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Feb 03. 2024

[영화리뷰]-<버티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사는 길일까? 죽는 길일까?*

[영화리뷰]- <버티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사는 길일까? 죽는 길일까?*


*제가 인생의 비밀을 발견한 것 같아요. 익숙해질 때까지 그냥 버티는 거예요.

-만화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 스누피



▶영화소개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숲 사무실에서 매일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속수무책으로 흔들거린다. 불안정한 계약직 생활, 비밀사내 연애 중인 연인 ‘진수’(유태오)와의 불안한 관계, 밤마다 시달리는 엄마의 전화까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낀 그녀가 무너져 내릴 때, 창 밖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 ‘관우’(정재광)를 마주하게 된다. “괜찮아요, 당신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출처:네이버 영화소개)


영화기본정보

감독:전계수

출연:천우희, 유태오, 전재광

장르:드라마, 멜로/로맨스

국가:대한민국

러닝타임:114분

개봉2019.10.16.

등급:15세 관람가

배급:㈜트리플픽쳐스



[영화리뷰]- <버티고>

처음에 이 영화를 관람하고프게 마음이 끌렸던 것은 영화의 여주가 천우희 배우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던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한공주’와 ‘해어화’와 ‘곡성’을 통해 이 여배우 참 예사롭지 않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던 나처럼, 여러 작품을 거듭할수록 늘 그녀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고,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천우희 배우가 주연이라고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관람을 결정한 수많은 팬들이 있었을 것 같다.

게다가 남자주인공인 유태오 배우였는데, 영화 ‘레토’를 통해 그의 인상적인 연기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 사람 정말 러시아 태생의 현실 가수 출신이 아닐까 싶을 만큼 완벽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호소력 짙은 록음악을 선사하던 강렬한 연기가 내 기억에 남아 있어서 더욱 반갑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위태로울 만큼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듯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천우희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 '서영'은 이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30대 직장 여성으로서, 일과 인간관계, 연애, 가족관계 등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인연들과의 관계설정과 사회적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불안정하게 흔들거릴 수밖에 없는 그 또래 연령대의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인스타와 같은 각종 SNS에 올라오는 게시글들을 보면 태생부터 금수저인 공주님/왕자님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것 같기만 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는 순간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기만 한 인생들도 자세히 그 실상을 한겹만 들춰보면 저마다의 불편한 진실들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고, 특히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연 없는 인생이 없다. 더욱이 극심한 경쟁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 중에서, 흐르는 시간에 자신을 내맡기면 모든 것들이 수월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며 인생이 순탄하게만 풀릴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본인의 능력이든 외부적인 조력이든 어떤 행운에 의한 것이든, 청춘의 나날들을 가뿐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이 인스타의 화려한 게시물들만큼 차고 넘치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이 영화 속 주인공 역시 현실 속 갖가지 역경 속에서 주변 관계들이 차례차례 붕괴되어 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마침내 파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런 전개과정에서 상상 이상으로 추악한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하고자 했던 감독의 연출의도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차마 직면하기 힘들 만큼의 불편한 진실들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우울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영화 전반에 일관되게 흐르는 절망스러운 감정을 계속해서 견인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 내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은 물론 관람 후에도 그 먹먹함이 한참 동안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몽환적이고 아련하면서도 곱디고운 파스텔 분위기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단연 돋보였는데, 덕분에 몽글몽글한 마음이 올라오면서 위로를 받게 되기보다는 그 슬프고 먹먹한 마음이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지면서 극대화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영상미를 강조하는 뮤직비디오 장면 같은 컷들이 많아서, 감독이 아름다운 영상에 상당히 집착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영화 내용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야 할 만큼 절망적이고 힘겨운데 영상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감독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런 상반되는 영상 이미지들이 바로 영화의 비극적인 스토리와 대비되어서 슬픔과 절망을 좀 더 확연히 드러내 주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슬프고 먹먹한 관객들의 마음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도록 잠시나마 환기시켜 주고 상쇄시켜 주는 듯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들이 많았는데, 고층빌딩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하는 ‘관우’의 모습 자체가 이 시대 청년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내 주고 있었다. 많은 설명을 군더더기 있게 붙여가며 늘어놓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전달되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위태롭기만 한 로프에 매달린 채 추락하다가 다시금 솟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극과 절망으로 점철된 인생일지라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하는 듯하였다. 비극적인 현실이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극단적으로 치닫다가 여지없이 몰락하고 파멸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고 냉철한 현실인식을 하면서,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추락해 가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듯하였다. 어떻게든 살아내다 보면 반드시 회생할 기회를 만날 거라는 진취적인 마음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는 젊은날의 고통이 아무리 극심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만신창이가 된다 할지라도, 자신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끝내는 반등하는 재생과 희망의 모습으로 한발씩 나아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한편 영화 제목이 ‘버티고’인 것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힘든 상황을 버틴다는 의미일 것으로 얼핏 짐작했다.

