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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Sep 18. 2021

[영화 리뷰]-<윤희에게>

*허무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반드시 찾아나가야 한다.

[영화 리뷰]-<윤희에게 Moonlit Winter> 관람 리뷰


*허무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반드시 찾아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먹은 만큼만 행복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영화소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출처:네이버 영화소개)


▶영화기본정보

개봉-2019.11.14.

등급-12세 관람가

장르-멜로/로맨스

국가-한국

러닝타임-105분

배급-(주)리틀빅픽처스

감독-임대형

출연-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성유빈


[영화 리뷰]-<윤희에게 Moonlit Winter> 관람 리뷰

영화 [윤희에게]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다고 한다.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그 옛날 1995년작 [러브레터]가 떠올랐다. 한겨울의 눈 내리는 눈꽃세상의 풍경과 어우러진 단아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차가움과 따뜻함, 외로움과 행복감을 동시에 감각하게 하는 특별한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묘한 데자뷔가 되었다.

이 영화는 뭔가 스펙터클한 장면이 있거나 큰 줄기가 있는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지는 않았고, 두 주인공 '쥰'의 편지에 대해 '윤희'가 답장을 하는 형식으로 잔잔하게 이어지는 영화였다. 처음에 얼핏 보아서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그토록 그리워하던 옛사랑과의 뒤늦은 재회에 대한 스토리일 거라고 짐작하며 관람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처럼 '페미니즘'이나 '젠더' 또는 '퀴어' 등의 문제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을 가져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분들에게는 '남녀 간의 첫사랑'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에서 비껴간 영화의 소재가 다소 낯설거나 다소 거부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보다도 남녀를 떠나 '인간대 인간'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면에 집중을 하여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 본다면, 실제로 많은 관람객들이 본인의 젊은날을 되돌아보며 각자가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청춘의 시절에 만났던 첫사랑과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더듬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꼭 사랑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 속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매우 특별한 인연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며 그 만남과 헤어짐을 회상해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었던 분들이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엇갈린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어쩌다 보니 각자의 길로 가버린 아픈 인연에 관한 운명적인 이야기로 느껴져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깊은 영화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타깝게 어긋나 버린 인연을 되새기며 추억팔이의 신파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여고생 시절에 만났었고 이제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두 주인공들의 편지글을 통해 서로의 감정선을 잔잔하게 표현해 나가면서 그 내면에 깔린 인간적인 번민을 엿보게 만들고 누구에게나 삶의 여정은 녹록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기에 더욱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영화의 장르 분류상 '멜로/로맨스'에 속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랑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결혼제도 라든가 이혼한 여성이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조명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였기에 감독의 가치관과 영화의 주제의식을 여러가지 면에서 폭넓게 고찰해 볼 수 있도록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관람 후에는 여운이 길게 남아 묵묵히 사색에 잠기는 순간을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그 옛날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었던 피천득 님의 수필 ‘인연’도 떠올랐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윤희에게]의 주인공들이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거라는 뜻으로 피천득 님의 수필 [인연]을 소환해 온 것은 아니다. 아마도 어긋나 버린 사람의 인연에 관한 안타까움의 접점으로써 떠올려진 것 같다.

한편 지금까지 내가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퀴어에 관한 영화는 딱 와닿는 부분이 별로 없고 어딘지 모르게 거부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에 반해, 이 영화 [윤희에게]는 퀴어영화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는 상쇄시켜 주면서도 인간적인 관점에서 정서적인 포인트를 놓고 선입견 없이 올바르게 이해하며 바라볼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 영화가 되었다. 두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많아져서 확장된 이야깃거리가 다양하게 파생되었다.

주인공 '윤희'는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조금은 남다른 첫사랑의 아픔을 겪었고, 평생을 그 여파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매몰차리만큼 금기시하고 무시하며 덮어 놓고 철저히 현실인으로 살아내 보려고 노력했으나,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이혼녀가 되어 생계에 급급한 현실을 직면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다 딸의 '깜찍한 공작'에 힘입어 뜻밖의 일본 여행을 통해 지난날들의 상처를 다시금 보듬어가며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자기 주도적이고 희망적인 삶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되는 결말이 보는 이의 마음에도 안정감이 깃들게 만들어 주었다.


