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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Sep 13. 2023

[영화리뷰]-<잠>

*가장 편안하고 친밀한 것이 어쩌면 가장 불편하고 생소한 것일 수도 

[영화리뷰]-<잠>


*가장 편안하고 친밀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어쩌면 가장 불편하고 생소한 것일 수도 있다.*


*공포는 항상 무지에서 나온다(에머슨)*


영화소개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 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출처:네이버 영화소개)


영화기본정보

*개봉-2023.09.06.

*등급-15세 관람가

*장르-미스터리

*국가-대한민국

*러닝타임-94분

*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유재선

*주연-정유미, 이선균


별점 및 감상평-5점 만점

(4.0)

영화를 관람하는 시간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특정 장르는 평소 일부러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점점 더 몰입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잠’이라는 일상 소재를 끌어와 인간의 심리변화를 파헤친 면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수면의 질이 저하됨으로 인해 컨디션 난조를 겪어보았을 것인 만큼, 수면문제로 시작한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공감이 갔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기획의도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가 되면서 감독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매우 독특하게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미 유명세가 있는 정유미 배우, 이선균 배우에게 평소 특별한 관심이나 팬심은 딱히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두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였고, 왜 인지도 있는 인기배우로 성장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에 관하여 근원적인 고민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표면상 제작비도 많이 안 들었을 것 같이 스케일이 작은 영화인데 반해, 영화 내용의 디테일을 파헤치면 인간과 삶에 대한 거대담론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올 만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한 영화였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영리한 사람 같고 참 잘 만든 영화였다. 한 번쯤 볼 만한 꽤 괜찮은 영화라고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장르가 호감이 아니기도 하고, 완벽하다고 하기엔 2% 부족한 면이 있어서 -1점 하여 별점 4.0점을 주었다.


(4.5)

재밌게 잘 봤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다. 이선균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여태껏 모르고 지냈는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깜짝 놀랐다. 정유미 배우 역시 무색무취 무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연 연기자는 연기자로구나 싶게 찰떡연기가 감탄스러웠다.

이 영화를 보러 오면서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별로 없이 그냥 왔는데, 주변에서 재밌다고 해서 기대하는 마음은 살짝 있었다. 그런데 관람해 보니 정말 재밌었고 한번 볼만한 영화였다.

평소 무서운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데, 이 영화는 무작정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라 스토리가 탄탄해서 재밌게 관람했다.

내용적으로도 할 말이 참 많은 영화였는데, 특히 욕망으로 점철된 할아버지 캐릭터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싫고 거부감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해결하기 힘든 일들을 무속의 힘에 기대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식상한 이야기일까 오해를 했는데, 나름대로 지킬 선을 절묘하게 잘 지키며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 영화여서 감독의 수위조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말하다 보니 더 괜찮은 영화 같고 흠잡을게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점을 주기에는 뭔가 탐탁지 않아서 0.5점 뺐다.

한편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1장, 2장, 3장을 건너뛸 때마다 장면의 전환이 무척 빠른데 반해, 이야기 연결의 개연성에 대해서 설명이 미흡해서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해석의 여지가 많아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고, 전체적으로 영화의 구성도 좋고, 시나리오도 괜찮고, 연출도 훌륭한 영화여서 지인들에게 관람하라고 추천하고픈 작품이었다.


영화리뷰-<잠>

무더위가 지속되던 어느 날 내가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 중 하나인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듣다가 신작 영화 ‘잠’ 개봉 소식을 접했다. 진행자가 영화 ‘잠’의 개봉소삭과 상영관 정보를 전하며 청취자들의 이벤트 참여를 독려하였다. 이어서 주연배우가 이선균 배우와 정유미 배우라고 덧붙이며, 장르가 미스터리 공포물이라서 흥미진진할 거라는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 잘 알고 있을 만큼 꽤 인지도 높고 네임 벨류가 있는 두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니, 유명 배우인 그들이 선택한 작품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일단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평소 이미지로 봐서는 로맨스 영화가 더 어울릴 것 같이 러블리한 두 주연배우가 그들의 어여쁜 모습과는  거리가 아주 먼 ‘미스터리 공포물’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였다고 하니 이 영화는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더 관심이 갔다.

