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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26. 2024

[책리뷰]-장류진 작가 단편소설 『연수』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따뜻한 시선과 호의 어린 연대이다.*

⬛장류진 작가 단편소설집 『연수』 중 표제작 「연수」 독서리뷰     


*부제 :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따뜻한 시선과 호의 어린 연대이다.


*성공이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열의를 잃지 않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크던 작던 살면서 실패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단편소설 「연수」였으리라. 남들은 수월하게 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실패를 거듭하게 되었던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면, 저마다 할 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찌질해지고 굴욕적인 실패 앞에서 좌절하며 포기해 버렸던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반대로 좋은 계기나 귀인은 만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성공에 이르게 되어 자신감을 회복하였던 과정 모두가 다이내믹한 이야깃거리들이 공존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면에서 누구나가 자신의 삶과 일상 속의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재미가 없을래야 도저히 없을 수가 없는 보편성을 갖게 된 것 같다.    

 

이 단편소설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큰 굴곡 없이 엘리트 코스를 걸으며 살아왔고, 현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을 갖고 잘 살아가고 있는 성공한 젊은 여성이 운전연수 분야에서는 동네에서 꽤 유명한 아줌마 일타강사를 만나 연수를 받는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였다. 연수강사와 화자인 ‘주연’ 사이에 극명한 간극이 느껴질 만큼 서로 다른 삶이 드러나는 스토리 전개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소환했기 때문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나 현재 상황에 대해 대입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아줌마 강사와 화자 ‘주연’의 삶이 많이 다른 듯하면서도 ‘엄마’라는 캐릭터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엄마의 입장과 딸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폭넓은 이야기로 확장되는 면이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다.

‘주연’은 똘똘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였던 어린시절부터 성공한 전문직 여성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간 살아온 과정에서 실패라고는 해본 경험이 없이 대부분은 목표하는 것에서 원하는 성취를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왔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들은 잘만 하는 ‘운전’이라는 보편적인 분야에서 뜻밖의 실격과 실패를 겪으며 좌절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설정이 재밌으면서도 현실적인 개연성이 충분해 보였다. 이렇듯 누구나가 동질감을 느낄만하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소재를 세밀하게 잡아서, 그것을 중심으로 여러 생각해 볼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잘 버무려 낼 수 있다는 것이 장류진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인정하게 되었다.     


특목고, 명문대, CPA 패스, 유명 로펌을 골라 취업하기 등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결과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냈던 ‘주연’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작고 평이한 일들이라 할 수 있는 도로주행 시험을 실패하고 운전연수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재밌으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은 누구나가 자기만의 트라우마와 핸티캡은 갖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걸어온 과정들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에 빗대어  생각해 볼 때, 저렇듯 어려운 것들을 그렇게  넉근히 해낼 수 있었던 주인공에게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토록 완벽에 가까운 능력자 같기만 한 주인공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트라우마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정은 ‘잘난것들’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열등감과 거리감을 좁히며 친근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효과적 장치였다고 느꼈다.

‘그래야 인간이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핸디캡이 있는 법이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가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먼 세상의 지극히 이상적인 픽션일 뿐이라는 비현실감을 상쇄시켰다. 그러면서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로 너와 나의 이야기라고 느낄만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대중성이 증폭된 듯하다     


무엇이든 마음먹고 도전하면 성공하였던 주인공 ‘주연’은 처음으로 맞닥뜨려 본 실패를 통해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을 먹고 노력하여도 뜻대로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가닿을 수 없었던 운전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덮어둘 수만은 없게 되었다. 운전을 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때마침 좋은 조건으로 살 수 있었던 고급차를 덜컥 계약해 버림으로써,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끔 도전해야 할 절대적 상황으로 자신을 이끌고 갔던 ‘주연’의 용기와 추진력에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영리하고 현실적인 ‘주연’은 지역 맘까페를 통해 검증된 연수 선생님을 섭외하게 되었는데, 앞서 운전 연수를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과 인연이 닿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지역 맘까페라는 현실성 있는 설정이 돋보인다. 접근성이 좋고 생활에 밀접해 있어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의 상징적인 표상에 대해 현실감이 느껴졌다. 오늘날의 세태가 잘 드러나고 있었기에 대단히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개연성이 충분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운전 연수를 진행하면서 선생님과 길지 않은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대입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들이 이어졌다. 특히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옆집 아줌마 같은 평범하고 편안한 외모에 세련되지 못한 에티튜드를 지니고 있으나, 자신이 맡은 일인 도로 운전 적응을 돕는 역할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와 이해를 이끌어 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연수 선생님은 돈을 벌어서 운동선수인 딸의 레슨비를 대주며 자식의 뒷바라지를 기꺼이 하는 현실엄마였는데, 비혼주의인 ‘주연’을 결혼시키기 위해 거액을 기꺼이 써가며 결혼정보회사에 회원가입을 해버린 주인공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고 겹쳐져 있는 부분이 느껴진다.

