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달밤의 산책
보통의 공대생이 쓰는 보통의 대학원 일기
눈이 있는 자는 장님이 될 것이다. 귀로 듣는 자는 귀머거리가 될 것이다. 대학원이 바로 그러하다.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원생이 있다면, 우리 머리 위의 '연구 산업'이라는 커다란 피라미드를 보아라. 그러면 자신의 광증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 한때는 그러한 광증조차 사랑스럽게 여겨졌는데!
깊은 밤, 쥐새끼 한 마리가 캠퍼스를 쏘다닌다. 눈은 발갛게 부어있고 목은 굽었다. 쥐새끼는 캠퍼스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는 빵 부스러기를 쏠아먹으며 말한다.
'이것 조차도 이렇게 배부른데!'
이제 빵 조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쥐새끼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는다. 그리고 캠퍼스가 하나의 거대한 우리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웃는다. 그리고 빵 조각 떨어트리는 사람을 걱정하며 울고, 옆을 지나치는 귀뚜라미를 질투한다. 그러는 사이 쥐새끼는 화내는 법을 잊어버린다. 불평불만도 하지 않는다.
쥐새끼에게는 모.든.것.이.만.족.스.럽.다.
그렇게 쥐새끼는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서 누군가 흘린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에 행복해하는 법을 배운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