아무리 일상이 바빠도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재충전이 되기 때문에, 노는 것도 일하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그런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특히 집에서 보는 것보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그것은 영화를 상영하는 시간 동안에는 암흑천지가 되는 극장 안의 칠흑과 같은 어둠이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다가, 짱짱한 사운드가 영화에 좀 더 깊게 몰입하게 만들고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적어도 월 1회는 극장을 방문하고자 노력한다. 때마침 개봉 정보를 얻게 된 요즘 핫한 영화 ‘잠’을 9월의 극장 관람 영화로 결정하였다.

나는 평소 규모가 크고 인파가 많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보다는 조용하고 안락한 독립극장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주로 다니는 독립극장 위주로 영화 ‘잠’의 상영시간을 검색하였다. 내 스케줄에 맞는 적절한 시간에 상영하는 회차가 있어서 주저 없이 예매를 하였다. 그리고 혹시 함께 동행할 영화 친구님이 계실까 주변에서 섭외하였고, 반가운 동행님이 생겨서 즐거운 영화벙을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영화친구님들과 영화 수다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잠’을 소재로 한 영화일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갱년기 증상의 일환인지 수면의 질이 들쭉날쭉하는 요즘의 내 컨디션 때문인지 ‘잠’을 모티브로 하여 어떤 스토리를 풀어냈을까 하는 호기심을 안고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관람 전에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보는 것이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실은 좀 바빠서 영화에 대해 검색해 보지 못하고 갔다.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인지도 있는 두 배우가 주연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 영화에 대해 별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단지 미스터리 공포영화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싹해지는 잔상이 오래 남는 공포물이나 답을 몰라 답답한 미스터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혹시 너무 무서우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걱정은 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장르가 ‘미스터리 공포물’이기는 해도 여타의 공포영화처럼, 관람하면서 계속 두 눈을 손으로 가리고 깜짝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할 정도로 무작정 소름 돋고 맥락 없는 무서움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의 스토리 라인에 개연성이 있는 드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에 장르상 공포영화 일지라도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현재 이 영화는 개봉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서 혹시라도 스포가 될 만한 구체적인 스토리 전개를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자제하면서 영화 리뷰를 쓰고자 한다.

다정한 신혼부부인 두 사람 중 남편인 ‘현수’가 잠자는 동안에 악몽을 꾸듯 이상하고 기괴한 행동을 하여 부부의 일상이 깨지게 되는 상황으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찾아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해야 하는 법이니만큼,  남편에게 나타난 악몽이나 몽유병 같은 수면장애와 비정상적인 행동의 원인을 부부는 함께 찾아가게 된다. 병원치료도 받고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하고 기괴한 현상들이 펼쳐지니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두렵게 만들고 갈수록 공포감이 증폭되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밤에 잠을 자야 낮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고, 수면의 질이 몸의 컨디션을 좌우하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불면증에 괴로워하다가 어렵게 잠든다 하더라도 단순한 ‘잠꼬대’부터 시작하여 ‘악몽’, ‘기면증’, ‘몽유병’ 등등 여러 가지 수면장애와 정신적 질병을 겪으며 고생하는 일이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 ‘잠’의 스토리가 픽션이 아닌, 우리 일상 속에서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실화인 논픽션 관점으로도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할 여지가 많을 듯하다. 특히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의식할 수도, 잘 알아챌 수도 없다는 것 그 자체가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면 나도 어느 때는 꿈의 내용이 너무도 생생하게 생각날 때도 있었고, 몸이 매우 고단했던 어느 날에는 잠자면서 잠꼬대를 심하게 했다고 가족들로부터 전해 듣는 상황도 있었다. 그럴 때 정작 스스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현상들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고, 내 몸이 잠자는 동안에 내 영혼은 어떤 작용을 하고 있기에, 정작 당사자인 나 자신은 그 현상에 대한 뚜렷한 의식과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의문이 생기기도 했었다. 아마도 뇌의 작용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이 들어서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뇌파나 뇌과학에 대한 책이나 논문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 초기 기획의 계기가 어떤 것일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고 그 창작의도에 일정 부분 공감이  되었다. 또 ‘잠’과 ‘꿈’, 그리고 ‘뇌’에 대한 생각을 다각도로 하다가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들의 개연성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의학과 과학 너머의 ‘영혼’과 ‘미신’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 분야로 확장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면서 오싹한 공포감이 증폭되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공포’의 원인은 ‘실체를 잘 모른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산 자와 죽은 자’, ‘신과 귀신’, 그리고 ‘종교와 미신’의 영역에까지 생각을 확장시키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과 호기심이 증폭되고,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공포감이 더더욱 커지는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아마도 공포물들이 중점을 두는 핵심이 바로 미스터리함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서 남편 ‘현수’의 수면장애로부터 시작된 문제들로 인해 종국에는 아내 ‘수진’의 문제로 발전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면서, ‘부부’ 또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그 친밀감과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남편과 아내는 분명 각각의 다른 객체이지만, 가족 중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문제는 또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이되듯이 퍼져나가고, 그 결과 처음에는 멀쩡하던 다른 가족에게도 차차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듯 ‘부부’와 ‘가족’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뗄래야 도저히 뗄 수 없도록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너무도 밀착된 관계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남편인 ‘현수’에게 문제가 생기니 그 여파가 아내인 ‘수진’에게로 밀려오고, 더 나아가 그들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아기’의 존립에 대한 위태로움까지 느껴야 할 정도로 공포감이 확장되는 과정을 보면서,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을 주고받으며 운명공동체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가정이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가족이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려면, 가족 구성원 각자가 심신이 건강한 상태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고 현실적인 예시로 확인하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저 결말이 스크린 장면에 보이는 그대로 해결 국면일까?! 아니면 뭔가가 깔린 복선에 의한 반전의 예고일까?’ 헷갈리게끔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졌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각자의 생각과 바람, 그리고 스스로의 해석에 결론을 맡기는 ‘열린 결말’은 분명 독자나 관객을 존중하는 면이 있지만, 때로는 명확한 끝을 알 수 없어서 아리까리하게 헷갈리고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할 때도 있다. 이런 면모로 인해 영화 관람 후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라 꼽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한편 나는 이 영화의 내용을 조금은 색다른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았다. 부부 중 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돕는다는 관점에서 보편적으로 보기보다는 약간 비틀어 생각해 보았다.

