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가난뱅이의 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가난뱅이들을 위한 신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가난뱅이의 신은 약간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치렁치렁하게 기르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약간의 다크 서클과 푸석푸석한 피부, 조금 부르튼 입술과, 작고 낮은 코에 검은색 둥근 안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싸구려 쪼리를 끌며 천천히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검은색 비닐 봉지를, 아니면 다 헤진 백팩을 메고 있으리라. 그리고 거기엔 우유가 한 팩, 혹은 낡은 소설책 한 권이 있지 않을까.
가난뱅이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릴뿐이다. 그는 부자들의 신처럼 사업의 영감을 주지도, 로또 번호를 일러주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처음 보는 골목길을 기웃기웃 거리 거나, 카페의 바깥에서 메뉴판을 보며 커피의 가격을 셈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몇 시간이고 커피를 시켜놓고 앉아있을 것이다.
가난뱅이들은 가난뱅이의 신을 만나도 그닥 놀라워하지 않는다. 가난한 대학생은 더욱 그렇다. 가난한 대학생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그 신을 보고서도 눈썹을 잠깐 추켜올린 뒤, 자신이 하던 일에 집중한다. 신도 가난한 대학생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가난뱅이의 신은 그 가난한 대학생의 고민- 아슬아슬한 현실과 꿈 사이의 줄타기에서 나오는 한숨을 들을 때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대학생의 존재를 인정해 줄 뿐이다. 그뿐이다.
가난뱅이의 신은