두려워하던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게끔 운전연수를 도와주면서 ‘주연’의 성장을 독려해 주었던 선생님은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로 ‘주연’의 두려움을 상쇄시키며 자신감을 회복하게끔 이끌어준다. 그 방식은 다소 투박하였지만 과정은 성실하고 정직하였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진심을 다하였다. 선생님의 이러한 모습에서 소설의 화자인 ‘주연’도 독자도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엄마가 딸을 위하고 생각하여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자기가 좋다고 믿는 것을 들이대고 권유하는 과정이, 비록 그 방식에 있어서는 세련되지 못하여 당혹스러움과 거부감을 들게 한다. 하지만 ‘주연’을 낳아 키워 주었고, 성공한 전문직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에서 희생하며 도움을 준 엄마의 마음속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진심으로 점철된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딸의 성장을 위해 조건 없이 무조건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상기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연수비용을 책정하여 대가를 지불하며 만나는 관계인 운전연수 선생님과, 아무런 대가 없는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엄마는 근본적인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관점은 논외로 해야 한다는 전제 하의 생각이기는 하다. ‘주연’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머리를 싸매고 골몰하여 진심을 다해 끝끝내 도와주려는 선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와 진실함에 있어서는 엄마와 선생님의 기본적인 마음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다소 무례하다고 오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투박한 처세와 촌스러운 에티튜드로 인해 처음에는 거부스럽기만 하고 반신반의했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그 진심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이 또한 선생님과 엄마가 닮아 있었다.


한편 어쩐 이유에서인지 소설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연’의 아버지는 언급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운동선수인 선생님 딸의 존재가 사진과 대화를 통해 부각되는 가운데 그 딸의 레슨비를 벌고 있는 선생님의 고군분투 이외에 선생님의 남편이자 운동선수 딸의 아버지 역시 그 존재가 등장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화자인 어머니와 운전 연수 선생님 두 사람이 아마도 홀어머니로서 딸을 키워낸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해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숨은 개연성과 쫀쫀하게 설계된 디테일이 장류진 작가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한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어 봤음직한 현실적인 소재를 끌고 와서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소설을 쓴다고 하여 너무 깊이가 없거나 결코 엉성하지 않은 장류진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끔 해주는 구성력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쉽게 쓰여진 듯 가벼운 느낌의 내용으로 전개되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현주소와 사람들의 심리를 부지불식간에 깨닫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야기꾼인 작가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아닐까 싶었다.

혹자는 장류진 작가의 이런 면들이 너무 가볍고 깊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 훌륭한 작가라고 칭할 수 있으려면 깊은 철학과 진중한 담론을 담고 있는 작품을 써낸 사람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장류진 작가의 소설들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어설픈 편견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 장류진 작가와 그의 작품들이 21세기 젊은이들의 세태를 너무 트렌디하게 따라가는 듯한 느낌의 가벼움은 아닐까 비틀어 생각해 보기도 하였지만, 어차피 문학이라는 것은 작가가 살아왔고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깔고 가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박하게 줄 하등의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 속 사람들은 현실에 진짜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게다가 펼쳐지는 서사들 또한 훌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소 찌질하거나 외면하고 싶을 만큼 불편한 진실조차도 빙빙 돌려 우회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소 뻔뻔하고 무덤덤한가 싶을 정도로 다이렉트로 얘기해 버리니까, 부끄럽거나 창피할지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게 만드는 그 점이 오히려 가식 없는 날것의 마음을 이끌고 와서 속 편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몰입하여 술술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만큼 가독성이 참 좋았다. 마치 내가 겪은 일인듯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상황과 친근한 인물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의 상황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똘똘이 캐릭터인데, 사실 알고 보면 남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운전에서 큰 두려움을 느낀다.그 무서운 마음을 극복하고 운전기능을 갈고닦아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 똑똑한 주인공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나 해결할 수 없게 어려운 숙제를 받아 놓고 괴로워하고 있울 정도로 여리고 허술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점이 바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듯한 감각으로 강하고 센척하며 영특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부실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애잔한 삶의 숙명과도 같은 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다. 또한 엄마와 운전 연수 선생님과 같은 타자의 도움으로 ‘주연’이 성장할 수 있었듯이, 우리는 서로 돕고 연대하며 살아가야 할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특징적인 지점이 바로 생생한 생활감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들어봤던 얘기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치 내 이야기인줄 착각할 정도로 우리의 현실 속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소재들이 소설의 주요한 재료가 되었다. 서사가 펼쳐지는 방식 또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말이잖아.’ 할 정도로 사람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적나라한 대화와 독백의 표현방식이 친근하기만 하다.