영화의 시작에서는 행복한 신혼부부로 등장한 두 주인공들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고, 피해를 끼치고, 삶을 파괴하는 작용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의 각도를 조금 달리하여 생각해 보니 그 기저에 깔린 작용이 참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사랑하고 신뢰해야 할 ‘부부’라는 사이,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관계가 삶의 여정 속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며 서로를 불신하거나 두려워하는 존재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은, 좀 더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서로에게 굴레가 되고, 괴롭고 불행한 여파로 서로를 나쁘게 잠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 나의 자의적인 해서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마도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우리가 가장 편안하고 친밀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어쩌면 가장 불편하고 생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를 들면 가장 편안한 장소인 ‘집’이 가장 불편한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가장 평안한 휴식의 시간이 되어야 할 ‘잠’ 자는 수면시간이 가장 괴롭고 공포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가장 가깝고 믿을만한 존재인 남편도, 아내도, 가족도 알고 보면 가장 무섭고 못 믿을 존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표현해 보고자 했을 것 같았다.

또 어떤 상황과 어떤 관점에서는 긍정과 부정을 망라하여 원초적인 해석의 확장성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집과 잠과 휴식’, ‘부부와 가족’이라는 것을 콕 짚었다고 느꼈다. 언급하기 다소 불편하고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개연성을 찾기에 많이 어렵지 않을 부부,  가족 간의 불편한 진실을 감독이 관객들에게 한 번쯤은 언급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잠’이라는 소재와 ‘신혼부부’라는 두 주연배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잠’을 자는 장소인 ‘집’과 ‘침대’라는 한정된 공간과 ‘부부’를 중심으로 연결된 부모와 이웃이라는 소수의 등장인물들로 영화가 펼쳐진다. 또 상황의 초기 설정과 변화와 반전의 과정, 그리고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반면 요즘 한국 영화의 복잡다단하지만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스토리와 영화전체의 매머드급 스케일과 비교하기에는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 큰 제작비는 안 들었겠다 싶기는 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와 작은 스케일로도 많은 의미룰 담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 삶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수면장애’ 문제를 모티브로 영화를 기획하였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잠’에 관한 고민을 중심으로 하여 부부관계, 가족관계, 이웃관계는 물론 인간의 속성과 삶과 죽음, 영혼의 실체에 이르기까지 꽤 깊숙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준 감독의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우리 시대에 이름만 들으면 일반 대중이 다 알 만큼 유명세를 이미 지닌 이선균 배우와 정유미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여 그들의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연출력이 돋보였다. 얼핏 보면 스케일이 작은 영화인데, 자세히 분해해 보면 담론이 매우 깊고 큰 영화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대단한 영화였다. 그런 만큼 감독이 참 영리한 사람인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유명한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일담도 들리는 것을 보면 ‘유재선’ 감독님은 앞으로 주목할 만한 감독이 될 듯하다는 예견이 들었다.