한편, 눈 내리는 장면이 아름다운 영화의 훌륭한 영상미가 돋보였고, 중간중간 삽입된 음악들도 눈 덮인 배경 장면들과 너무 잘 어우러져서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하면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삿포로와 오타루 여행의 추억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던 영화 속 공간 배경인 오타루의 눈 덮인 아름다운 마을의 풍광이 은은하고 깊은 잔상으로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뜻밖의 코로나 시국을 살게 되면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녔던 시절의 일들이 너무 오래전 일처럼 꿈만 같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되어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눈 덮인 오타루에 재방문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만드는 영화였다.

시종일관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선호도에 딱 걸맞은 영화라서 그런지, 관람전 무덤덤하게 보기 시작했던 마음과는 달리 관람 후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영화라고 느꼈다.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에게는  이 영화가 장편으로는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황금촬영상' 등의 수상을 한 바 있다고 하니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를 함께 본 영화친구님들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나는 모임 자체에 더 관심이 있었고 정작 영화 자체에는 별 기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뜻밖의 큰 감동을 받았다는 공통의 의견들을 내어 놓으셨다. 그런 만큼 4인의 영화 친구님들이 내어 놓은 이 영화의 평가들은 5점 만점에 5/5/4.5/4점 이라는 높은 평점을 공유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보아도 좋을 영화를 찾는 요인에는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라든가, 아름다운 영상미, 영화에 몰입도를 높여주는 영화음악, 배우들의 연기력, 흥미와 재미를 주는 오락성 등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으나, 영화 [윤희에게]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우리 삶의 주제를 다각도로 다루면서 영상과 음악도 조화롭게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을 듯한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조/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가 자연스럽고 좋았는데, 특히 1967년생에 데뷔 40년이 넘은 중견배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어도 외모나 몸무게가 어찌나 변함이 없던지, 정말 그 비결이 신기할 정도로 늘 한결같은 비주얼을 보여주며 '자기 관리의 끝판왕'인듯 평생 예쁘기만 한 이미지의 '김희애 배우'가  모든 걸 내려놓고 작품 속 캐릭터 '윤희' 그 자체로 변신하듯 '쌩얼'로 힘 빼고 연기하는 모습에서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과 함께 '김희애 배우의 재발견'을 했던 영화 <윤희에게>였다.


영화를 혼자 집중해서 보아도 물론 좋지만, 영화 친구들과 함께 관람하고 영화 토크 티타임을 이어가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영화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어 영화의 감상평을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은 그 영화를 더욱 특별한 영화로 기억에 남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영화모임이었다. 이제 코로나 백신 접종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고 있으니,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좀 더 나아져서 극장 나들이도 살살 재개하고 영화 친구님들과 함께 영화 토크 시간을 자주 갖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상적인 메시지

✔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윤희 역 김희애)

✔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있잖아. (쥰 역 나카무라 유코)

그냥 같이 있어.(쥰 역 나카무라 유코)

✔ 나도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이 없으니까.(윤희 역 김희애)

✔ 엄마는 뭐 때문에 살아?(새봄 역 김소혜)

✔ , 엄마 아빠 이혼했을 ,  엄마랑 살겠다고   알아? 엄마가,  외로워 보였거든...(새봄 역 김소혜)

✔ 용기내고 싶어.(윤희 역 김희애)

✔ 가끔 그런 생각을 . 너도 이곳에  어울릴  같다고(쥰 역 나카무라 유코-윤희에게 쓴 편지 중에서.)

✔ 네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었어.”(윤희의 전남편이자 새봄의 아빠 인호가, 새봄이 엄마와 왜 이혼했느냐는 질문에 한 대답)

나는 아름다운 것만 찍어.(새봄 역 김소혜)

 천국에 잘 도착했니?(마사코 역 키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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