예를 든다면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기본적인 마음은 너무 잘 알겠는데, 일방적으로 결혼정보회사에 회원가입을 하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그 독재적인 사랑의 표현방식은 너와 내가 각자의 부모님에게서 느껴봤음직한 답 없는 답답함의 애증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보수를 받고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성으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운전 연수 선생님도 작가의 메시지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너 없는 무대포식 행동 방식이나 선을 넘는 사적 질문 투하, 거기에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조언까지 하며 순간순간 훅 들어올 때의 당혹감은 우리가 어딘가에서 만나봤던 무례한 어떤 사람과 닮아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말미로 갈수록 이 모든 것들이 관심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의 과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삶이란 혼자서만 잘났다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분명 아닌데도, 현대인들의 삶은 ‘같이’보다는 ‘따로’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소설 속 ‘엄마’가 ‘주연’을 낳아 길렀으며 성인이 된 자녀일지라도 끝까지 그 관심을 놓지 않고 자기만의 사랑방식을 이어나간다. 딸의 입장에서는 정말 싫지만 부모의 자녀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의 본질은 숭고하다. 그리고 ‘주연’에게 실패와 공포의 영역이던 운전을 열정 어린 선생님의 ‘연수’ 덕분에 성공하고 극복해 나가게 된다. 이렇듯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영역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소설이었다. 삶이란 내가 아닌 부모나 형제, 친구, 주변인, 어쩌면 상관없는  타인의 사랑과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와 타자와의 관계라는 관점에서는 더욱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얻게 되고 뜻밖의 호의와 사랑을 베풀어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라도, 그것이 나에게 효용성 있게 작용하려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되도록이면 좋게 해석하여 자신에게 약이 되는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것이 가장 필요한 핵심요소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그것을 본질적으로 알아볼 수 없고 잘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렇듯이 불확실성과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기에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우리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해석과 수용능력,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화해 내는 융통성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즉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소설이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항상 성공만 한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니며, 실패를 했다고 해서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지도  않는다. 이 소설 속 ‘주연’과 같이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넘어져 본 사람은 어떻게든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발전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때로 격언이나 속담은 어찌 저렇듯 짧은 문구에 삶의 통찰이 담긴 진리를 포괄하고 있는지 놀랍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한순간 문득 생각나는 문구가 있는데 이 짧은 메시지가 이 소설속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이 험한 세상에서 모두가 어렵다고 인정하는 난이도 있는 과정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원만하게 통과해 온 저력이 있는 소설 속 주인공 ‘주연’이 ‘운전’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좌절을 맛보며 실패라는 경험을 하였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운전 연수를 받아 핸디캡을 극복하고 결국은 성공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이 소설을 통해 실패하고 두려워했던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금 도전해 본다면 얼마든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이 소설의 엔딩이 가장 좋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나 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실제로 이 소설을 함께읽기하고 책수다를 나누는 현장에서도 다수의 회원님들이 이 마지막 부분을 인상적인 문구로 꼽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렇듯 칭찬과 격려를 받아본 일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현실생활인으로서 성인다운 의젓함을 코스프레하듯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 짧은 메시지가 큰 위로와 격려의 말로 다가오는 듯하다.

자신이 지금 하고 일에 의심을 품거나 망설임이 올라오는 순간에 누구에게서라도 이런 긍정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을 받게 됨은 물론 확신과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을 좀 더 안정되게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내가 결정한 일이나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괜찮은 건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쩔 땐 믿을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자신의 사회적 페르소나를 다 내려놓고 정말 솔직하고 편안하게 물어볼 사람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만큼 사회적 갑옷과 가면을 적절하게 잘 장착하고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잘 기능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서든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격려해 주는 긍정의 말을 듣게 되면 정말 기운이 난다. 그런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그가 꼭 나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인이 아닐 경우도 있다. 어느 땐 책의 한 문장에 공감받아서, 스치는 음악선율이 귀에 들어와 감동받아서,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의해서도 위로와 위안을 받으며 큰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사실 성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이기에, 잘했든 못했든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스스로 믿음과 확신을 갖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할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에게는 물론 누군가에게 긍정과 희망이 깔린 칭찬과 격려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이 소설에서 느끼고 깨달은 바와 같이 나도 건강한 메시지를 주변인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 주변인들 중에서도 되도록이면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사람들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막연히 ‘삶의 통찰이 담긴 깊이 있는 서사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바람으로 인물카드를 만들고 플롯을 열심히 짜면서 감당도 못하게 거창한 작품구상만 열심히 하고 있는 나에게, 심플하지만 깊이 있고 다채로운 담론을 던져주는 장류진 작가의 작품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주제가 있는 대화’를 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듯 쉽게 읽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 ‘연수’를 통해 이야기의 재미와 공감의 요소는 물론 소설구성과 소설작법의 프로세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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