게다가 이 영화는 SF, 공포, 스릴러, 애니메이션 등의 특정 장르에 특화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대되었다고 하고, 또한 ‘제76회 칸 영화제’의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기도 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평범할 수 있는 소재를 색다른 관점에서 알차게 끌어와 호기심을 자아내는 스토리로 전개하고, 한국 영화 특유의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한 연출과 더불어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열연 등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꽤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익숙하고 흔한 현상을 놓치지 않고 특별한 소재로 건져 올려서 독특한 이야깃거리로 엮어내는 창의적인 능력이 바로 예술가들의 달란트 같다.그들의 예민한 관찰력과 개성 있는  생각은 창작력에 힘입어 자유롭게 펼쳐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분량에 균형 잡힌 구성으로 반전을 거듭하면서 완성된 작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고, 그런 능력이 부러웠다.

누구나 불면증, 기면증, 몽유병 등 크고 작은 수면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텐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 ‘잠’은 공포와 스릴러, 추리극의 장르에 갇히지 않고 좀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매력 있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영화수다를 나눈다면 ‘잠’에 얽힌 각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소환해서 다양한 대화를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참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아직 이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한번쯤 볼 만한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은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영화 ‘잠’에 대한 영화리뷰는 이 정도로 갈음하면서 내가 영화모임과 영화수다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유를 살짝 언급해보고자 한다. 나는 한때 혼자서 극장에 참 많이 다녔다. 더욱이 일반 상업 영화보다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주로 독립극장을 찾아다니며 혼관람을 하곤 하였다. 남편과도 영화 선호 코드가 잘 맞는 편은 아니었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독립영화를 함께 보자고 하면 그다지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렇듯 영화 취미를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취향과 코드가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편하게 혼자 극장에 다녔다. 어떤 면에서는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고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자유로움과 홀가분함을 즐기는 마음도 컸다.


어느 날 영화를 혼자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그날따라 영화의 여운이 유난히 길게 남아 누군가와 방금 보고 나온 그 영화에 대해 마구 수다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그래서 그날 귀가하는 길에 책과 영화 커뮤니티를 통해 영화 친구를 만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 보았다. 이후로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면서 호불호 성향도 비슷한 영화 친구님들을 운 좋게 만나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 영화 감상 나누기 수다 티타임도 가지면서 영화관람 후 활동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같은 작품을 보고도 사람마다 집중한 부분이 다르고 해석의 관점이 다양하면서 감동의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책과 영화에 대한 뒷활동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 작품이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 속에 각인이 되고 좀 더 의미롭게 남게 된다는 것을 영화수다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사실 마음이 동하면 언제든 혼자서 가볍게 극장을 찾으면 더 간편하고 수월하기는 하고, 누군가와 동행하는 과정은 다소 번거로운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수다를 나눌 영화친구들과 스케줄을 맞추고 시간을 조율하는 성가신 과정과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소통하는 즐거움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생각의 확장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 ‘잠’ 관람도 혼자가 아닌 영화친구님과 함께 보고, 관람 후 영화감상 나누기 티타임을 가지며 영화수다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은 언제나처럼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 영화수다 하며 영화 볼 때 눈치 못 채고 놓친 부분을 재발견, 재해석한 내용들이 너무 좋았다. 참 즐겁고 귀한 시간이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는 것도, 영화수다를 나눌 취미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영화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 창작자들과,  영화의 각 분야에서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있을 모든 영화인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인상적인 메시지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게 부부라며(수진 역 정유미)

세상에 또라이들 참 많어(현수 역 이선균)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가 없다.(주인공 부부 가훈 액자 내용)

결혼이 별거에요? 답이 안보인다 싶으면 때려치우면 돼요.(아랫집 아줌마 하윤 역 최아린)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의 재발견!

이야깃거리가 많은, 오싹~하면서도 재밌는 영화였다.

공포는 무지로부터 오는 것 같다. 

모른다고 두려워하기 전에 실체와 본질을 잘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영화를 볼 때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꼽씹어 생각할수록 새롭게 깨달은 게 훨씬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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