차에 탑승한 듯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냥 그렇게 정신없게 흘러가 버리는 수밖에 별다른 뾰족한 도리가 없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리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 명 한 명 면밀하게 들여다 보아도 모두가 한결같이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각각인 사람들의 상징과도 같았다. 결코 어느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가족 모두가 고통 속에 살게 되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비참한 현실이 냉혹하고 처절했다. 그 누구에게도 미안할 짓 한번 한적 없는 지극히 성실한 가장인 주인공 '리키'가 왜 모두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속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정녕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인가? ‘결코 당신 탓이 아니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조차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공염불로 느껴질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급할 때 소변을 보는 용도인 페트병을 차에 가지고 다닐 만큼 비인격적인 노동현장에서 일을 하는 택배노동자라고 해서 택배노동자의 척박한 현실을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것은 관객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또한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은 비인간적이며 나쁘고 '을'은 서럽고 불쌍하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닌 것이다. '갑' 위에는 또 다른 '갑'이 존재하고 있으며, '을' 또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갑'이 되어 '을'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구조로 돌아가는 게 우리 사회이다.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면서 가족도 사랑도 행복도, 소중한 인간의 존엄성조차도 모두 잃고 마는 현대사회의 모순적인 구조와 우리 모두의 슬픈 삶의 현실을 자각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인지하며 바로잡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인류는 현재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맞닥뜨리고 당장 내일을 알 수 없을 만큼 크나큰 시련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이란 게 원래 그렇게 끊임없이 무슨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계속 이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떠밀려 가듯 살아온 인생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각자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듯한 감독의 마음이 느껴지는 참 잘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를 관람 후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감동과 여운이 서서히 밀려와 마음을 휘감고 도는 듯한 잔상을 남기는 참 의미로운 작품이었다.


또한 답답함과 먹먹함이 밀려올 정도로 암담한 현실감에 가슴을 조아리게 만들면서도, 그래도 저 깊은 곳에서 싹트는 희망의 씨앗인 가족애가 남아 있다는 마지막 안도감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외치는 듯한 감독의 배려 깊은 메시지를 깨닫게 되면서 켄 로치 감독이 괜히 거장이 아니로구나 싶었다.

켄 로치 감독은 칸영화제에 14회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2회 수상했다고 한다.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그 두 편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6>, <나, 다니엘 브레이크, 2016>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5점 만점에 차고 넘치는 5점 만점을 기꺼이 다 주고도 못내 아쉽고 미안해지는 매우 훌륭한 영화였다.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전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숨 가쁜 전개가  흡입력이 강한 영화라서 상영시간 내내 숨을 크게 쉴 수도 없을 만큼 빠져들어서 관람하였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곧바로 자리를 떠날 수가 없을 만큼 머리가 멍하고 진이 좀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듯 관객을 확 끌어당기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사로잡아 버리는 영화의 연출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  '켄 로치'감독의 내공이 그의 유명세에 부합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한편, 영화의  지극히 소시민들의 이야기였기에 너와 나와 우리의 삶 속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너무도 현실적인 상황이기에 영화가 끝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더욱더 아프고 아파와서, 가라앉은 감정선에서 한참을 헤어 나오기 힘들 수 있기에 관람을 선뜻 추천해도 괜찮을는지 망설여지는 아주 작은 노파심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의 마음과는 별개로, 개봉 당시에도 상영관이 많지가 않았고 관람한 사람이 소수였던 안타까운 기억이 남아 있기에, 이렇듯 잘 만든 수작을 놓쳐버리지 말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꼭 찾아 관람해 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절대적으로 큰 감동의 마음이 앞선다.


“Sorry! We Missed You!”

영화 속에서 택배원들이  수령인 부재 시에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종이 맨 위에 쓰여있는 말이다.

현재를, 가족을, 사랑을, 꿈과 희망을, 인생을, 나 자신조차도 놓쳐버리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중의적인  문구에 긴 여운이 남는다. 


▶인상적인 메시지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안 해본 일 없습니다. 온갖 일 다 했죠

도대체 우리 둘이 서로에게 뭔 짓을 한 거야?

대화가 필요한 건 우리야. 당신이 내 편이 되어야지.

우리는 함께 해야 해.

나 괜찮을 거야. 사랑해.

난 당신 편이야.

내 가족 괴롭히지 마.

예전의 아빠로 돌아와. 모든 게 돌아오면 좋겠어.

난 원칙이 있어요. 내 엄마처럼 그들을 대하고 돌보는 거요.

난 불평불만, 분노, 화, 증오를 모조리 흡수해서 연료로 사용해. 그 에너지로 이 구역에 보호막을 친다고.

수많은 집을 다니며 얼굴을 보고 마을 섞는 고객 중에 진심으로 자네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나? 그들은 자네가 졸다가 버스를 박아도 신경 안 써. 가격, 배송, 손에 쥔 물건 외에는 관심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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