영화를 관람해 보니 작품 속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힘든 청춘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주요한 스토리라인인 것이 짐작대로 맞기는 했는데, 천우희 배우가 그녀의 연인과 함께 자주 찾아가는 카페 상호도 ‘버티고’였으니, 이건 뭔 메타포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영화를 관람하였다. 계속 궁금증이 남아서 찾아보니 ‘vertigo’라는 영어 단어의 뜻이 ‘어지러움, 현기증’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하니,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중의적이고 총체적인 의미를 제목에도 담고 싶어한 제작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멋대로의 자유로운 관람느낌 총정리를 해 보자면 영화 ‘버티고’의 메시지는 계약직 젊은이들의 불안함과 서러운 사회적 위치, 사내 연애의 리스크와 위태로움, 부성/모성이 결여되고 인간적으로도 함량미달인 부모의 학대가 한 인간의 일생에 걸쳐 미치는 악영향과 평생의 후유증 등 나름대로 의미 있고 다양한 메시지를 영화에 담고자 애썼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고 연출이 뭔가 뜬금없고 억지스러운 면도 다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처한 삶의 현실과 녹록지 않은 현대인들의 세태를 잘 반영하였다는 점에서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꽤 많이 함유하고 있는 영화였다.

또한 빼어난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던 것도 기억에 남았고, 특히 내가 자주 가기 때문에 눈에 익고 친근하기만 한 장소인 종로서적과 인천 송도의 고층건물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와 영종도의 멋진 바다뷰가 영화전개의 주요한 장소로 여러 차례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고 친근한 마음이 들어서 그 점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주연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일면 2% 부족한 것도 같고 어떤 부분은 너무 극단적으로 과장되어 부자연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과 현실적인 아픔에 대해 좀 더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미로웠다. 특히 온전히 수용하지도, 그렇다고 손에서 놓아 버리지도 못하는 운명적인 악연과도 같은, 모순되고 뒤틀린 가족관계는 한 인간의 삶에서 재앙과도 같구나 하는 갑갑함이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또 하나 특징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은 배우들의 대사가 대체로 많지 않은 편이어서 그런지, 배우들이 감정선을 잘 살린 내면 연기가 오롯이 느껴지면서 더 깊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시나리오가 쫀쫀하고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어수선하고 뜬금없기도 하여 도대체 말하고 싶은 핵심이 무엇인가 싶기도 하였다. 온통 어지럽게 다 늘어만 놓아서 감독이 할 말이 참 많구나 했던 느낌을 받던 중에 후반부에 급마무리해 버리는 듯한 부조화가 다소 허술하게 느껴지고 아쉬웠다. 또한 너무 어두운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의 개인적인 선호도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무거운 마음이 나에게는 다소 버거운 듯하였다.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허술함이 느껴졌던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영화감상 별점은 5점 만점에 3.5이다. ^___^


▶인상적인 메시지

괜찮아요. 당신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서관우 역 정재광)

이제는 다시 올라가고 싶다.(신서영 역 천우희)

힘내요!(서관우 역 정재광)

PicK me, Pick me, Pick me up(예담 역 박예영)

나도 하고 싶은 말 좀 하고 살면 안 돼요?(신서영 역 천우희)

뭐가 그렇게 좋아?(진수 역 유태오)




작가의 이전글 [책리뷰]-장류진 작가 단편소설 『연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